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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 좌판은 오아시스더라 – 불암산,도솔봉,수락산,천문폭포
1. 앞은 코끼리바위, 그 뒤는 도솔봉, 그 뒤는 불암산, 그 뒤 오른쪽은 용마산
千佛山高翠疊重 천불산은 높고 겹겹으로 푸른데
攀蘿步步滑行蹤 가는 길 미끄러워 걸음마다 덩굴을 붙잡네
雲埋老樹巢危鶻 구름 속의 고목에는 매의 둥지가 높은데
水活澄泉隱卧龍 흐르는 맑은 샘에는 누운 용이 숨었구나
客子題詩來掃塔 나그네는 시를 쓰려 와서 탑을 쓸고
居僧禮佛坐鳴鍾 스님은 예불하고 앉아서 종을 울리네
登臨看盡東南界 올라 굽어보며 동남쪽을 모두 구경하니
俯仰乾坤一盪胸 올려보고 굽어보매 가슴이 탁 트이누나
―― 사가정 서거정(四佳亭 徐居正, 1420~1488), 「석천사(石泉寺)」
주) 조선 전기에는 수락산을 기암괴석이 수많은 불상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천불산(千佛山)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렀으며, 서거정은 수락산에 있는 사찰인 석천사에 올라 이 아름다운 풍광을 시로 읊었다. 당시의 석천사는 오래
전에 폐사되었는데, 지금 석림사가 있던 자리로 추정한다.
▶ 산행일시 : 2026년 7월 26일(일), 오전에는 흐리고 오후에는 맑음, 더운 날씨
▶ 산행코스 : 상계역,재현중학교,불암계곡,깔딱고개,불암산,석장봉,덕릉고개,도솔봉,치마바위,수락산 주봉,
기차바위,흑석계곡,천문폭포,은선동계곡,영락대 아래,천문폭포,흑석초소,빼벌
▶ 산행거리 : 도상 14.3km
▶ 산행시간 : 8시간 48분(07 : 37 ~ 16 : 25)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올 때는 빼벌에서 1-8번 시내버스 타고 불암산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37 – 상계역, 산행시작
07 : 46 – 재현중학교, 불암계곡
08 : 25 – 깔딱고개, 휴식( ~ 08 : 35)
08 : 50 – 불암산(佛巖山, 508m)
08 : 56 – 석장봉(錫杖峰, 420m)
09 : 35 – 덕릉(德陵)고개, 휴식( ~ 09 : 45)
10 : 26 – 첫 번째 전망바위 쉼터(△372.6m)
10 : 39 – 두 번째 전망바위 쉼터, 휴식(10 : 50)
10 : 58 – 도솔봉(兜率峰, 540m)
11 : 15 – 치마바위, 휴식( ~ 11 : 35)
11 : 55 – 수락산 주봉(637m), 점심( ~ 12 : 13)
12 : 22 – 기차바위(홈통바위)
12 : 40 – 기차바위 아래 안부 쉼터, 휴식( ~ 13 : 10)
13 : 16 -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이 흑석초소 1.9km, 직진은 도정봉 0.85km
14 : 13 – 천문폭포
15 : 15 – 은선동계곡, 영락대 아래, 온 길 되돌아감
16 : 03 – 천문폭포
16 : 12 – 흑석초소
16 : 25 – 빼벌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6 : 45 - 불암산역
2. 천문폭포 주폭
▶ 불암산(佛巖山, 508m)
일기예보에 어제만 해도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까운 수락산에 물 구경이나 하러 가련
했다. 이른 아침에 장대비가 내린다. 한바탕 쏟아지는 소나기다. 그뿐이다. 일기예보는 때때로 소나기가 내릴 것이
라고 한다. 그렇다면 산정에 올라 바라보는 천산을 넘나드는 운해 또한 가경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서 가자
하고 서둔다. 일기가 변덕이라기보다는 일기예보가 변덕이다.
상계역에 내려 2번 출입구로 나가 먹자동네를 지나고 직진한다. 재현중학교 가는 대로 오르막은 은근히 가파르다.
대로인 차도는 재현중학교 정문에서 끊기는데 불암산 가는 등산로는 재현중학교 왼쪽 울타리를 끼고 돈다. 멀리서
보면 길이 막힌 줄 알고 되돌아가기 쉽다. 계곡 건너 배드민턴장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정표는 왼쪽 능선
길과 직진하는 불암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대로를 안내한다. 불암폭포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불암계곡을 거슬
러 오른다.
