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때 만났던 노신사.
초교 여자동창 일곱 명이 제주도 여행 중이었다.
2016년 4월 20일,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기 타고 제주로 날아왔고, 여행 3일째 되는 날이다.
일곱 노친네 소녀들처럼 가는 곳마다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 앞에서도,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조형물 앞에서도, 사진 찍기에 바쁘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 어렵지 않아서 찍었다가 마음에 안 들면 지우면 되니까...
그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이 여인들 많은 사람들과 섞여 걷다가 경관이 빼어나게 좋은 장소를 만나면 단체사진 찍어야 한다면서 우리 총무는 소리 높여 일행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는 “이복자~ 어디에 있는 거야~ 빨리 와~ 사진 찍게...”라고... 내 이름 부르면서 날보고 사진 찍기 찍사가 되란다.
동창생들, 오래전부터 여행계획하고 기금도 모았는데 이젠 실행에 옮기기로 합의했다.
인터넷으로 여행사 상품 찾아보았다. 알뜰한 여인들은 비용 저렴한 패키지여행을 선택했고, 여행지는 제주도로 결정했다.
패키지여행은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같이 움직이는 것, 각처에서 모여온 각기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은 서먹서먹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한 대의 버스로 관광지를 도는 동안 사교성 좋은 사람이라면 내렸다 탔다 하면서 친해질 수도 있다.
나는 낮선 사람들과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이라 다른 여행객에게는 관심이 없다.
제주도여행 다섯 번 이다. 더 볼 것도 없고, 살 것도 없고, 이번 여행은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게 좋을 뿐이다.
여행 사흘째 날, 화창하게 맑은 날이다.
잘 꾸며놓은 공원을 지날 때였다. 우리 조장(총무)이 “이복자~ 어디 갔어~ 사진 찍어야 하는데...”라고 소리쳤고, 우리 곁을 지나치던 두 명의 노신사 “시진은 이복자가 찍어야 하나봐~” 자기들끼리 떠들며 지나간다. 우리총무 그 신사들 붙들어 세우고는 폰 건네주면서 나를 포함한 전체사진 찍어 달라 부탁했는데...
그 시간 이후, 두 신사는 우리 곁에서 보폭을 맞춰주었고 사진 찍을 때마다 스마트폰 받아들고 샷터를 눌러주었다.
“오빠만나서 복자가 편하게 됐어...오빠를 여행 첫날부터 만났으면 복자 안 찾았지...” 애교가 철철 넘치는 우리총무의 말이다.
노신사들 자연스럽게 7인의 사진기사가 되고 말았다.
함께 걷고 대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 그들도 우리처럼 동창(고교)사이라는 것, 한사람은 40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고 있다는데, 얼마 전 모국을 방문했고 지금은 친구와 여행 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금 친해졌다 싶어졌을 때 나이도 알아냈다. 나와는 개띠동갑내기라고 한다. 정초가 생일인 나는 나보다 이른 생일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그럼 내가 누님일걸요?” 했더니 그가 “나 정월 생입니다”라고...
그래서 날짜까지 따져 보았다. 내가 열하루 먼저 세상에 나온 누님이시다.
“그래도 내가 오빠 할 랍니다. 리드는 남자가 해야 하니까요”라고...
그는 큰 키에 세련되고 지적인 인상이었고, 나이에 맞는 차림새와 태도가 신사다워 보인다.
그런 그의 인상에서 믿음이 보였기 때문일까? 그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동안 그가 정말 오빠 같았고 우리 일곱 여인의 보호자 같았다.
이젠 서먹함까지 털어냈나 보다.
나는 미국신사에게 나의 인터넷 친구 이야기를 했다. 다음카페에서 글 올리고 댓글 달고 소통하는 호주 친구 이야기를...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얼굴 없는 넷 친구도 만들 수 있더라고... 지구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아니겠냐고...
그리고 6.25 전쟁 때 우린 다섯 살이었다는 이야기, 그 아기 때 기억도 더듬어가면서 같은 세대를 살아온 공통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땐 석유등잔 불 아래서 공부했죠. 희미한 불빛에 글자는 안보이고 자꾸자꾸 등잔불 가까이 머리 들이대다가 후르륵~앞머리 끄스르곤 했지요”
그렇게 나는 시대적인 화젯거리로 우리나라 과거와 현재의 생활상을 비교해 가며 수다를 떨었다.
내 수다에 그가 향수에 젖어들었을까? 듣고 있던 그가 내 카페에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스마트폰 메모 란에다 내 카페이름 적어 넣고는 미국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폰에 담긴 사진도 카페에 올리고 내 글도 읽어 보겠다고 했다.
