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 1 공장]
김정은 신년사, 남북관계 새 국면 맞이하나?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어준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습니다. 올해 남북관계, 까칠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장관님?
정세현 : 오랜만입니다.
김어준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정세현 : 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어준 : 신년사 나온 건 꼼꼼히 읽어보셨죠?
정세현 : 예.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두세 번 읽었습니다.
김어준 : 오랜 세월 북한을 상대해 오셨고 북한에서도 장관님을 꼭 주요한 대화 상대자로 꼽는다고 하는데, 이번 신년사가 예년과 다른 점이 좀 있습니까?
정세현 : 우선 남북관계, 대남 파트에 상당히 시간을 많이 할애를 했어요. 일반적으로 신년사는 국내 문제 먼저 얘기를 하고 그리고 대남, 대외, 이렇게 세 파트로 나뉘어지는데 대남 파트가 작년에 비해서 상당히 분량이 많습니다, 비율이. 그것은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보는 거죠.
김어준 : 대표단 파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단순히 올림픽에 참여하겠다. 이런 의미를 넘어서는 것일 텐데, 어떻게 새겨야 됩니까? 왜 이런 발언이 나왔을까요?
정세현 :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의 징검다리로 삼으려고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봅니다, 저는.
김어준 : 그리고 이 얘기도 하더라고요. 올해가 이제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행사가 있어서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를 하던데, 이게 중요합니까, 북한에?
정세현 : 중요하죠. 70주년이면 칠순 아닙니까? 사람에게도 칠순잔치는 대단한 건데. 그러면서 뒷부분에 가서는 남쪽에서는 겨울 올림픽 행사가 있다. 이건 민족적인 경사들이다 하는 그런 표현을 썼어요. 그 얘기는 그러니까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2월부터 자기네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 되는 9월까지는 좀 조용히 지내자는 뜻이에요. 축제로 만들자 하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 금년은 우리 국민들이 좀 전쟁불안 없이, 전쟁공포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하는 희망을 가져봤습니다, 어저께 그걸 들으면서.
김어준 : 평창올림픽, ‘남쪽에서도 축제가 있으니 우리도 9월에 축제가 있는데 서로 조용히 지내자.’ 이런 메시지가 깔려있다?
정세현 : 그러면서 그 와중에 남북관계를 복원을 해서 북·미대화, 미·북대화로 건너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죠.
김어준 : 이게 북한의 대남, 혹은 대미 전략이 수정됐다고 할 정도의 메시지인가요? 최근까지는 흔히 통미봉남, 미국과는 대화하고 남한은 외면해 왔는데, 이게 이제 그런 전략을 수정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메시지입니까?
정세현 : 통미봉남이라는 것은 미국하고 대화를 하고 우리는 거기 끼지 못하는 것이 통미봉남인데 미국이 일체 불응했기 때문에 통미봉남은 없었죠. 다만 작년 말까지 북한은 남북대화를 접어놓고, 남북관계 개선 접어놓고 미국을 상대로 해서 최후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그런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11월말에 ICBM 발사를 끝내고 핵무력완성국가를 완성했다고 선언했죠. 그러고 나서 핵 무력을 완성했으니까 금년부터는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금년도는 경제에 주력하겠다.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이제 경제에 방점이 찍히는 그런 대내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 미·북대화도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되는 그런 상황이죠.
김어준 :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고 자평하면서 핵 억지력은 확보됐으니까 이제 경제문제를 풀고 남북문제도 풀어보자. 이렇게 나오는 거라고 봐야 되는 겁니까?
정세현 : 그렇죠. 대내적으로 핵단추가 책상위에 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건 어떤 언론에서는 위협이라고 해석을 하는데, 위협이라기보다는 북한의 말은 위협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핵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됩니다. 북한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돼요. 연설에, 신년사 뒷부분에 가면, 미국이라고 지칭을 하지는 않았지만 ‘핵을 가진 국가가 북한을 상대로 해서 핵을 쓰려고 하기 전에는 북한은 먼저 핵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어요. 핵 선제 불사용이죠. 핵을 가지고 다른 나라를 위협하지도 않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바로 그 핵단추 얘기는 그것하고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미국이 북한을 핵을 위협하려 하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아무 때나 누를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 얘기는 핵 국가로서 인정을 하고 회담을 하겠다고 하면 자기들은 나가겠다. 그 때까지는 기다리겠다. 그건 미국이 알아서 결정하라. 그런 메시지죠.