계곡에 물이 적다. 잴잴 흐른다. 쉼터가 나오고 그 아래 계류 물소리가 제법 호탕하게 들리기에 풀숲 헤치고 가서
내려다보면 괜히 내지르는 물소리다. 불암산 등로는 정암사(0.1km)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다리 아래 저만
치 위치한 불암폭포는 숫제 물이 흐르지 않는다. 물 구경은 물 건너갔다. 불암산 오르는 일에 전념한다. 돌길이다.
돌길은 이른 아침 소나기에 젖어 미끄럽다. 불암산을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과 만나지만 서로 더위에 지쳐 수인사
나누지 않고 무심히 지나친다.
깔딱고개 0.35km. 가파른 데크계단 오르막이다. 무료하여 계단수를 세어보았다. 183개다. 고갯마루는 널찍한 데크
쉼터다. 먼저 온 남자등산객 한 분이 휴대폰에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듣고 있다. 정치얘기다. 서울 근교 산행의
단점이다. 이런 반갑지 않은 사람을 심심찮게 만난다. 내가 자리를 피한다. 이번에는 모기떼가 달겨든다. 아까 재현
중학교 지난 불암산 등산로 입구에서 설치된 해충기피제 분사기를 사용했는데도 그렇다. 아마 약발이 떨어졌거나
그나마 이 정도가 아닐까.
때 이르게 목이 말라 500ml 물 한 병을 한꺼번에 다 마셔버렸다. 배출하는 땀에 비례하여 물을 보충해야 할 것이니,
산행을 시작한 지 겨우 1시간 남짓인데 흘린 땀이 적어도 그 정도다. 이럴 바에는 비라도 흠뻑 내렸으면 좋겠다.
남은 물은 얼음물 1L다. 어려운 산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앞으로 거치는 계곡에 물이 흐른다면 일단 보충해
야겠다고 다짐한다. 물에 신경을 쓰니 갈증이 더 난다. 갈증을 참는 것도 고역이다.
불암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거북바위는 여태껏 제자리다. 긴 슬랩 오르막이다. 데크계단 오르고, 난간 붙들어 오르
고, 데크계단 길게 올라 불암산 정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조망이 흐릿하다. 먼 데 산들은 안개구름에 가렸
다. 건너편의 북한산과 도봉산도 흐릿하다. 가야 할 도솔봉과 그 너머 수락산 바라보고 불암산 정상을 내린다. 데크
계단이다. 내리막 중간에 있는 커다란 쥐바위에 대해 나는 아직도 그 형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석장봉(錫杖峰). 불암산(佛巖山)의 정상은 송낙(승려의 모자)을 쓴 부처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
고, 석장봉은 부처가 곁에 두고 짚는 지팡이(석장 錫杖)라는 뜻으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그럴듯하다. 불암산의
진면목은 석장봉에서 바라볼 때다. 여느 때는 석장봉 세미클라이밍 코스를 오르내렸는데, 오늘은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서 산행 재미가 덜하지만 데크계단으로 내린다.
3. 불암산을 오르는 거북바위
4. 앞은 석장봉, 그 뒤는 도솔봉, 그 뒤는 수락산
5. 불암산 쥐바위, 나는 쥐 모양이 그려지지 않는다
6. 석장봉 아래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불암산, 송락을 쓴 부처님 모습이라고 한다
7. 앞은 도솔봉, 그 뒤는 수락산, 오른쪽 능선 너머는 향로봉
8. 노랑망태말뚝버섯
9. 도솔봉 정상
10. 도봉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11. 도솔봉에서 바라본 수락산, 멀리 가운데 왼쪽이 배낭바위
12. 하강바위(양파바위), 암벽꾼들의 하강연습장이다.
