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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산길 – 관악산(돌산,삼성산,팔봉,육봉)
1. 관악산 팔봉능선
나는 일찍이 미수(眉叟) 허목(許穆) 선생이 83세 때 관악산 연주대에 올랐는데 그 걸음걸이가 나는 듯하여 사람들이
그를 신선처럼 우러러보았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저 관악산은 경기지역의 신령한 산으로 선현들이 일찍부터 유람
한 곳이다. 그래서 나도 한번 이 산에 올라가 마음과 눈을 시원하게 틔우고 선현을 태산처럼 사모하여 우러르는
마음을 기르고자 했다. 하지만 오래된 소원처럼 늘 잊지 못하고 생각만 했을 뿐 세상일에 얽매이다 보니 결국 이루
지 못했다. 그러던 중 1786년 봄, 노량진 강가에서 잠시 살고 있는데 관악산 푸른빛이 거의 한눈에 들어올 듯했다.
그러자 내 마음이 마치 춤을 추듯 마구 움직여 막을 길이 없었다.
―― 번암 채제공(樊巖 蔡濟恭, 1720~1799), 「유관악산기(遊冠岳山記)」
▶ 산행일시 : 2026년 8월 2일(일), 맑음, 무척 더운 날
▶ 산행코스 : 관악공원 입구,돌산,칼바위,장군봉,깃대봉,삼성산(479m),삼성산(481m,통신대),삼성천,팔봉능선,
육봉능선,문원폭포,한국화학융합연구원,정부과천청사역
▶ 산행거리 : 도상 12.7km
▶ 산행시간 : 8시간 3분(07 : 17 ~ 15 : 20)
▶ 교 통 편 : 전철 이용(갈 때는 신림역에서 신림선으로 환승하여 관악산(서울대)역으로 감
▶ 구간별 시간
07 : 17 – 관악산(서울대)역, 산행시작
07 : 48 – 돌산(233m)
08 : 24 – 칼바위(382m)
08 : 47 – 장군봉(410m), 휴식( ~ 08 : 55)
09 : 23 – 깃대봉(446m)
09 : 29 – 거북바위, ╋자 갈림길 안부
09 : 54 – 삼성산(三聖山, 477m), 휴식( ~ 10 : 05)
10 : 28 – 삼성산(三聖山, 481m), 통신대
10 : 54 – ┣자 갈림길 안부
11 : 03 – 삼성천, 휴식( ~ 11 : 18)
11 : 40 – 팔봉능선 제1봉(350m)
13 : 00 – 팔봉능선 제8봉(549m)
12 : 45 – 육봉능선 제6봉(525m)
14 : 16 – 문원폭포(文原瀑布), 휴식( ~ 14 : 35)
15 : 00 – 화학융합연구시험원
15 : 20 – 정부과천청사역, 산행종료
2. 산행지도
이태 전에 우연히 인터넷신문에서 신자하의 시 한 수를 보았다. 시 제목이 시보다 길었다. ‘경기도 남쪽의 변승애
여사가 가냘프고 예쁘게 생겼는데, 필묵 시중들며 모시겠단다. 내 늙어서 사양하노라 하고, 또 시를 지어준다. 실로
우스운 일이다.(畿南卞僧愛女史纖小娟慧。情願以筆墨待我。旣謝以老。且爲詩贈之。實自嘲也’였다. 내용이
흥미로웠다. 마지막 구가 절창이었다.
곱게 화장한 미모에 흰 모시 적삼 차림
속마음 하소하며 아양을 떠는구나.
어여쁜 여인아, 사내 나이 묻지 마라
50년 전에 스물세 살이었느니라.
澹掃蛾眉白苧衫
訴衷情語鶯呢喃
佳人莫問郞年幾
五十年前二十三
그 신자하를 오늘 아침 관악산 입구에 걸린 안내문에서 본다. 다음은 안내문의 일부이다.
“산의 형세는 비록 태산은 아니나, 준령과 괴암이 중첩하여 장엄함을 갖추었고, 봄철에 무리지어 피는 철쭉꽃과
늦가을의 단풍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그 정기가 뛰어나 많은 효자, 효부와 충신열사를 배출한 명산으로 고려시대
의 강감찬 장군과 조선시대의 신자하 선생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라 하겠다.”
강감찬 장군이야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에 나오니 알았지만 신자하 선생은 낯설었다. 조선 후기 최고의 한시 대가
이자 예술가인 자하 신위(紫霞 申緯, 1769~1845)이다. 창강 김택영(滄江 金澤榮, 1850~1927))이 찬한 <연보>에 의
하면 “그가 어려서 경기 시흥의 자하산 별야(別墅)에서 수학했으므로 ‘자하(紫霞)’로 자호했다” 한다. 자하산 별야
(시골 별장)는 현재 행정구역으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의 관악산 자락(서울대학교 정문 및 호수공원 일대)을 뜻한
다. 예전에는 관악산을 자하산이라고도 했다.
그의 「아미산(峨眉山)」이란 시가 어쩌면 관악산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아미산은 중국 사천성 서남에 있는
해발 3,099m의 산 이름이다.
봉우리가 감돌아 반쯤 구슬인양 내보이니
산마루 겹치고 겹쳐 긴 눈썹 아련히 보이누나.
