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275〉
■ 살 (김명인, 1946~)
걸음을 못 걸으시는 어머닐 업으려다
허리 꺾일 뻔한 적이 있다
고향집으로 모셔가다 화장실이 급해서였다
몇 달 만에 요양병원으로 면회 가서
구름처럼 가벼워 진 어머닐 안아서 차로 옮기다가
문득 궁금해 졌다, 그 살 죄다 어디로 갔을까?
삐꺼덕거리던 관절마다 새 털 돋아난 듯
두 팔로도 가뿐해 진 어머니를 모시고
산 중턱 구름식당에서 바람을 쐰다
멀리 요양병원 건물이 내려다 보였다
제 살의 고향도 허공이라며
어제 못 보던 구름 내게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
난 아직 날개 못 단 새끼라고
말씀드리면 머지않아 내 살도 새털처럼 가벼워져
저 푸른 하늘에 섞이는 걸까
털리는 것이 아니라면 살은 아예 없었던 것,
이승에서 꿔 입는 옷 같은 것,
더는 분간 할 일 없어진 능선 저쪽으로
어둠을 타고 넘어갈 작정인가, 한 구름이
문득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 2013년 시집 <여행자 나무> (문학과 지성사)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상황은, 늙고 병약한 부모님을 보살피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요즘은 부모님께서 자식들과 함께 살지 않는 추세라 하지만 늙어 병이 들면 결국은, 자식 중 누군가가 부모님을 집에서 직접 모시든가 또는 요양원으로 보내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양원같이 격리된 시설에 모시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가끔 찾아뵐 때마다 죄스러운 느낌에 마음이 무거울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자식을 보고 무척 좋아하시는 부쩍 늙고 여위신 부모님을 대하며, 마음이 잠시 밝아지다가 떠날 때 아쉬워하시는 표정을 보면 가슴이 짠해지며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
이 詩는 머리가 희끗한 자식의 이런 애잔한 심정이 절제된 시어 속에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는 작품으로, 어느 맑은 날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면회 가서 차에 모시고 외출을 나온 하루를,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며 일기를 쓰듯 서술하고 있습니다.
요양원에 입원한 뒤 갑자기 쇠약해진 어머니를 안아서 차에 태우던 시인은, 어렸을 때 자신을 실팍한 등에 업고 다니며 길러 준 엄마, 몇 해 전만 해도 업기가 쉽지 않던 어머니의 몸이 너무 가벼워서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요양병원과 맑은 구름을 바라보며 온몸에 살이 다 빠지고 새털처럼 가벼워져서 마침내 하늘로 날아가 버릴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면서 늙은 어머니 생각에 시인은, 콧등이 시리고 가슴이 먹먹해진 채 유난히 맑은 하늘을 보며 몰래 눈물을 훔쳤을 것입니다. 중년도 훌쩍 넘은 우리 세대라면 이미 여러 번 경험했던 것처럼 말이죠.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