▶ 수락산(水落山, 637m)
당분간은 하늘 가린 숲속길이다. 뚝 떨어진 안부는 절고개다. 잘 난 등로 따라 오른쪽 계곡을 오른다. 물이 흐르기를
기대했는데 말랐다. 등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난 가파른 슬랩 오르는 406m봉은 눈으로만 오른다. 덕릉고개
0.6km. 긴 내리막이다. 가파른 곳은 데크계단을 설치했다. 데크계단을 다섯 차례 내려 덕릉(德陵)고개다. 조선 14
대 왕인 선조의 친아버지인 덕흥부원군의 묘소인 덕릉이 이 고개 동쪽(남양주 별내면)에 있다. 덕릉고개는 다른 이
름으로 ‘당고개(성황당이 있던 고개)’로 그 이름을 따서 근처 4호선 전철역이 ‘당고개역’이었는데, 2024년 10월 31
일 ‘불암산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
덕릉고개 생태교 지나 배낭 벗어놓고 휴식하려는데 하루살이 떼가 모기와 함께 시꺼멓게 몰려든다. 눈과 코 귀 입으
로 막 들어온다. 몇 분을 버티지 못하고 일어난다.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간다. 언제인가 이 근처를 지날 때 보았던
하루살이 버섯인 노랑망태버섯(정명은 ‘노랑망태말뚝버섯’이다)을 오늘 볼 수 있을까 은근히 기대했다. 등로 옆에
한 송이가 있다. 황색 망사 스커트를 길게 늘어뜨린 자태가 우아하다. 전에 보았던 자리에는 없다. 이쪽으로 이사했
나 보다.
나는 노랑망태말뚝버섯의 망사가 육각형이라는 것이 매우 신기하다. 육각형은 빈틈없이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도형
중 둘레가 가장 짧아 최소한의 재료로 가장 넓은 공간을 만든다고 한다. 꿀벌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육각형의 벌집
을 만든다.
비를 만드느라 흐리던 날씨가 그예 뿌린다. 좀 주룩주룩 내렸으면 좋으련만, 일기예보의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마지
못해 잠시 후드득거리다 만다. 더 덥다.
완만하던 등로가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송전탑 지나고 핸드레일 붙들고 슬랩 오르면 첫 번째 △372.6m봉
전망바위 쉼터다. 지나온 불암산 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숲속 길 13분 정도 더 가면 두 번째 전망바위 쉼터가 나온
다. 맞은편에서 오는 등산객에게 좌판을 보셨느냐고 물었더니, 치마바위와 수락산 주봉에 좌판이 영업 중이더라고
한다. 나에게는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전망바위 쉼터에서 남은 물을 맘껏 들이킨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내가 가기
전에 좌판에 물이 다 떨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든다.
잰걸음 한다. 도솔봉은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오른다. 도솔봉은 등로에서 0.17km 떨어져 있다. 배낭 벗어놓고
들른다. 막판에 고정밧줄 붙잡고 슬랩 한 피치 오르면 암봉인 도솔봉 정상이다. 이곳의 전망은 수락산을 예전에
천불산(千佛山)이라고 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수락산은 수많은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나는 치마바위, 하강
바위, 코끼리바위, 철모바위, 배낭바위 독수리바위 등만 안다. 오른쪽 능선 넘어 하얀 슬랩의 봉우리는 김시습(金時
習, 1435~1493)이 동봉(東峯)이라는 호로 갖게 한 향로봉(463m)이다. 다음은 후인(後人) 동명 정두경(東溟 鄭斗
卿, 1597~1673)이 「수락산을 바라보면서 김동봉을 생각하다 2수(望水落山懷金東峯 二首)」 중 제2수다. 동명도
그때 있었더라면 동봉처럼 했으리라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혼세에선 광채 아니 드러냄이 달생인데
동봉께선 무슨 일로 헛명성 다 차지했나
그 사람은 이미 갔고 푸른 산만 남았기에
맘 서글피 살던 곳을 보매 괜히 정이 이네
混世含光是達生
東峯何事擅浮名
其人已去靑山在
悵望巖棲空復情
김시습은 조선 정종 때 약 10년간(1472~1481) 지금의 내원암으로 추정되는 수락산 수락정사(水落精舍)에 은거하
면서 내원암의 동쪽에 솟은 향로봉을 동봉(?)이라 하고 이를 자신의 호로 삼았다. 달생(達生)은 생명의 본뜻을 깨달
은 사람이나 진리에 통한 사람을 가리킨다. 《장자(莊子)》〈달생(達生)〉에 “삶의 실정을 통한 자는 삶과 관계가 없
는 것을 힘쓰지 않는다(達生之情者 不務生之所無以為)”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11
13. 도솔봉
14. 오아시스 치마바위에서 바라본 도솔봉과 불암산
15. 노봉방주, 말벌이 막걸리를 들이키더니 만취하여 실신하였다
16. 북한산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17. 멀리 가운데 왼쪽은 예봉산
18. 앞에서부터 도정봉, 천보산, 불곡산, 도락산
19. 수락산 기차바위(홈통바위)
21. 흑석계곡
▶ 천문폭포(天門瀑布)
암릉의 연속이다. 우회로로만 간다. 치마바위 슬랩도 오른쪽 협곡을 돌아 오른다. 참나무 그늘 아래 암반에 좌판 편
아주머니가 수고 많으시다며 어서 오시라고 인사하신다. 그 목소리도 곱다. 좌판에는 간이의자를 놓았다. 차디찬
생수 두 병을 먼저 사서 목부터 축이고, 냉막걸리 한 잔을 주문한다. 노란 양재기에 넘치도록 가득 따라준다.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는데 말벌도 목이 말랐는지 기웃거리더니 맛을 보고는 아예 잔속으로 들어가 유영한
다. 조금 지나자 말벌은 만취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잔속에서 쓰러진다. 나로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즉석 노봉방주
(露蜂房酒)를 마신다.
