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의 경우 대체로 기자나 편집실서 인터넷에 먼저 글을 올린다. 이어서 종이 신문의 편집에 들어간다. 인터넷에 처음 올리는 제목은 대체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제목으로 올리는 것 같은데, 종이신문의 제목은 좀더 정제해서 보내는 것 같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이 글 제목의 앞부분은 인터넷 기사 제목이고, 뒷 부분은 종이신문 제목이다.
이 칼럼은 요즘 내가 집필하고 있는 책의 전체 성격이나 방향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글대로 중국은 1980~90년대만 해도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우습게 보이는 나라'(이 글은 '껌')였다. 그러나 현재는 명실 공히 G2라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한국인 중에 혐중론자들도 많다. 중국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머지 않아 중국이 미국을 넘어 G1이 되리라고 평가 및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같이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어떤가? 국토 면적이 남한 보다 조금 더 넓고 인구도 절반인 2,597만명(21년 기준, 통계청 북한통계포털)이 되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제법 큰 나라이다. 물론 GDP, GNP가 낮고 인권지수도 낮다고 평가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세계 1위와 5,6위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과 일본, 한국 동맹을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나라 역시 북한이다. 물론 북한의 뒤에는 한국과 미국과 같은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정치,경제, 외교, 군사면에서 동맹 이상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국가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이고 신장위구르나 홍콩, 티벳 등에 대해 비민주적이고 폭압의 정치를 한다는 지적과 비판도 있지만, 시장 경제를 추구하며 G2의 맹주로서 역할과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글 종이 신문의 "누가 하든 주권침해는 주권침해, 내정간섭은 내정간섭"이란 제목을 보니 갑자기 성철 스님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리다"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또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은 구분해야한다는 생각도 오랜만에 떠오른다. 논리학에서 사실판단을 가치판단시 하는 것을 '자연적 오류'라고 한다.
북한은 1953년 7월 6.25 전쟁에 대한 정전(휴전)이 이루어진뒤 소련과 중국이 국경 문제로 10여년간 대립과 갈등이 매우 심각해지자, 북한의 존립을 위해서는 소련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즉, 소련은 사회주의의 수정주의 국가요, 중국은 교조주의 국가라고 비판한다. 또 김일성 정권의 지속을 위해 1953년 박헌영을 위시한 남로당파을 숙청한 뒤, 소련파, 연안파에 이어 1967년에는 마지막 남은 갑산파(량강도 갑산군을 중심으로 한 파)를 모두 제거하고 김일성의 만주파만 남겼다. 이어 무장항일전쟁 등 혁명활동, 혁명역사등을 강조하는 이른바 '주체사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오늘날 북한의 현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한국의 GDP 규모만 보면 세계 10위권이고, 군사력은 세계 6위로 평가 받는다. 북한은 자기 나라를 적대시하지 않고 체제의 유지와 안정을 보장한다면 미국, 일본과 국교도 맺고 얼마던지 교류, 협력도 할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설사 북한이 이와 같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반대로 부족하고 잘못하는 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외교 또는 국제관계에 있어서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현실적 이익이나 가치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사실판단을 가치판단시하는 자연적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면에서 "누가 하든 주권침해는 주권침해, 내정간섭은 내정간섭"이란 이 글은 타당하고 맞다고 할 수 있다.
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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