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구쳐 오르기
김승희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는 것이나
힘없는 개구리가 바위 밑에서
자그만 폭약처럼 튀어나가는 것이나
빨간 넝쿨장미가 아파아파 가시를 딛고
불타는 듯한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나
민들레가 엉엉 울며 시멘트 조각을 밀어내는 것이나
검은 나뭇가지 어느새 봄이 와
그렁그렁 눈물 같은 녹색의 바다를 일으키는 것이나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삶은 무게에 짓뭉그러진 나비알
상처의 용수철이 없다면
존재는
무서운 사과 한 알의 원죄의 감금일 뿐
죄와 벌의 화농일 뿐
봄은 영어로 Spring, 즉 용수철이다. 봄은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생명의 환희의 바탕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있다.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고 개구리가 바위 밑에서 튀어오르는 모습에는 말 못할 애잔함과 슬픔이 묻어 있다. 가없는 그리움이 스며있다. 그 눈물과 아픔이 상처의 늪에서 우리를 튀어 오르게 하는 힘의 원천이며 탄성의 원동력이다.
상처가 우리를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게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니 상처의 용수철을 믿고 자신을 맡길 일이다. 문제는 상처 자체가 아니라 솟구쳐 오르는 힘을 잃고 상처의 화농에 갇혀 사는 일이다. 오늘 따라 더욱 청명하고 맑은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