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 주민들이 28일 인근 예문여고 강당으로 긴급 대피해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160여명 학교 등지서 큰 불편
"17년째 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몸만 빠져나와 생활하고 있는데 학교 강당에는 냉방기기도 없어 무더운 날씨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지난 27일 내린 폭우로 부산 남구 용호동 협진태양아파트 뒤 옹벽에 균열이 생겨 붕괴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파트 뒤편 옹벽 붕괴 위험으로 인근 예문여고 강당에 임시거처를 마련한 천길순(여·65) 씨는 28일 구청에서 생필품을 줬지만 언제 집에 돌아갈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천 씨를 비롯한 아파트 주민 68세대 160여 명은 지난 27일 쏟아진 집중호우로 부산 남구 용호4동 협진태양아파트 7동 뒤편 옹벽이 붕괴 위험을 보이자 학교와 아파트 노인정으로 긴급 대피한 것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정규은 소장은 "어제(27일) 오후 4시께 비가 그치고 나서 직원들과 아파트 순찰을 돌던 중 뒷산에서 폭포수같은 물과 토사가 쏟아져 나오고 옹벽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며 "곧바로 구청에 신고를 했고 오후 6시께부터 7동 주민 전체를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지점은 물먹은 흙의 무게 때문에 옹벽 가운데 부분이 부풀어 올라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대학교수와 기술자로 구성된 안전관리진단팀이 출동해 갈라진 옹벽을 정밀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시간당 최고 1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지자 옹벽이 흘러내린 토사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응급 복구를 하기 위해선 옹벽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파트 입주민 160여 명은 당분간 집을 떠나 대피소나 친지집에서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옹벽에 대한 응급 보수·보강에만 2, 3일가량 걸릴 전망이다.
남구청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복구가 급하기는 하지만 옹벽과 아파트 건물 간격이 좁아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임의로 시공을 하기는 힘들다"며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최대한 빨리 응급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