아마도 그가 울린 사진을 내 카페에서 보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호주친구에 이어 미국친구도...?
바야흐로 나도 글로벌족이 될 것 같다.
일정 마치고 제주공항 들어섰는데 여행객이 많다.
우리일행은 무사히 수속 마치고 김포공항 가는 비행기 티켓 받아들고 이륙시간 대기 중, 그 노신사들 또 만났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비행기 타게 됐다나...
조금 전, 관광버스에서 작별인사 했는데... 이륙시간 늦춰져서 우리와 같은 비행기 타게 됐다고... 그 시간 변경이라는 게 아무래도 찜찜하다. 예약시간을 왜 자꾸 변경하지? 춘천행 막차 시간 연결이 잘 돼야하는데...
예상대로 제주 발 비행기 김포공항에 착륙했는데 15분이나 연착이다. 정상 시간 착륙을 그렇게도 빌고 빌었는데...
비행기가 상공을 날고 있을 때였다.
연착할 때를 대비해서 승무원에게 사정(춘천 버스시간)을 말했다. “입구에 좌석 하나밖에 없습니다만 한사람이라도 옮겨 앉으실래요?” 하여 잰 걸음의 친구 선발하여 자리 옮겨 앉았고, 먼저 뛰어 나갈 태세 갖춰 놓았다.
비행기 공항에 착륙하고도 활주로 한 참을 달리다가 서서히 멈추고, 그 느린 움직임이 나의 애를 태운다.
그리고 느긋하기만 한 승객들 때문에 내속은 천불이 난다.
짐 챙겨 가지고 긴 줄서기 차례 기다려 비행기 트랩 내려왔더니 또 차타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고 계단을 오르고...
최대한 속도를 내야한다. 뛸 수 있는 곳에선 뛰었다. 그렇게 숨차게 달리고 달렸는데...
춘천행 버스정류장은 어느 쪽에 있지? 인터넷 찾아보긴 했는데..?
공항앞 도로 신호 무시하면서 건너갔다 건너왔다... 어찌어찌 정류장 도착했더니 춘천행 버스는 막 출발했네... 우리총무 버스 엉덩이 바라보면서 “저기 가네~ 춘천버스...” 안타까워서 방방 뛴다.
그제야 비행기 문 앞에 배치했던 여인 맥 빠진 얼굴로 거기에 서있는 게 보인다.
“왜 전화가 안 되는 거야, 정류장 위치 알려주려고 했는데... 버스기사에게 기다려 달랬더니 3분정도는 기다렸는데...더는 못 기다린다면서 출발했어..”라고...
그래도 일곱 여인 중에 네 여인은 가까운 곳에 사는 가족들이 모셔갔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남은 세 여인은 찜질방 가서 하룻밤 자고 가자 합의했다.
그런데 찜질방은 어디쯤에 있나? 우왕좌왕 할 때였다.
미국 노신사 일행도 저쪽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성였는데...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막차 못 탔습니까?” “그럼 찜질방 같이 갑시다”
그리고 잠시 후, 검은 승용차 멈춰 섰고, 노신사는 그의 친구만 태워 보낸다.
그는 공항안내창구 가서 가까운 찜질방위치 알아보더니 공항순환버스 이용하면 무료로 목적지에 간다고 했다.
순환버스 기다리는데 저편에 사람들이 혼잡하다. 유명 가수(걸그릅)가 공항에 나타났기 때문이란다. 한 여인 유명인 보러 사람들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 사이 순환버스 놓쳐버렸다. 한 참 만에 여인 찾아냈는데, 이번엔 두 여인이 화장실 가겠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순환버스 또 지나갔다. 이번 버스가 막차라고 한다.
그리고도 한 참 만에 나온 두 여인 하는 말, 화장실 표시 화살표 따라 위 아래층 헤매다가 늦었단다. 버스 끊겼으니 이젠 택시를 타야한다.
택시 승차장에 긴~줄을 섰다. 그 꼬리에 우리도 섰다. 공항 안내원 “이 시간엔 택시 안 들어옵니다.” 그래도 기다렸더니 겨우 탈 수 있었다. 노신사와 세여인 찜질방에 들어가면서 “우째 이런 일이...! 우리 꿈꾸는 거 같아...! 영화 스토리 같아...!”라고...
찜질방 처음 와 본다는 두 여인에게 나는 이용법 알려줘 가면서 목욕하고 땀복 갈아입고 들어갔다.