일단의 등산객들이 좌판에 몰려와서 저마다 아이스크림 한 개씩 입에 문다. 나도 산다. 비비빅이 이렇게 맛있는
줄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산정 좌판이 오아시스다. 혼미했던 정신이 들고, 이제는 사하라사막인들 못 가랴 싶다.
하강바위(양파바위) 아래 슬랩을 돌아 넘고, 코끼리바위 아래 데크계단을 내려 철모바위 곁으로 간다. 등로 왼쪽
출입금지구간인 암봉에 올라 온 길 뒤돌아보는 그 전경은 수락산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제1경이다.
숲속 길 잠시 지나고 긴 데크계단 오르면 수락산 주봉이다. 여기도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좌판도 성황이다. 냉막걸
리 한 잔 사서 들고 주봉 바위 그늘에 들어 오래 휴식한다. 건너편 도봉산, 도정봉, 천보산, 불곡산, 도락산 조망이
맛난 안주다. 데크계단 길게 내리고 ┫자 갈림길 안부 지나 608m봉 기차바위에 접근한다. 기차바위는 개통했다.
널찍한 데크전망대를 설치하고 그 아래 기차바위 홈통 양쪽에 각각 굵은 밧줄을 매달았다. 기차바위 슬랩 내리고
이어 두 차례 내리는 슬랩도 만만치 않다.
야트막한 안부의 쉼터를 지나치려는데 누군가 아는 채한다. 광인 님과 캐이 님이다. 대번에 반갑다. 오지 골수 산꾼
을 이런 동네 산에서 만날 줄이야, 어울리지 않아 낯설다. 날이 덥긴 더운 모양이다. 인적 없는 쌍암계곡 철철 흐르
는 계류에 알탕하고 도정봉을 넘어 왔다고 한다. 두 분 모두 얼굴이 해끔하다. 마치 밀린 회포를 풀듯이 저간의 산행
에 대해 30여분 웃으며 얘기 나눈다. 서로 갈 길이 다르다. 그들은 수락산 주봉으로 가고, 나는 흑석계곡 천문폭포로
간다.
┣자 갈림길. 직진은 도정봉 0.85km, 오른쪽이 흑석계곡으로 간다. 등로가 잘났다. 더러 목재계단 놓고 울퉁불퉁한
돌길은 다듬었다. 곧 물소리 우렁차게 들리고 흑석계곡 지계곡 와폭이 먼저 반긴다. 옷을 입은 채로 물속에 뛰어든
등산객의 입술이 파랗다. 나는 천문폭포가 궁금하여 곧장 내린다. 흑석계곡 계류도 볼만하다. 햇빛이 구름에 가린
틈을 노려 계류 와폭을 카메라에 담곤 한다. 은선동계곡 갈림길인 무지개다리에서 바라보는 천문폭포 아래 와폭이
장관이다.
천문폭포는 3단이다. 주폭은 맨 위쪽의 천문 격인 암굴 속으로 떨어지고, 그 아래 는 비단을 걸어놓은 듯하고,
그 아래가 우르르 꽝꽝 가장 화려하다.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의 기성이 즐겁다. 멀찍이 보고, 다가가서 보고, 옆에서
또 정면에서 본다. 이제는 청학동계곡 옥류폭포, 은류폭포, 금류폭포를 볼 차례다. 우선 천문폭포 위쪽으로 가서
사기막고개(1.65km)를 넘어야 한다. 이정표가 안내한다. 전에 간 적이 있다. 오늘 산행의 힘듦에 있어 하이라이트
가 시작된다. 얼마 안 가서 만나는 ┫자 갈림길 왼쪽의 ‘검은돌 방향 0.8km’으로 갔더라면 수월했을 것을, 그쪽은
은선동계곡을 건너서 곧바로 흑석초소 쪽으로 가는 줄 알고, 더 올라갔다. 왼쪽 능선의 가깝게 보이는 잘록이가
사기막고개려니 하고 부지런히 갔다.