김어준 : 그러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북한 입장에서는 올해가 70주년인데, 70주년 되기 전까지는 핵 개발을 완료해서 핵 억지력을 확보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계획 하에, 작년에 유난히 핵실험이 많았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 놓고 이제는 완성됐으니까 좀 여유를 가지고, 우리는 핵보유국이다. 이제 평창올림픽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유화정책으로 나온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보면 되겠군요.
정세현 :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그걸 ‘전략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표현을 써요. 그러니까 핵 국가로서의 전략적 지위를 확보했다. 이런 표현을 쓰는데, 그건 마무리해 놓고 작년 1년 동안 마지막 피치를 올렸죠. 그래서 전략적 지위가 확보됐다고 보고, 국내 경제발전을 위해서 노력을 하는 동시에 남북대화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튼 뒤에 그걸 징검다리로 해서 미·북대화로 건너가겠다. 남한이 다리를 놔 달라 하는 그런 얘기를 아마 장차 하리라고 봅니다.
김어준 : 지금 올림픽대표단을 파견할 수 있다는 얘기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은 성사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게 아닙니까, 이게? 실무차원의 얘기가 아니라.
정세현 : 문재인 대통령이 6월 달에 무주 태권도대회에서부터 평창올림픽 얘기를 꺼내지 않았어요? 그 다음에 7월 달에 신 베를린 구상에서도 평창올림픽, 적십자회담, 군사회담 등등 얘기를 꺼냈었는데, 그야말로 노래를 부르다시피 했는데 드디어 북한에서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김어준 : 만약에 북한이 올림픽대표단을 파견하게 되면 어떤 급을 보내느냐도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어떤 급을 보낼까요?
정세현 : 아, 단장이요? 선수단은 아마 규모가 작을 것 같아요. 왜냐면 피겨선수권, 남녀가 같이 하는 피겨선수권을 6위 정도로 출전권을 따놨었는데 지난번에 1차 엔트리 제출을 안 해 가지고 자격이 없어 졌대요. 일본한테 넘어갔답니다.
김어준 : IOC에서 특별초지 한다고 하는데.
정세현 : IOC에서 와일드카드를 쓰면 몇 개는 참여시킬 수 있을 텐데, 규모는 크지 않을 겁니다, 아시안게임처럼. 그렇게 되면 거기다가 응원단이라든지 참관단 명목으로 사람들을 대거 보내는데, 단장으로는 아마도 과거에 선례로 보면 체육지도위원장이 왔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새로 체육지도위원장이 된 최휘,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높은 사람이죠. 최휘, 그 다음에 대남비서인 김영철 등등이 올 가능성이 있죠. 2014년인가요? 그 때 인천 아시안게임 때 최용해하고 김양건이 왔었는데, 황병석까지 그 때 최용해는 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왔습니다. 김양건은 대남비서고, 황병석은 총 정치국장이고.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 왔었는데, 이번에도 온다면 체육지도위원장이 와야 되고, 선수단이 있으니까. 그 다음에 그 계제에 남북대화를 좀 더 폭넓게 열어나가는 그런 문제를 심층 협의하기 위해서는 김양건 대남비서가 오지 않겠는가.
김어준 : 대남비서가 오는 게 중요하군요.
정세현 : 대남비서는 중요하죠. 그 쪽 통일부 장관 격 아닙니까? 통전부장이니까.
김어준 : 대남비서가 온다면 남북관계를 제대로 발전시켜 보자. 이런 메시지가 분명히 있는 거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정세현 : 그러니까 북쪽에서 ‘다방면적 협력과 교류’라는 표현을 잘 쓰는데, 다방면적으로 팔을 벌려나가겠다는 메시지죠.
