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에 커제 9단을 잇달아 꺾은 한 살 차의 '입단동기' 신진서 9단(왼쪽)과 신민준 9단. 신민준은 LG배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이뤘고, 신진서는 농심배에서 한국 우승을 결정했다.
2012년 제1회 영재입단대회를 통해 함께 프로 세계에 들어선 '입단동기' 신민준 9단과 신진서 9단이 한 달새 중국바둑의 자존심 커제 9단을 잇달아 무너뜨렸다. 신민준은 LG배 결승에서, 신진서는 농심신라면배에서 커제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영재입단대회는 유망주들을 적극 발굴하기 위해 한국기원이 2012년에 신설한 제도로 '양신'으로 함께 불리는 신진서와 신민준이 첫 대회를 함께 통과했다. 소개하는 기보는 농심신라면배 최종국의 하이라이트 장면.
<장면도> 신진서 9단이 하변 백일단을 취하는 결단을 내린 후 좌변 흑일단의 수습이 관건. 흑131이 좋은 수. 쌍방의 수읽기와 기세가 충돌하면서 139에 끼운 수가 승착이 됐다.
1도(분단) △로 끊었을 때 흑1로 몰면 백2ㆍ4로 분단하겠다는 뜻. △의 곳이 옥집이고, 활용할 곳이 A 정도에 그쳐 흑은 눈 두 개를 내기가 어렵다.
2도(의도) <1도>처럼 안쪽으로 파고들기가 곤란하다면 흑1을 선수한 다음 3. 가장 평범하지만 얻는 것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백4ㆍ6으로 두터움을 비축하게 되면 가운데 ▲는 말할 것도 없고 백8로 뿌리채 끊겨 ■까지 약화된다. 커제는 애초 하변 백을 잡은 흑의 이득이 무색해지는 이 진행을 그려놓았을까.
3도(묘수) 거듭 말하지만 △에 대해 A와 B,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자코 흑1로 끼운 것이 묘수이자 승착. 1분 초읽기 속에서 번뜩인 수읽기였다.
4도(효과) 끼움수의 효과는 이 그림에서 알 수 있다. 백1로 흑 한점이 속절없이 죽었다? 백1이면 흑은 2로 돌파한다. 5까지는 앞선 <1도>와 같지만 흑6ㆍ8의 활용수단이 생긴 것이 <1도>와 다른 점이다(9…▲). 이 수들에 의해 흑의 눈모양이 풍부해지는 것. AㆍB에 두 눈이 확보됐다.
5도(당황) 흑1의 끼움수에 대해 국후 커제는 "미처 의식하지 못한 수를 당해서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1에 백A는 <4도>와 같아지므로ㅡ.
6도(수용불가) 백2로 늦추면 흑3. 하지만 <2도>를 그려놓았을 커제로서는 계산이 안 맞는다. 집과 두터움에서 차이가 크다. 수용할 수 없었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7도(실전진행1) 실전에서 둔 140은 커제의 저항. 신진서가 141로 나가자 백집이 줄어들면서 커제에게 어렵사리 찾아왔던 기회는 수포로 돌아갔다.
8도(실전진행2) 국후 신진서는 "153에 붙이면서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다만 백이 148의 곳을 선수로 따내기 전에 흑이 그 자리를 선수로 잇지 않은 것은 옥의 티.
9도(응수두절) ▲에 대해 백1의 차단은 불가하다. 흑2로 나가면 응수두절. 백A에는 B, 백B에는 흑A.
10도(사활승부) 신진서의 끼움수를 간과한 것이 커제으로서는 최종 패인이 됐다. 그렇다면 거슬러 올라가 사활승부로 가는 편이 옳았다. 흑5 때 백6으로 막는 수를 말한다. 인공지능은 '나 몰라라' 하고 5대5 승부로 진단하고 있었다. 좌하귀와도 연관된 한없이 어려운 사활의 결론은 그 후 프로 고수들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1분 초읽기에서 누가 더 정밀한가에 이 판의 운명이 달려 있을 것이다.
"사실 형세를 낙관하고 있었는데 상대가 잘 두었으면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형세판단에 미스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신진서 9단)
"형세판단에 오판이 있었던 것 같다. 막판에 상대가 바꿔치기를 시도했을 때 미처 의식하지 못한 끼움수를 당하면서 당황했다. 쌍방 복잡한 수상전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두지 못했다." (커제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