약수암을 지난다. 여기서라도 길을 잘못 든 줄 알고 되돌아갔으면 좋았을 것을, 지난번 왔을 때도 이랬던가 고개
갸웃하고서 계속 갔다. 지도를 꺼내 들여 보아도 사기막고개라는 지명은 나오지 않았다. 능선 잘록이는 곧 다가갈
듯했다. 은선동계곡을 계속 거슬러 올랐다. 지계곡을 몇 번이나 건넜다. 지쳤다. 입가에는 버캐가 일었다. 가파른
오르막에 불과 몇 발짝 옮기고서 스틱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곤 했다. 주변 계류의 와폭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 캐이 님과 광인 님을 만났을 때 그들이 나의 행로를 듣더니 헤드랜턴을 준비했느냐고 물었던 게 생각났다.
엄청 과장된 걱정이었으나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능선 잘록이는 손에 닿을 듯 가까웠다. 오룩스 맵을
다시 꺼내 축소와 확대를 반복하면서 자세히 읽었다. 바로 위가 영락대(483m)가 아닌가. 그 위는 기차바위 608m봉
이고, 능선 너머는 내원암이다. 잘못 온 것이다. 어찌할까? 더 오르려고 해도 발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한참을 주저앉아 비상식량인 빵을 먹으며 기운을 차렸으나 모든 게 싫어진다. 청학동을 놓아준다. 아서라, 되돌아간
다. 동네 산(?)에서 잠시이지만 길을 잘못 들고 기진맥진했다는 게 부끄럽다. 약수암 지난 옥계반석에서 물에 뛰어
든다. 몇 번이나 자맥질하며 자책한다.
천문폭포에서 물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은 다 갔다. 나 혼자 관폭한다. 등로 또한 한산하다. 계류 물구경은 흑석초소
까지다. 흑석초소에서 빼벌(또는 ‘배뻘’, 배밭이 많아서 ‘배벌(梨坪)’이었다고 한다) 버스정류장까지는 대로 1km이다.
불볕을 머리에 꼬박 이고 간다. 빼벌 버스정류장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몰려 있다. 불암산역으로 가는 1-8번 버스가
도착하여 타고 있는 중이다. 나도 간신히 올라탄다. 불암산역 가는 버스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수락산 연릉이 사뭇
부드러운데 저기서 전에는 몰랐던 혼쭐이 났다니 헛웃음이 나온다.
25. 천문폭포
26. 천문폭포 상단
27. 천문폭포 주폭 아래
33. 흑석계곡

첫댓글 더운날 시원한 산행하셨네요.
산중 샤워를 하는 빗속 산행이 그립습니다.
재밌어요. 산엔 못가니 악수님 글로 대신해봅니다.ㅎㅎ
이 더운 여름날 어떻게 산행을 이어갈지 걱정이 태산입니다.ㅠㅠ
폭염더위에 시원한 폭포수가 그립습니다~
늘 상세하고 잘담은 사진 악수님 덕분에 즐감하고 갑니다.
서울 근교 계곡은 대중탕이나 다름이 없어 함께 즐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살살 하시라니까, 더 하시네요. 산행도 업보인가? 고생을 사서하시니 어쩔수 없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세월을 탓해야겠지요.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마음은 천산만학을 누비고 싶은데....
천문폭포가 가경입니다.
수락산은 기암 전시장이지요...
다행히 비 온 뒤라서 천문폭포가 보기 좋았습니다.
수락산을 천불산이라고 했다니 수긍이 갑니다.^^
시원한 R탕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설악은 전에없이 온데다가 수영장아니라고 ‘목욕 빨래금지’ 프래카드가 붙어있더군요 ~ 비비빅은 중노년층 입맛이라 저도 항시 냉장고에 몇개씩 넣어두고 먹습니다. 무더위에 고생하셨습니다.
설악산만은 그래야겠지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경관이자 국립공원인데.
앞으로 비비빅을 먹으면 수락산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ㅎㅎ 우린 수락산에서 비로 회룡역으로~ 내려가며 한번 더 물속에 담그고...고생하셨습니다...
이날 수락계곡 물은 참으로 시원했습니다.
캐이 님처럼 그렇게 신선놀음했어야 했는데, 괜히 욕심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