노신사는 벌써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여행지에서 2박3일 여행하면서 모르고 지나쳤던 노신사, 오늘 낮에 사진 찍어 달라다가 겨우 안면을 튼 노신사를 이 찜질방에서 마주하다니... 이 상황이 너무나 믿기지 않는다면서 우리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전화만 받았어도 버스 탔을 텐데...”라고 아쉬워하는 여인..
“사진 찍느라고 배터리 다~써버려서..”라고 답변하고...
“그대가 연예인 보러 안 갔어도 택시 안탔는데..”라고 원망하면
“순환버스 많은 줄 알았지..”라고 변명하고...
“화장실 가서 왜 그렇게 늦은 거야..”묻는 말에..
“화장실 표시 화살표 따라 윗층 갔더니 아래층가라고...표시 따라다니다가...”라고...
자꾸만 엇갈렸던 상황이 너무너무 이상하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는 ‘남녀 칠세 부동석’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자란세대인데... 남녀 사이엔 ‘내외하라’고 배운 세대의 여인들인데...
남자를 따라 찜질방까지 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어이가 없다.
“집에 가서 이런 얘기는 절대로 말아...” 서로를 쳐다보면서 입단속도 시킨다.
듣고 있던 미국신사 우리의 경계심을 이해 한다는 듯 빙그레 웃고 있다.
그리고 안심하라는 듯 “나를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라고 생각하세요. 길 잃은 양떼를 구하러 온 천사 말입니다” 한다.
그는 정말 천사처럼 우리를 보살핀다. 집에 전화하려면 충전부터 하자며 우리 폰 모아다 콘센트에 꽂고 신경을 쓴다.
벽면엔 폰 간수 스스로 잘 하라는 문구도 붙어 있다.
충전하면서 그는 미국에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와 자녀들 이야기도 하고, 취미로 그림도 그리고, 운동 쪽으로는 자전거 타기, 골프를 좀 한다는 이야기,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잠자는 사람들을 배려해서일 거다.
정말 매너 좋은 신사였다.
찜질방 처음 와 본다는 두 여인 잠 잘 것 같지 않다더니 쏟아지는 잠 이길 수가 없나보다. 무거운 눈꺼풀 치켜 올리고 버티다 버티다 곤한 잠에 빠져드는 두 여인.
그녀들이 나보고 불침번 서라고 한 적도 없는데... 말똥말똥 잠 못 드는 찜질방에서의 하룻밤.
난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은가 몰라...
그녀들이 가슴에 꼭 품고 잠든 저 지갑이 걱정스럽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잠든 객들도 못미덥고...
난 참 걱정도 팔자인가보다.
노신사 잠 못 드는 내가 염려스러워 “잠깐이라도 눈 좀 붙이시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날이 밝았다.
우리는 길 떠날 준비 완료하고 노신사와 작별인사 하려고 그를 찾았다.
잠든 남자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찾아 봤지만 그의 모습 어떻게 생겼더라? 확실한 기억이 없다. 이름도 성도 모른다.
단 몇 시간이지만 우리를 보호하고 배려해준데 대한 감사의 인사는 하고 가야 도리일 것 같은데...
그곳을 나와 춘천행 버스에 오르면서도 우리들 심경은 말끔하질 못하다.
살다보면 예상치 않은 일도 겪게 되는 것, 엇갈리고 빗나가는 사건도 생기나보다.
우리는 ‘그 노신사야말로 길 잃은 양떼를 구하러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다음카페에 우리들 시진이 오를 것을 기대해 본다.
2016년 4월 25일. 글: 이복자.
첫댓글 - 암이 좋아하는 식품을 금하라 -
노벨상 수상자이신 아이라시의 암발생 이론학설에 의하면
암 세포는 모든 사람에게 있으며,산성식품으로 인한 산성노폐물이 쌓여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다고 하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서 발생을 잘 한다고 한다.
암환자는 대부분 편식이 심하며, 설탕, 백미, 육식, 가공식품, 술, 담배, 약물등을 과용하는 사람이 많다.
동물성 식품이나 고칼로리 영양식은 암세포 성장을 오히려 촉진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므로 암환자인 경우 금기식의 관심을 갖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체의학에서는 해로운 음식과 이로운 음식에 대하여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개띠 친구님.
노신사.
님의 행복입니다 ㅎ
윗 사진은 여인들 안좋아합니다.ㅎㅎㅎ 몸매 질투나서...
@수백 공감요 ㅎㅎ
질투.
ㅎ나이에 상관없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