곡우(穀雨)
곡우(穀雨)의 의미는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이자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음력 3월 중순경으로, 양력 4월19, 20일 무렵에 해당한다.
곡우라는 이름은 곡식을 뿌린다는 뜻으로 봄철을 맞이하여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영농기를 맞이하여 곡물재배가 성한 시기인 봄철을 맞아 농촌에서 농사시기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절기이자 봄비가 내려서 곡식이 윤택해 진다는 뜻도 있다.
우리 조상에게 곡우는 못자리를 만들고 볍씨를 담그는 등 한해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날이었다.
또한 곡식·농사와 연관된 세시 풍속도 많다.
곡우가 되면 농촌에서는 농사에 가장 중요한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깔게 되는데 볍씨를 담아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둔다.
이때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 액운이 끼어있는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 안에 들이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토록 가마니를 덮어 둔다는 정설이 있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경기 김포에서는 곡우가 지나면 나물이 뻣뻣해지기 때문에 나물을 장만해 먹는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등도 모두 곡우가 그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날이란 의미를 담은 속담들이다.
곡우 무렵에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북상해서 충청남도 격렬비열도까지 올라와 황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이때 잡힌 조기를 ‘곡우 사리’라고 한다.
이 조기는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있어 서해는 물론 남해의 어선들도 모여든다.
전남 영광에서는 한식사리, 입하사리 때보다 곡우사리 때에 잡히는 조기가 알이 많이 들어 있고 맛이 좋다.
그래서 곡우사리 조기를 가장 으뜸으로 친다.
북한에서는 이 무렵이면 용흥강으로 숭어떼가 올라온다.
살진 숭어 같은 물고기들이 산란기가 되어 올라오는데, 강변에 모인 사람들은 어부가 잡은 생선으로 회(膾)나 찌개를 만들어 술을 마시며 하루를 즐긴다.
이때 강변 사람들은 물고기가 오르는 조만(早晩)을 보고 그 해 절기의 이르고 늦은 것을 예측하기도 한다.
차 중에서 이 곡우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를 우전차라고 부르는데,
곡우 이후에 딴 차(이를 우후차라고 부른다)에 비해 더 품질이 좋다고 평가를 받는다.
또 이 무렵이 되면 북한에서 살찐 숭어들과 물고기떼가 살란기를 맞아서 용흥강으로 올라오는데, 이때 사람들이 생선들을 잡아서 회, 국, 찌개 등으로 요리한 다음, 잔치를 열어서 술을 마시며 하루를 즐겼다고 한다.
이때 물고기가 오르는 조만(早晩)을 보고 그 해 절기의 이르고 늦은 것을 예측했다.
곡우 풍습
경북 지역에서는 이날 부정한 것을 보지 않고 대문에 들어가기 전에 불을 놓아 잡귀를 몰아낸 다음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날은 부부가 함께 자는 것을 꺼리는데 이는 부부가 잠자리를 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곡우에 무명을 갈거나 물을 맞기도 하는데, 이날 물을 맞으면 여름철에 더위를 모르며 신경통이 낫는다고 한다.
곡우 무렵은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로 곡우물을 먹으러 가는 풍습도 있다.
곡우물은 자작나무나 박달나무 수액(樹液)으로 거자수라고도 하는데, 위장병이나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 경북 구미에서는 곡우날 목화씨를 뿌리며, 파종하는 종자의 명이 질기라고 찰밥을 해서 먹는다. 그리고 새를 쫓는다고 동네 아이들이 몰려다니기도 한다.
경기도 평창에서는 곡우날 사시(巳時)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떠내려간다고 하여 사시를 피해 볍씨를 담근다.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린다.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칠 우려가 있으므로, 볍씨 담근 날 밤에 밥을 해놓고 간단히 고사를 올리는 것이다
경남 남해에서는 곡우에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 해 시절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인천 옹진에서는 이날 비가 오면 샘구멍이 막힌다고 하는데, 이는 가뭄이 든다는 말이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곡우에 비가 많이 오면 그 해 농사가 좋고, 비가 적게 오면 가물어서 흉년이 든다고 하며,
전북 익산에서는 곡우 때 씨나락을 담고 솔가지로 덮어놓는다.
초상집이라든가 궂은 일이 생긴 집에 다녀오면 문 밖에서 귀신이 도망가라고 불을 놓고 들어온다.
충남 보령에서는 곡우낙종이라 하여 곡우에 볍씨를 논에 뿌렸다고 한다.
볍씨를 담은 가마니에는 물을 줄 때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게 볍씨 위에 솔가지를 덮어두었으나, 물뿌리개가 생긴 뒤에는 솔가지가 필요 없어 올리지 않는다.
전북 순창에서도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고 여긴다.
곡우날이 되면 증산면에 있는 청암사(靑岩寺)에는 많은 사람이 곡우물(穀雨水)을 받아먹기 위해 모여 든다.
옛날에는 인산 인해를 이루어 4월 초파일의 모임을 방불케 했는데 지금도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다.
곡우물이란 거자나무(단풍나무과) 껍질에 칼로 홈을 내어 갖오른 물을 고무나무에서 고무액을 채취하듯 받아 마시는 것이다.
또는 거자나무 가지를 휘어 늘어뜨리고 끝을 잘라 병 속에 꽂아 하루 밤을 지나면 병 가득히 물이 고인다.
이 곡우물은 속병에 잘 듣는다고 하여 밤을 새며 받는다.
고부간의 의이가 맞지 않아 생긴 속병을 곡우물 먹기로 치료하기 위해 며느리는 아침 일찍 청암사에 갔다가 그날로 돌아오고, 시어머니는 오후에 갔다가 밤을 새고 돌아오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곡우의 속담으로는 '곡우에는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등이 있다.
조기는 산란할때 소리내어 우는 습성이 있어 '곡우가 지나야 조기가 운다.' 라는 속담이 있고 곡우와 입하때 잡은 조기가 알이 꽉차서 최상품으로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