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 떠남에 이유를 붙여서는 안된다. 그 이유가 우리를 묶어 놓기 때문이다. 불현듯 생각나는 곳으로 가야 된다. 그곳에 가면 또 다른 시야가
열리고 해결책이 마련된다. 많은 경험에서 나온 답이다. 생각이 깊어지면 결행을 못한다.
그 결행의 시작점이 벚꽃이고, 벚꽂의
명소는 진해다. 군항제가 올해 55회째다. 지금이야 여기저기서 벚꽃의 향연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먼 옛 시절부터 찬란히 벚꽃의 향연을 즐기는
장소는 단연 진해였다. 진해는 해군 장교인 친구가 있어 두서너 번 간적이 있지만 벚꽃과는 무관한 계절이었다. 또한 벚꽃의 개화 기간이 짧기
때문에 때를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30일 대대적인 조상들의 산소 정비작업이 이루어졌다. 말끔하게 정비된
산소 정비 작업이 끝나고 수고한 턱을 스스로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장소는 진해로 결정을 했다.
31일 아침에 일어나니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어제 큰 작업을 마무리 하고 내린 비였기에 더욱 반가웠다. 처음에는 한 이틀 정도 걸리지 않겠나 싶어 30~31로 잡아
놓았는데 이 일을 맡은 책임자가 하루에 끝내자는 제안을 하면서 하루에 일을 끝낸 것은 너무나 잘한 일이다.
아침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니 비가 그치고 대지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심은 잔디가 흠뻑 물을 머금고 세상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오르리라.
진해는 먼 거리였다. 고향에서 200km가 훌쩍 넘는 거리다. 그렇다면 서산에서의 거리는 말하면 무엇하랴. 1박3일(31~4.1)의 여정이고
어차피 여행은 음미하고 낯선 것과의 조우다. 서둘 이유도 쫒길 이유도 없다. 봄의 향기가 대지에 펼쳐지고 있다. 개나리와 산수유, 매화와
진달래가 산야를 물들이고 있다. 싹이 트기전에 꽃을 피우는 성급함 때문에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꽃은 희망이다. 그 희망을
틔우는 밑바탕이 대지다. 대지는 뿌리요, 근간이다. 그 대지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살아 있는 생명에 기운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는 그
대지를 밟고 그 기운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 고마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 수다. 행복을 '당연한 것들을 놀라움으로 받아 드리는
것'이라고 서울대학교에서 출판한 행복 교과서에 나왔다. 그런 생각이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순간부터 나에게는 늘 놀라운 변화가 생겼고 존재 자체가
행복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의 풍경은 이미 봄물결이다. 그 물결따라 나도 흘러간다. 목적지에 행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 과정 과정마다 아름다움과 행복이 스며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목적 때문에 과정을 보지 못하며 산다. 바로 그 목적
지상주의가 불행의 단초가 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이다.
과정을 즐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실 종착점은 별것이 아닐 수
있다. 그 목적지에 오르면 허탈감에 바질 수 있다. 과정을 생략한 사람들에게서 오는 결과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모아져 행복을 만드는 것이다. 내일 행복하기 위해서 오늘을 시시하게 살아서는 안된다. 내 안에 내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해를 목적지로 정해 출발했지만 우리에게 나타난 산청의 이정표를 보고 산정IC로 빠져나갔다.
산청은 조그만 지역이지만
약초로 유명한 곳으로 동의보감촌을 대대적으로 구성하여 세계약초시장이 해마다 열리는 곳이다. 나는 두 번 이곳을 방문하고 이곳에 있는 왕산을
등반하기도 했다. 아내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이라 함께 동행을 하는 것이 마땅 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가도 궁금했다.
진해는 벚꽃과 사람 물결로 출렁였다. 도로 양옆으로는 질서정연하게 승용차가 물샐틈 없이 차여졌다. 파킹할 장소를 찾아 헤메다 가까스로 자리를
했다. 숙소는 모든 곳이 만원사례다. 한 달전부터 예약이 시작된다며 이제와서 숙소를 찾는 우리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숙소는 일단 포기하고
전야제가 끝난후 창원 시내로 나가기로 하고 벚꽃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제55회 군항제라고 새긴 물결들이 거리 곳곳을 수놓고
전야제와 내일부터 10일간 계속 이어질 행사 준비로 여념이 없다. 안내소들은 천막만 있고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특수를 노리는 먹거리
포장마차에선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구속되고 나라가 어수선한 같은 땅에서 민중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신좀 차리면 백성들은 핸복할텐데, 잠깐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 이순간을 사랑하라. '순간이여 영원하라' 우리는 곳곳에
물결치는 축제속에 함께 했다. 여행은 자유로운 방랑객을 만든다. 방랑객은 자유가 된다. 그 자유로운 영혼들이 함께 하는 현장은 무질서 속의
질서를 만들며 하나의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 진다.
축제는 준비하는 사람도 관람객도 다 즐겁다.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일치가 된다.
준비하는 자의 노고와 관람하는자의 기쁨이 합쳐 더 큰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이 축제다. 여기에 더한다면 축제의 현장에서 특수를 노리는 음식점과
갖가지 상품들을 파는 사람들의 양심이 모아진다면 삼위일체의 융합된 또 다른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럴때 축제는 깊은 여운으로 남는
것이다.
로터리 한 가운데에 전야제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18:00분부터 오픈세레모니를 시작으로 진행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중앙 내빈석에 앉게되는 행운을 얻었다.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다. 초대가수, 자매결연의 러시아 공연단도 무대를
빛냈다. 화려한 불꽃 쇼는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공연자와 관객이 하나되는 희열의 기쁨은 계속 되었다. 열광의 도가니다. 함께
박수치고, 팬클럽의 열광과 함성과 괴성들이 열기를 고조시킨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즐거운 것은 즐거운거다. 기쁜 것은 기쁜 것이다.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열기가 끝난 시각은 밤 9시가 넘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