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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 "투쟁 지양" 신규 학비노조 지원 의혹
1월 설립 교육실무직노조에 조합비 원천 징수 협조, 일부 학교 행정실 노조가입서 받아
2015년05월08일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
경상북도에서 “투쟁을 지양하는” 학교 비정규직의 노조가 설립됐다. 경상북도교육청은 기존 교섭단체보다 협조적인 해당 노조에 편의를 봐 주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청은 교섭단체인 기존 노조와 갈등했던 것과 달리 신규 노조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교육청은 신규 노조의 요청에 따라 조합비 원천 징수 협조 공문을 관할 학교에 보냈고, 일부 학교에서는 행정실 직원이 노조 가입을 안내하는 등의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이에 기존 3개 노조(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전국여성노조 대구경북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경북지부)는 경북지노위에 이영우 교육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했다.
문제로 떠오른 노조는 경상북도교육청 교육실무직노조다. 경상북도 내 조리사, 청소노동자 등 학교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는 학교비정규직 노조인 교육실무직노조는 지난 1월 20일 설립됐다. 노조 규약에 “비생산적인 투쟁과 갈등을 지양한다”고 명시하는 식으로 ‘노사협조’를 강조하는 노조다.
▲교육실무직노조 공식 카페화면 캡쳐
지난 1월 교육실무직노조가 설립되며 경상북도의 학교비정규직 관련 노조는 총 4개가 됐다. 교육실무직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3개 노조는 연대단체(경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를 꾸려 2013년도부터 교육청과 교섭해 왔다. 하지만 연대회의는 2년여간의 교섭에도 단 한 건의 단체협약 사항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관련해 연대회의는 수차례 파업, 항의방문을 하는 등 교섭은 순탄치 않았다.
교육청은 교육실무직노조와 연대회의에 대한 교섭태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연대회의는 교육청으로부터 2013년 4월 교섭 개시 안내를 받고 그해 8월 교섭을 시작했는데, 이는 연대회의가 교육청에 교섭을 요구한 지 1년을 넘긴 뒤의 일이었다. 교육청은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는데, 연대회의는 총 27차례의 교섭 요구 끝에 겨우 교섭을 시작할 수 있었다. (관련기사)
이와 달리 교육실무직노조는 결성 당시부터 교육청의 협조를 받았다. 노조 설립 이후 교육청이 나서서 관할 학교에 ‘교육실무직노조 설립통보 및 조합비 원천징수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관련해 과거 전교조가 조합비를 원천징수한 사례가 있었으나, 전교조는 관련 법령이 개정되며 원천징수를 철회했다. 연대회의 측에 따르면 연대회의도 과거 교섭에서 조합비 원천징수를 요구했으나, 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방적인 편 들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연대회의 측은 이를 “어용노조 편들기를 통해 기존 교섭단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영우 교육감도 교육실무직노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혜란 교육실무직노조 위원장은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이미 이영우 교육감과 면담을 두세 번 했다. 교육감도 우리에게 ‘학부형이나 애들 생각하는 건전한 사고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 우리도 새로운 노조가 건전하게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의 협조 공문. 출처: 교육실무직노조 카페
2015년 경북교육청 교섭 담당자 전면 교체
담당 노무사도 신규 채용
“대대적 인사개편 이후 교섭 태도 돌변”
일부 학교에서는 행정실 직원이 신규노조 가입 권유
한편 교육청은 2015년 1월 학교비정규직 담당 교섭 공무원 중 계장(5급)급 이상 공무원을 전원 교체 했다. 인사이동으로 김태원 행정지원국장(3급), 윤영태 학교지원과장(4급), 이철연 학교지원과 교육실무직 담당 계장(5급)이 새로 교섭에 나서게 됐다. 또한, 2015년 1월, 2년 임기의 노무사도 신규 채용했다.
연대회의 측은 교섭 담당자가 바뀌며 작년까지 구두 합의됐던 교섭안을 모두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섭 담당자가 전면 교체되고 신규 노조가 설립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비쳤다.
최상훈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북지부 조직국장은 “이번 교섭 담당자가 바뀌고부터 ‘올해는 올해다’라며 이전 교섭에서 합의한 내용까지 전부 뒤엎고 있는 상황이다. 교섭에 난항을 겪으며 현재 47일째 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라며 “기존 교섭단체와 논의가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신규 노조가 생긴 정황과 교육청이 조합비 원천징수를 안내하는 행동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성 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조직국장은 “유일교섭단체가 연대회의였는데, 비교섭단체가 어떻게 교섭을 할 수 있나. 우리는 조합비 원천징수 안을 단체협상에서 요구했는데도 교육청은 합의하지 않았다”며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다. 행정실 공무원이 학교비정규직에 가입 안내 쪽지를 보내고 조합 사무실도 아닌 학교 행정실에서 노조가입서를 받는 것이 말이 되나. 교육청과 연관 관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행정실 직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보낸 쪽지.(제공:경북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배현주 전국여성노조 대경지부장도 “서울교육청의 경우 일반노조도 교섭단체로 들어가지만, 일반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조직이다. 전국에서 연대회의 외에 교육청의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생기는 것이 처음”이라며 “7일 열린 실무협의도 결렬됐다. 2013년부터 요구한 단체협약 사항 100여개 중 합의 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작년에 일부 의견 접근된 것이 있었는데 담당자들이 바뀌며 이마저 다 철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실무직노조는 교육청과 이미 처우개선 관련 일부 합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교육청은 교육실무직노조는 “교섭단체가 아니”라며 부인했다. 다만, “노조원들의 종합적인 처우개선을 고려하는 와중에 (교육실무직노조의 요구를) 내부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혜란 교육실무직노조 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집회를 많이 나가서 학생들 밥도 안 해줬다. 정치적 목적 빼고 우리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 조합원도 500명을 넘어선 상황”이라며 “나라에 돈이 없는 건 전 국민이 알고 있다. 현실적인 요구를 해서 이미 급식비 5만 원과 명절휴가비 50만 원을 지급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영태 경북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교육실무직노조에서 일부 요청이 있었는데 정상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다. 내부 협의 중이다. 비정규직 노조 4개가 있는데 노조 자체에 대해서 처우개선을 검토 중”이라며 “예산 확정이 안 돼서 급식비와 장기근속 수당에 대해서 답을 못하고 있다. 다른 시도에서는 지급하는 곳이 많아 경북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실무직노조는 교육감과도 공식 루트를 통해 만난 적은 없다. 조합비 원천 징수의 경우도 협조 안내는 요청이 오면 할 수 있다. 다른 노조도 정상적인 루트를 통하면 협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원 경북교육청 행정지원국장은 “부당노동행위는 노조 활동에 개입하거나 특정 노조를 편드는 건데 교육청은 그러지 않는다. 보통 노조는 상급단체가 있는데, 제 3자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며 “(교육실무직노조) 가입을 종용하거나 그렇게 지시한 적 없다.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