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괜찮아, 내가 늘 곁에 있을게 고킨조 (지음), 황진희 (옮김), 나가스나 히로,기시다 겐지 (구성)
여유당 2024-06-10 원제 : Doctor Baku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할 때
어떻게 해야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가족, 친구, 연인 등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할 때, 우리는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고통은 나누어 가질 수도 대신 없애 줄 수도 없으며, 그 고통의 깊이는 본인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이 그림책은 중국 전설 속에 나오는 악몽을 먹는 상상의 동물 ‘맥’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애니메이션처럼 펼쳐 보여 줍니다.
이 책에서 ‘맥’은 괴로워하는 이의 마음속에 들어가 ‘검은 열매’를 먹어 없애 평온하게 해 주는 신통한 ‘의사’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다시 찾아온 토끼 미미의 마음속에 들어가 검은 열매를 먹어 치우던 맥은 커다란 검은 열매에게 통째로 삼켜지고 맙니다. 시간이 흐르고 깜깜한 어둠의 세계, 아무것도 없어야 할 어둠 속에서 맥은 놀라운 것을 발견하지요. 바로 거대한 검은 열매를 뚫고 피어오른 꽃이었습니다. 꽃을 바라보며 맥은 그 답을 찾습니다. 바로 ‘이웃들의 힘을 믿는 것’ 그리고 ‘함께 있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괜찮아. 내가 늘 곁에 있을게.”
-마음이 힘들 때 가장 힘이 되는 힘센 말
가족과도 같은 이웃들이 괴롭지 않기를 바란 맥은 이웃들의 검은 열매를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 없애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은 열매가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검은 열매를 먹어 치운 바로 그 자리에 같은 모양의 훨씬 큰 검은 열매가 생기기 시작하고, 이웃들은 아주 작은 걱정거리에도 맥을 찾아옵니다.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맥은 검은 열매에게 먹히고, 검은 열매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꽃이 피어난 걸 목격한 뒤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바로 이웃들의 검은 열매를 대신 먹음으로써, 그들 스스로 검은 열매의 정체를 직시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가며 성장할 기회를 빼앗았다는 통렬한 깨달음이었죠. 언제나 한결같이 “힘들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있으니까.”라고 말했던 의사 맥은 이제, “힘들어도 괜찮아. 내가 늘 곁에 있을게.”라고 말하기로 다짐합니다. 그리고 뭔가 큰 결심을 하지요.
“어둠을 지혜롭게 맞이한다면, 우리 삶은 더욱 빛날 것입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줄 때
그림책테라피스트이자 부모교육 강사이며 이 책을 옮긴 황진희 번역가는 “밤하늘의 별이 아름다운 건 어둠이 있기 때문”이듯이 “어둠을 지혜롭게 맞이한다면, 우리 삶은 더욱 빛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바로 의사 맥이 어둠 속에서 핀 꽃을 보고 깨달은 것이지요.
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고통이나 슬픔이 없는 삶은 있을 수 없고, 고통과 슬픔이 존재하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련과 역경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통과한다면 성장할 수 있고, 마음의 근육 또한 단단해질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힘들어하는 이가 있다면,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힘들어해도 괜찮아. 내가 꼭 같이 있을게.”
“주인에 따라 달라지는 오직 하나뿐인 세상, 마음속”을 그리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독특한 구성, 생생한 그림
이 책을 지은 고킨조는 ‘이웃’이라는 뜻을 지닌 온라인 공동체입니다. 고킨조 설립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나가스나 히로가 그림을, 고킨조 주민인 편집자이자 작가인 기시다 겐지가 글을 맡아 함께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반적인 그림책의 구성과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 대부분 표지를 넘기면 면지가 나온 뒤 속표제지에서 제목과 저자 등을 보여 주고 본문이 전개되지요. 그런데 이 책은 면지 다음에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6쪽이 지나서야 속표제지가 나옵니다. 속표제지 전 이야기는 의사 맥이 하는 일의 성격을 보여 주는 프롤로그 역할을 하며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합니다. 그 뒤에 제목 페이지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의사 맥의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영화서 많이 볼 수 있는 이러한 구성은 나가스나 히로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나가스나 히로는 아카데미상 신인상 수상작 <댐지기>의 컬러 아티스트로 참여했고 <포켓몬> 등 애니메이션 작품에 참여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입니다. 등장인물인 동물들의 모습과 표정이 생생하고,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흐름과 움직임이 느껴져 진지한 이야기임에도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주인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는,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곳” 마음속 세상을 그립니다. “누구의 세상이든 마음속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다정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지키고 있”다고 상상하지요. 그 세상을 가꾸는 건 바로 그 마음의 주인인 자기 자신이니, 반짝반짝 빛나는 꽃을 피우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미지 출처 링크]
http://aladin.kr/p/4RD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