김어준 : 이건 어떻습니까? 이건 미국 이야기인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렇게 북미 회담이 있기 전에 남북이 직접 대화 창구를 만드는 것을 그렇게 반기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 대북 압박과 제재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직접 얘기했지만, ‘결국은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라는 얘기를 한두 번 말했습니까? 그러니까 이번 남북대화를 통해서, 남북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화의 어떤 모멘텀이 조성된다면 나쁠 것이 없죠.
김어준 : 우리로서는 나쁠 게 어려운데.
정세현 : 그렇기 때문에 반대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김어준 : 물론 직접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특히 보수 야당에서도 남북 간 직접대화가 한미공조를 무너뜨린다. 이런 식으로 공격할 게 거의 제가 보기엔 틀림없을 것 같은데.
정세현 :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죠. 북한이 언제든지 그런 식으로 미국과 한국을, 소위 이간질 한다고 그럴까요, 갈라치기하는 것은 그 사람들의 속성입니다.
김어준 : 기본적으로 그렇죠.
정세현 : 그거에 말려드느냐, 안 말려드느냐는 하는 것은 우리 하기 나름이에요. 어떻게 꼭 북한이 하고 싶은 대로만 끌려간다고 패배주의적으로 생각을 합니까? 북한이 설사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가 전략을 잘 세워서 상황을 주도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에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미국하고 이미 협의를 해서 북한의 발조가 나온 뒤에 이어서 지난주에 환영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우선 한미동맹을 깨뜨리기 위해서 그런 거다. 거기에 이용당할 것이다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고, 전체 그림을 못 보는, 그야말로 근시안적인 태도죠. 우리가 하기 나름입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시간이 거의 다 돼서 한 가지만 여쭤보자면, 이 올림픽 북한 참석 문제는 올림픽 전까지 계속 나올 주제라 제가 다시 모시겠지만 오늘은 시간이 다 돼서 한 가지만 더 여쭤보자면, 미국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올해가 가장 위험한 해가 될 거라고. 미국은 북한과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 발언이 미국 보수언론들의 평균적인 분위기라고 보면 됩니까? 아니면 이게 보수의원들 중에서도 상당히 튀는 쪽의 생각입니까?
정세현 : 상당히 튀는 쪽이죠. 이 사람 원래 빌리 그레이엄 목사 아들이에요. 그런데 아들은 이상하게 아주 극우강경파가 됐는데, 제가 볼 때는 이 사람은 군산복합체의 마케팅매니저 같아요, 상원의원보다. 무기시장을 늘리기 위해서 그냥 겁주고 전쟁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우리 국방비 편성은 끝났지만, 여러 가지 군사적인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된다는 여론이 조성되게 되면 결국 무기 한 개가 더 팔리는 것 아닙니까? 이거 군산복합체의 마케팅매니저인데 상원의원의 모자만 쓰고 있을 뿐이에요.
김어준 : 그런 얘기도 했었죠, 이 사람이. ‘한반도에 전쟁이 나도 결국 거기서 죽는 거 아니냐.’고.
정세현 : ‘그 쪽 사람들 죽는 거지 미국 사람 죽지 않는다.’ 어찌 동맹국가에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습니까?
김어준 : 알겠습니다. 장관님.
정세현 : 그런 사람한테는 교황님이 보내신 신년카드, 원폭 피해 소년이 자기 동생을 업고 이를 악 물고 있으면서 피가 흐르는, 그걸 한번 보여줘야 돼요.
김어준 : 장관님, 화 그만 내시고요. 다음에 또 모시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세현 : 예.
김어준 : 지금까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http://tbs.seoul.kr/cont/FM/NewsFactory/interview/interview.do?programId=PG2061299A
첫댓글 현정권의 방향성은 이미 나왔다고 보이네요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하고 이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명분으로 통일을 지향하고
미군철수의 방향이겠죠
아울러 한국의 정치권 방향성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에 제가 아래에서 최근에
올려진 게시글의 내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져요 ^^
네..^^
스나이퍼님의 말씀처럼...
전개가 팍팍...진행되었으면 좋겠네요.
또 그리되리라...믿어보구 싶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