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때가 생각납니다.
여러분들은 비오는 날을 좋아하시나요?
(아마 좋아하시는 분들 별로 없을걸 같긴한데..)
저는 부산에 천주교재단의 중,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특별히 천주교 재단이라고 해서 교육과정이 틀리다든가 그런건 없고
다만, 아주 지겨운 미사를 한달에 몇번이나 본다든지...
일주일에 한번정도 종교특활이 있고, 교사중에 수녀님들이 몇몇 계신 정도외엔
별 위화감 없는 중학교 생활이었습니다.
무사히 연합고사를 치르고...고등학교 배정받을때...
어디를 배정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었는데...역시 같은 재단으로 가고 싶지 않더군요.
중학교와는 달리 고등학교는 천주교 재단의 성격이 강해서
학교장 부터가 수녀님에다가, 무엇보다...
가혹한 강압 자율이 많아서 3년 내내 책상에 붙어있어야 된다는 소문이어서
아무래도 옆동네 날라리 많기로 소문난 k여고가 맘에 들더군요.
우리꼭 k여고에서 청춘을 불사질러보자 더이상 보라색 교복은 싫다!!!
라는 모토아래 친구랑 두손 부여잡고 빌고 빌고 또 빌었지만...
벌써 눈치채셨죠..
저만 다시한번 보라색 교복을 입어야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졸업식때는 친구랑 헤어져서 슬픈건지...
나만 똑같은 등교길을 걸어야하고, 지겨운 미사를 봐야하고,
엉덩이가 남들 2배가 되어야하는게 슬픈건지 암튼 `눈물 글썽글썽`해서는 졸업하고..
꽃피는 3월에 다시한번 보라색 교복을 입고선 똑같은 등교길을 걸어
신입생 환영미사에 참석했습니다.
역시 소문대로 선생님들 엄격하고...모래사장없는 콘크리트 운동장에서
체육을 해야했고(개중 어리버리한 애들 넘어져서 무릎 깨트리는 아이들도 있구요)
좋게 말해서 교육열이 높은신 교장수녀님의 독설과 독재체제를 견뎌야했습니다.
공부하고 책읽는건 나름대로 좋아해도 강압에 의한건 일단 알레르기가 있어서..
다시 떠올려 봐도 좋은 기억이라고 없는 삭막한 콘크리트 바닥의 보라색 학교..
저에게 있서 보라색은 천주교의 암울한 뒷세계 같은 감각이었죠.
도대체가 재미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저와 친구에게 있어 `가뭄에 단비`와 같은 날은...
정말 저 말 그대로 입니다. 보라색 학교에 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날은 일치감치 도시락을 먹고는 방송부였던 친구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강제로 틀게하고(일종의 뒷거래 같은)
우산을 받쳐쓰고 굳이 `산책`하러 운동장을 나갔습니다.
멋진 우산을 사는건 따로 멋부릴때가 없는 우리들에게 있어
자기표현을 할수있는 수단이기도 했구요...
당시 이엔씨, 무크, 미치코런던 같은 메이커들의 우산이 유행했습니다.
하여튼 기분좋게 받쳐들고는 유쾌한 강아지들처럼 들떠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주고받으며 오후수업을 알리는 종일 울릴때까지
걷곤 했습니다.
평소같음 비가스며드는 운동화따윈 정말 질색인데...양말이 젖는것 따윈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면이 고르지 못해 물이 약간 고인 작은 웅덩이를
일부로 발로 탁탁치며 지나가곤 했습니다.
그날 같이 있었던 친구들은 지금도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비록 다들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명은 영국에 있고...한명은 좀있다 뉴질랜드에
유학간다고 하네요..저는 물론 일본에 있고..
그치만 그날의 그 비의 감각을 기억하고 있는한 우리가 서로 마음에서 멀어질 날은
없을것 같아요.
오늘 내리는 비는 유난히 그 친구들은 생각나게 하네요..
오늘은 고전스럽게 메일 말고 편지를 써봐야지 흐흐흐.
참, 그리고 주부님들중에 당연히 천주교이신 분들도 계실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음...종교에 관심이라곤 없을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니깐
이글로 인해서 불쾌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
그럼...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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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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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앗, 이*벨 재단 다니셨나보네요. 호호. 맞나...--a 저도 고향이 부산이라.
여기는 비 안내리고 맑은 날씨인데요..서울입니다..저도 그런 학창시절이 있었네요..까마득히 잊고 있던..단짝 친구들도 생각나고..저도 오늘은 시간내서 전화 한통해서 신림동 순대타운에 순대볶음이라도 먹으러 갈까 합니다..좋은 하루 될 것 같습니다..^^ 님도 행복하세요..~~
이#벨 말구요...범일동의 데#사 라고....ㅡ ㅡ
ㅎㅎ 친구..좋죠..근데 궁금증:왜 엉덩이가 남들 2배가 되어야했는지...ㅎㅎ
헉!! 울학교 이야긴줄 알았어요..ㅋㅋ 제모교인 성*여고 줄 알았더니..데**군요..같은 재단이죠ㅋㅋ 지긋지긋한 미사..종교수업..수녀선생님..넘 익숙한 소리에..ㅋㅋ 갑자기 저도 유키님 글에 옛생각이 막납니다..아마도 유키님 나이로 보아..저의 첫사랑이었떤 홍모 수학선생님도 아실것 같은데..ㅋㅋ 모르실려나??
3년 내내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하니까 엉덩이가 2배되는 거 아닐까요? ㅎㅎ
덕분에..아련한 여고시절.. 옛추억에 한번 젖어 봤습니다..^^
muse님 설마...홍감자..홍인표 선생님? 2학년때 우리반담임인데...전 그 선생님 보단 제레미 아이언스 닮았던 수학 선생님..이 제 타입였답니다. 성#여고 출신이시면 혹시 아실지도?? 진짱님..아시면서..ㅋㅋ 먹고 자고 이 모든게 책상에서 해결되던 시절..
홍감자??감자는 따로 있었는데..체육샘!!.. 맞아요 홍인표쌤...반갑돠..눈물이ㅜ.ㅜ정말 좋아했었죠.. 그런데 내기억엔 제레미 같은 그런 멋진 쌤은 절대 없었는디..데레사라도 같은재단이라 마치 여고후배를 만난 기분이네요..예사 인연이 아닌거 같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