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차전 마지막 대국. 김지석 7단(오른쪽)은 중국 박문요 9단을 따돌리면서 3연승을 일궜다. 오는 2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3차전에서 김지석은 4연승은 물론 한국 우승까지 만들어 낼 각오다. |
■ “관건은 시간” “2판만 더 이겨보겠다.”
3연승을 거둔 김지석 7단이 2차전 마지막 대국을 끝내고 남긴 말이다. 2차전에서 일본이 전멸하고 중국 2명만이 남았으므로 자기 손으로 한국 우승을 결정짓겠다는 걸 우회적으로 표현한 재치 있는 임전 각오였다.
한ㆍ중ㆍ일 3국의 정예 5명씩이 격돌해 연승대항전 방식으로 펼치는 바둑 삼국지 제1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바야흐로 3차전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 3번째 주자인 김지석 7단은 중국랭킹 1위 탄샤오 5단의 5연승을 저지한 뒤 일본의 명인ㆍ본인방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을 쓰러뜨렸고 이어서 LG배 전기 우승자 박문요 9단까지 짐 싸 보냈다. 2승만 더하겠다는 당찬 각오는 과연 허세가 아니다.
하지만 남은 두 명의 중국 강호는 김지석 7단에게 난적이 아닐 수 없다. 씨에허 7단과 구리 9단. 누가 먼저 나올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십중팔구 씨에허 7단이 나올 것이다.
김지석 7단은 씨에허 7단과 딱 한번 대국했고 졌다. 2009년 바로 이 농심신라면배 11회 대회 때다. 당시 김지석 7단은 지금과 같은 기세로 4연승을 앞두고 있었는데 씨에허 7단에게 져 탈락했다.
“기보로 봤을 때랑 실전이랑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견실하고 침착했다. 싸워야 힘이 나는 나로선 환영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김지석 7단은 당시 답답함을 느끼던 상황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한다.
구리 9단 또한 마찬가지다. 구리 9단은 확실히 씨에허 7단의 기풍과는 크게 다르다. 김지석 7단과 같은 인파이터 스타일로 힘으로 끝장을 보자는 타입이다.
전력은 구리 9단 쪽이 씨에허 7단보다 앞서지만 ‘싸워 주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마음은 편하지 않을까.
그러나 김지석 7단은 구리 9단에게 적지 않게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상대전적은 한 번의 승리 없이 4패. 제15회 삼성화재배에서 준결승전에서 2번, 제3회 비씨카드배 8강전에서 1번, 제16회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1번이다.
“싸움 바둑이라는 면에선 구리 9단의 바둑이 내 스타일에 맞긴 하다. 분명히 나는 여러 차례 구리 9단에게 졌다. 그렇지만 지금 내 컨디션은 아주 좋다. 지난 패배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
김지석 7단은 자신감이 넘친다. 컨디션도 아주 좋다. 세계대회인 초상부동산배와 춘란배의 대표로 선발됐고 응씨배 대표선발까지 1판을 남겨 놓고 있다.
특히 응씨배 대표선발전 1라운드에서는 판에서 지고도 상대가 제한시간을 넘겨 벌점을 받는 덕에 극적인 반집승을 거두는 등 조짐도 상서롭다.
체력 보강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전에 하던 유도는 최근엔 하고 있지 않지만 테니스를 일주일에 1회 한다.
운동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지속해야 하는 직업이라 체력 관리는 필수. 김지석 7단은 “요즘 날씨가 추워서 운동을 그나마 덜 하는 편이다”라며 웃는다.
4연승째에 도전하는 김지석 7단이 진정으로 승리의 관건으로 삼는 건 바둑 내적인 요소가 아니라 제한시간이다.
근래 제한시간 3시간 언저리의 대국을 소화할 일이 많았기에 그보다 적은, 제한시간 1시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시간 안배, 그리고 수읽기 리듬을 어떻게 잘 맞출까에 그는 몹시 신경을 쓰고 있다.
■ 한국 우승 낙관적 통산 10번째 우승을 달성하고 근래 3연속 우승을 해낸 한국. 이번 대회의 우승 전망도 밝다.
김지석 7단이 연승 중이여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데다 그 뒤로 원성진 9단과 이창호 9단이 버티고 있어 2명뿐인 중국에 비해 수적으로도 우세하다.
원성진 9단과 이창호 9단의 상승세도 좋다. 원성진 9단은 지난해 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세계대회(삼성화재배) 우승을 했다. 그 결승 무대에서 꺾은 상대가 지금 3차전에 남은 중국 기사 중 한 명인 구리 9단이다.
이창호 9단은 며칠 전 LG배에서 준우승했다. 한ㆍ중ㆍ일이 모두 참가한 세계대회에서 10연속 준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비록 중국 신예 강자 장웨이지에 9단에게 졌지만 준우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최후의 무대에 오르기 전 한ㆍ중ㆍ일ㆍ대만의 무수한 기사들은 탈락했다. 계속해서 결승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 자체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창호 9단의 저력이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농심신라면배에서 지난 12년간 이창호 9단은 최종 선수로 9번 나와, 그 중 8번 한국 우승을 결정지은 바 있다 그 과정에서 90%가 넘는 승률(19승 2패)를 보였다. 이창호 9단은 이번 대회에 다시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했다.
3차전은 21(화)~24일(금)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농심신라면배는 1회 대회부터 6회 대회까지 한국이 6연속 우승했고, 7∼9회 대회에서는 일본, 한국, 중국이 한 차례씩 우승을 나눠 가졌으며, 10∼12회 대회는 한국이 3연속 패권을 차지했다.
전기 대회에서는 부장(副將)으로 출전한 최철한 9단이 막판 4연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통산 10번째 우승을 확정 지은 바 있다.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재)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주)농심에서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2억원이며 제한시간으로 각자 1시간에 60초 초읽기 1회를 준다.
○●... 한ㆍ중ㆍ일 3국 대표 - 회색은 탈락자 한국 : 이창호 9단, 원성진 9단, 김지석 7단, 강유택 4단, 안국현 3단(탈락) 중국 : 구리 9단, 씨에허 7단, 박문요 9단, 탄샤오 5단, 저우루이양 5단(탈락), 일본 : 일본은 전패, 야마시타 게이고 9단, 유키 사토시 9단, 하네 나오키 9단, 다카오신지 9단, 사카이 히데유키 8단(탈락)
○●... 제1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일정 전야제 2011. 10월 10일 본선 1차전 2011. 10. 11 ~ 10. 14(베이징) 본선 1~4국 본선 2차전 2011. 11. 28 ~ 12. 3(부산) 본선 5~10국 본선 3차전 2012. 2. 21 ~ 2. 24(상하이) 본선 11~14국
▲ 지난 대회 한국 우승 당시 모습. 이창호 9단의 등판 없이 한국 4번째 선수 최철한 9단의 4연승으로 한국 우승이 결정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