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손님을 모시고 빨갱이 김수경샘[김수경샘 남편이 김수경샘을 부르는 말입니다] 새집에서 안동 2월 읽기모임을 했습니다.
한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12시가 넘어 일어났다. 방학이라 완전 늘어지는데다가, 희안하게도 일년에 딱 한번 하는 몸살을 설날에 앓아서 그런가 보다.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자다가 일어나 부랴부랴 김수경샘 집으로 갔다. 가다가 중간에 18세 손님 한분을 만나서 모시고 갔다. 집을 못 찾아서 한참 헤메다가 겨우 찾아서 들어가 앉았다.
애들 둘이 어린이집으로 가고 김수경샘만 있으니 정말 조용했다. 김헌택샘과 김수경샘에게 손님을 소개했다. '작년에 제가 영어공부를 잠깐 도와준 친구인데요, 그 뒤로 전교조 행사나 청소년인권행사에 함께 다니곤 했어요.'
꽃처녀: 안녕하세요. **여고 2학년 올라가는 이*희입니다.
모두 반갑게 손님을 맞아주시고, 학교에 출근했던 이승아샘이 들어와서 또 한번 인사를 했다.
배가 고파 죽겠는데 이승아샘이 무거운 배위에 먹을 거리를 한 상자 얹어 온다. 마구와구 한참 주워먹고 나니 이제 이야기 할 만하구나.
김수경: 자, 이제 합시다. (항상 그렇듯이 수학과 특성을 살려 김수경샘이 시작을 한다.) 저는 이번 호도 읽다가 ‘아, 이건 잘 모르겠어. 넘어가야지.’하고 다른 내용 읽었어요.
이수경: 이번 호는 청소년글이 많았어요. 청소년들에 대한 방향제시 자체에 대해 청소년들이 반발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김수경: 청소년들에 대해 선을 정해두고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승아: 요즘 청소년들은 정말 대단해요. 이런 문제제기들을 할 수 있다니. 우리 때는 꿈도 못꾸었던 일들이예요. 그리고 학교는 학생회를 너무 유명무실하게 만들어요. 선거하고 앨범만드는 게 다예요.
김수경: 저는 이런 청소년기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어요. 옛날에는 어땠어요?
김헌택: 70년대 우리는 문예반을 만들어 활동했지요. 유신치하라서 연합 문학서클을 하는데 너무 제한이 많았죠. 동아리지도교사가 벌벌 떨면서 도장찍어주고 했죠. RCY, 인터랙트 같은 동아리만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지만 문예반 하면서 그래도 흥에 겨워 활동했어요. 지금은 각종 공간이 열려있어도 애들이 무관심이죠.
이재익: 그땐 정치적으론 암흑이었지만, 일반 학생들에게 오히려 여유가 있었던 면이 있죠. 학교에서만 참아주면 나머지는 자유였죠. 울 집 옆이 나무공장, 벽돌공장이었어요. 나무공장에서 나무 쎄벼서 벽돌공장가서 본부 지어놓고 쥐불놀이하고 놀았죠. 유리솜 뜯어서 주머니난로 만들고 시게토 타고, 물놀이하러 다니고... 고등학교 야자는 강제로 했지만 감독도 느슨하고 애들도 공부하는 놈들만 하고 나머진 그냥 놀았던 것 같아요. 학교옆 수박밭에서 수박서리해서 온 교실에 수박껍데기 흩어놓구...
그러니 요즘 애들이 관심이 없다고 뭐라고 하기보다는 여유없는 현실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학생이나 어른이나 모든 생활면에서 돈과 시간, 자본의 지배를 받게 되었잖아요.
[김수경샘이 또 안동 비평준화에 대해 물어서 옛날 이야기를 김헌택샘이 한참 하심. 그 뒤에 청소년으로 참여한 꽃처녀의 의견을 물어봄]
꽃처녀: 학생회가 많이 형식적이예요. 제가 전교부회장인데요. (회의?)시간도 부족하고 기껏 회의해도 반영되는 것이 없어요. [모두 격하게 동의]
김수경: 어떤 일을 하든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고 평가반성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청소년들에게 목표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보고 충격적이기도 하고 혼란스러워요.
이승아: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한 목표를 세워주고 관리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죠.
김수경: 저는 개인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단체 차원에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승아: 경북교육의 목표, 학교교육의 목표...이런 것들 보면 숨막혀요.
이재익: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자’ 이런 거 만든 놈이나 붙이는 놈이나 거짓말이라는 거 다 아는데, 위에 놈들도 그 구호대로 하려고 하는 사람 보면 정말 이상하게 보죠. ‘웬 미친놈이지’하면서요.
김수경: 윗 사람과 아랫 사람은 바라보는 곳이 항상 달라요.
김헌택: 옛날에 거창고 교장 전성은님이 강연에서 ‘우리나라 교육은 거꾸로 가기 때문에 교육부 반대로 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한참 동안 아무런 목표가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
이승아: 농사학림글도 참 좋았어요. 다만 내 몸이 아직 농사일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김수경: 귀농하면 먹고 살기 힘들 것 같아요. 부모님이 정말 고생하셔서 농사지으셨던 것을 돕고, 보아왔기 때문에 직업으로 농사를 하기는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김헌택: 농정이 워낙 잘못되었죠. 완전 공장식 농업만 살아남죠. 자급농, 그야말로 먹고사는 것만. 그 이상을 바라긴 힘들어요.
