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나이들수록 가볍게 살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시대에 가장 가볍게 살고자 했고 또 그렇게 살았던 분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분으로 법정스님을 언급했다. 그 법정스님이 갈파한 가볍게 살기 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법정스님의 '혼자 사는 즐거움'가운데 인용해 온다. )
아침 예불을 마치고 나면 냉수를 두 컵 마신다. 공복에 마시는 냉수, 즉 찬물은 목을 축일 뿐 아니라 정신까지 맑게 씻어준다. 언젠가 스님의 건강 비결은 어떤 것이냐는 질물에 냉수 많이 마시고 많이 걷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는 흔히 살아 있는 생수를 멀리한 채 끓여서 죽은 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커피를 비롯해서 각종 음료들은 살아 있는 생수가 아니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라면 즐겨 마실 것이 못된다. 목이 마를 때는 수시로 생수를 마신다.
그리고 또 무엇을 먹는가. 아침은 대개 빵 한 쪽에 차 한 잔. 바나나와 요구르트가 있을 때는 그것을 한 개씩 곁들이기도 한다. 점심과 저녁을 위해 미리 쌀과 잡곡을 물에 불려 둔다. 밖에 나갔다가 오두막에 늦게 들어올 때는 햇반의 간단하고 편리함에 기댄다.
혼자서 지내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먹는 일에 얽매이려고 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먹을 게 없어 굶주린 사람들을 곁에 두고 이것저것 너무 많이 먹어대기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다.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도 바로 이 과식 때문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먹는 것만으로 건강이 유지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맑은 공기와 맑은 물 그리고 안팎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생활 습관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평생 자신을 위해 수고해주는 소화기를 너무 혹사하지 말고 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출출한 공복 상태일 때 정신은 가장 투명하고 평온하다.
땅을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이 제 발로 걷지 않고 자동차에 의존하면서 건강을 잃어간다. 제 발로 걷는다는 것은 곧 땅에 의지해 그 기운을 받아들임이다. 그리고 걸어야 대지에 뿌리를 둔 건전한 생각을 할 수 있다. 이 땅을 등지고는 온전한 삶을 이룰 수 없다.
말은 들을 대상이 있어야 한다. 입을 닫은 침묵을 통해서 말의 의미가 목젖에 차오른다. 참으로 우리가 해야 할 말은 간단명료하다. 그밖에는 습관적인 또 하나의 소음일 것이다.
산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나무나 새, 바위나 곤충 또는 구름이나 바람한테 혼잣말을 할 때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는 한 줄기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무심하다. 이런 무심한 소리에는 그 삶의 향기가 배어 있을 듯싶다.
그리고 오늘 아침나절 나는 또 어떤 행동을 했는가. 아침 기온이 영상 2도. 방이 식어 군불을 지폈고 집 뒤 나뭇간 사이에 있는 추녀 끝 물받이 홈통에 쌓인 낙엽을 긁어냈다. 눈이 쌓여 얼어붙으면 물받이의 구실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해도 내가 할 일이므로 그때그때 눈에 띌 때마다 즉시 해치워야 한다. 이 다음으로 미루면 무슨 일이든지 미루는 나쁜 버릇이 생긴다. 이 다음 일을 누가 아는가. 그때 그곳에 내가 할 일이 있어 내가 그곳에 그렇게 존재한다. 누가 나 대신 그 일을 거들어준다면 내 몫의 삶이 그만큼 새어나간다. 뜰에 뒹구는 가랑잎은 바람이 알아서 치워줄 것이다.
오늘 나는 이와 같이 보고 듣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 내 실존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나를 형성하고 내 업을 이룬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보고, 무슨 소리를 듣고, 무엇을 먹었는가.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했으며 한 일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현재의 당신이다. 그리고 당신이 쌓은 업이다. 이와 같이 순간순간 당신 자신이 당신을 만들어간다. 명심하라.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스님)
(법정스님은 오랫동안 강원도 오지에서 손수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물론 스님이 생활한 것처럼 도시인들이 살기는 당연히 힘들다. 산중에서 혼자 이른바 텃밭인 채마밭도 가꾸고 땔감도 직접 하고 식사도 혼자 준비하느라 힘들었겠지만 소식에 반찬도 한두가지로 끼니를 때우면서 가볍게 살기를 실천하신 그분의 태도에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 힘든 하루일에 하루 식사량을 다 합해도 일반인 한끼도 안되는 음식을 섭취하면서 살기가 오죽 힘들었겠는가. 하지만 그분이 생각하고 행동했던 그런 언행은 후대에도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가볍게 사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임을 요즘 더욱 느낀다. 2021년 2월 1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