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과 망실
崔 秉 昌
주머니 속을 아무리 뒤적이고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놈이 빠져나간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품고 있던 지갑을 잃어버린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신분증과 신용카드
그리고 약간의 현금이 들었지만
놈의 도망간 종적은 묘연했다
문제는
분실이 아니라 망실이었으니
드려다 볼 수 있는 것은
주머니나 손바닥이 아니라
줄을 놓고 있던 건망증이었다
엊저녁에 방문했던
단골 마트에서 전화가 왔다
혹시 지갑을 분실하지 않았느냐고
단숨에 달려가 놈을 회수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거듭 전했다
무엇하나 건드리지 않은
지갑이란 놈의 빅 이벤트
그것은 여기저기
열려있는 CC 카메라 덕이라니
교통위반 스티커 발급 때보다는
한층 더 양반인 듯싶었다
분실은 찾았지만
찾지 못한 망실은 어디에서 찾을까
놈이란 지갑보다
이젠 그것이 문제 중의 문제였다.
< 2019. 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