김수경: 부모님 1년내내 일해서 손에 들어오는 돈은 교사 1달 월급이예요. 농사 지어서는 못 먹고 살아요.
김헌택: 시골에 집을 지어서 텃밭에 농약 안치고 작물키우면 노인들이 지나가면서 ‘왜 미련스레 풀뽑고 있소?’하면서 농약 한번 쓱 쳐주고 지나가요.
이재익: 딱 먹고 살만큼이죠.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 속에는 사실은, 애들 학원보내고 과외도 시키고 영화도 한두편 봐주고, 차도 좀 큰 거 타고, 고기도 구워 먹고, 옷도 좋은 것은 사 입기 힘들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죠. 하지만 이런 것들 다 못하더라도 정말 좋은 것을 먹을 수 있잖아요. 농사지으면서 애들 교육도 절로 되고. 무엇이 더 근본적인가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일단은 협동조합이나 한살림 같은 생협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죠.
꽃처녀: 주위에 농부되려고 하는 친구는 한명도 없어요.
김헌택: 사실은 우리나라는 지금 북핵위기 등으로 전쟁위협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예요. 혹시 그런 큰 일이 일어난다면 자급농의 가치가 정말 소중할 거예요.
이승아: 저는 최근에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같은 책을 예비교사나 대학생들에게 추천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면서 중립을 지키고 싶다는 학생이 있었어요.
김헌택: 중립은 없잖아요. 모든 것이 정치죠.[한참동안 객관성, 정치, 중립, 순수에 대해 이야기]
김수경: 이번호에 전교조 정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던데, 전 전혀 몰라서 궁금해요.
김헌택: 보수는 절대 부패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하죠.
이재익: 어찌보면 보수는 돈과 권력으로 모이니 뭉치는 게 당연하고, 진보는 아직 없는 것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니 이래 저래 갈라지는게 자연스러운 것일지 몰라요.
[또 한참 정파이야기...주사파 아내와 PD 남편 부부싸움이야기도 하고...]
[교원업무정상화이야기, 이기정샘 책 서평 이야기에 이어...]
이승아: 학생 입장에서 학생들을 닦달하고 쪼는 교사와 여유를 주는 선생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꽃처녀: 전 게으른 편이라서 다그쳐주시는 선생님이 좀 좋아요.
이재익: 현대인 전부가 일중독에 걸려서 게으름을 나쁘게 보는 것 같아요.
이승아: 일본의 3만엔 프로젝트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거죠.
[역시 수경샘이 마무리할 시간을 알려주신다.]
김헌택: 부천실업고 이야기도 너무 깊은 감동을 주었지요.
이승아: 모두 마무리 말씀 부탁드려요.
꽃처녀: 여러 가지를 많이 배웠지만 특히 편안하게 말하는 것에 대해 배웠어요. 제 의견을 말한다고 혼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의견을 말하는 것에 대해 편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승아: 조합원도 대부분 교사들인데 앞으로는 청소년들 이야기, 육아에 대한 내용 등도 실렸으면 좋겠어요. 모임때마다 참 좋아요.
김헌택: 그리운 얼굴들 보고 많은 이야기를 해서 좋았습니다.
김수경: 모임 전에 책을 읽고 오지만, 모임을 하고 나면 항상 지나쳤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해요. 항상 새로운 생각을 접해서 좋습니다.
이재익: 다음부터는 한 주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이승아: 모임 후기나 모임원들 이야기도 카페나 벗마을 이야기에 실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김헌택샘이 읽기모임의 고문, 이재익과 이승아가 기록담당, 김수경이 총무를 하기로 하였다. 다음 모임은 김헌택샘 댁에서 3.20(수) 5시에 하기로 함.]
첫댓글 ㅋㅋㅋ 제일 중요한 모임 날짜가 빠졌네요. 2.13(수) 1시 김수경샘 새집에서 했습니다.
와, 누가 이렇게 정리를 깔끔하고 눈에 쏙쏙 들어오게 하신 거예요? 짱임돠. ^^b
ㅋㅋㅋ 점뉘당.
오 현장감 있는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안동 모임도 조만간 놀러가겠습니다ㅎ
제가 언젠가 키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키위 친구가 저한테 한마디를 했습니다.
'지금 넌 잠시 동안에 네가 게으르다는 말을 네 번이나 했어. 내가 보기엔 넌 하나도 게으르지 않아.'
ㅎㅎㅎ 저도 늘 제가 게으르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에서 44년을 살았으니...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어, 근데 "수학과 특성을 살려 김수경샘이 시작을 한다"고 했는데, 이 수학과 특성이 뭐죠? 궁금해요^^
아직 모임을 못하고있는, 조만간 모임을 하고픈, 모임을 해야만 하는 저로서 롤모델입니다 운영 기록 방식 모두좋아요모두중등 학부모나 다른18꽃처녀처럼 새로운 시각가미 염두둘일~의도적으로 모임델코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