아리따운 자태 바야흐로 마지아니하니
봉창을 옮기며 자주 의지하는 때로다
峰回露半規
嶺疊隱修眉
姿態方未已
蓬窗徙倚時
(신위(申緯) 지음, 김갑기 옮김, 『申紫霞詩集』, 지만지한국문학, 2017)
오랜만에 관악산을 가기로 사당역에서 관음사와 마당바위를 지나 연주대를 생각했으나, 근래 관악산의 정기가 좋다
는 말이 돌아 정상인 연주대 쪽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붐빈다고 하여, 그 외곽을 돌기로 한다. 서울둘레길의 기점
이자 종점이다. 관악산공원 입구는 물론, 돌산 오가는 길은 조깅 나온 젊은이들이 많다. 씩씩한 그들을 보니 괜히 내
걸음이 빨라진다. ┣자 갈림길 물레방아는 아직도 돌지 않는다. 오른쪽 계단 길로 든다. 곧 돌길이 나오고 장승거리
를 지난다. 산불방지천하대장군도 있다.
3. 관악산공원 진입로
4. 장군봉
5. 돌산 가는 길
6. 돌산 국기봉, 날이 맑으면 멀리 북한산이 보이는데 오늘은 연무에 가렸다.
7. 칼바위 국기봉
8. 원추리(萱草)
9. 앞 왼쪽이 큰 삼성산, 뒤쪽 멀리는 관악산 연릉
10. 맨 오른쪽이 팔봉능선, 그 왼쪽은 학바위능선
11. 앞은 작은 삼성산 국기봉, 그 뒤는 수리산
12. 깃대봉 동릉 연꽃바위
왼쪽 사면을 약간 돌아 지능선에 올라서고 한적한 산길이다. 가파른 오르막에는 어김없이 데크계단이 놓였다. 이정
표가 안내하는 등로는 돌산을 직등하지 않고 왼쪽 사면 돌기를 계속한다. 인적이 뜸한 능선을 붙들까 망설이다가 -
거기는 손맛 보는 긴 슬랩을 몇 군데 오른다 - 햇볕을 고스란히 이고 오르게 될 터라서, 좋이 하늘 가린 숲속 길을
간다. 덥다. 덥다 하니 더 덥다. ┳자 갈림길. 오른쪽이 돌산 0.23km이다.
관악산에 국기봉이 11개라고 한다. 이를 종주하는 거리는 22km에 달한다고 한다. 돌산(‘옥문봉’이라고도 한다)도
그중 하나이다. 나는 오늘 국기봉 6개를 오를 것이다. 어느 국기봉을 막론하고 오르내리기가 퍽 조심스러운 암릉
암봉이다. 돌산 역시 바윗길 0.23km이다. 배낭 벗어놓고 들른다. 태극기 펄럭이는 돌산이다. 돌산에 오르면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등이 그림처럼 보였는데 오늘은 연무에 캄캄 가렸다.
돌산을 내려 칼바위를 향한다. 숲속 서울둘레길이다. 평탄한 등로가 당분간 이어진다. 곳곳이 아담한 바위가 산재한
쉼터다. 가파른 오르막은 데크계단이 놓였다. 데크계단 옆으로 옛길이 구불구불 돌아 오르고, 그리로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꼬박 데크계단을 오른다. 칼바위 국기봉. 슬랩과 릿지다. 예전에는 직등했지만 오늘은 곁눈질로 넘는
다. 게을러졌다. 오른쪽 잘난 등로 따라 오르고 계단참에서 뒤돌아 지난날 내 자취를 살핀다.
칼바위 지나 조망명소에 잠시 머물러 서산대사의 호기를 흉내한다. ‘만국도성은 개미집 같고, 그 집에 사는 호걸들
은 하루살이 벌레(萬國都城如蟻蛭/其家豪傑若醯鷄)’. 암릉과 맞닥뜨리고 이 구간은 위험하여 폐쇄하였으니 왼쪽
데크계단으로 오르라고 한다. 어차피 조망은 연무에 가렸다. 그에 따른다. 좀 더 가면 장군봉이다. 나무숲 그늘에
들어 휴식한다. 얼음물이 맛있다. 너무 맛있다. 이게 탈이다. 배가 부르도록 한없이 먹히니 말이다.
오른쪽이 ‘전망대(흔들바위) 460m’이라는데 연무 핑계하고 그냥 간다. 운동장바위 내리고 ┫자 갈림길 야트막한
안부는 깔딱고개다. 가파른 데크계단 오르막이 이어진다. 등로는 깃대봉 오른쪽 사면을 돈다. 데크계단이 끝나고
이어지는 돌길 오르막 왼쪽에 깃대봉을 직등하는 소로가 보인다. 아무렴 직등한다. 등로 주변에 활짝 핀 원추리가
무리지어 힘내시라 응원한다. 국명 원추리(Hemerocallis fulva (L.) L.)는 중국명 훤초(萱草)에서 발음이 변하였
다는 설이 유력하다.
원추리는 망우초(忘憂草, 근심을 잊게 하는 풀)라고도 한다. 중국 《시경》의 〈위풍(衛風) · 백혜(伯兮)〉 편에
원추리(여기서 ‘諼(훤)’은 ‘잊다’라는 뜻이며, ‘諼草’는 훗날 풀 초(草) 변이 붙은 ‘萱草(훤초, 원추리)’의 어원이 된다)
가 등장하는데, 먼 타향으로 떠난 남편을 오매불망 그리워하며, 독수공방하는 아내의 애절한 심경을 담은 노래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焉得諼草 言樹之背 어찌하면 원추리를 얻어서 북쪽 뒤꼍에 심어볼까
願言思伯 使我心痗 그리운 우리 님을 생각하느라 내 마음에 병이 들었네
가파른 슬랩을 고정 밧줄 잡고 트래버스 하고, 바위 턱 올라 깃대봉 국기봉이다. 왼쪽에 우회하는 등로가 있으나
직등한다. 약간 까다로운 암릉이다. 이때만큼은 불볕더위를 잊는다. 깃대봉 길게 내리면 거북바위 ╋자 갈림길 안부
다. 아스팔트포장도로는 통신대를 오르고 삼막사로 내린다. 삼성산은 잠시 아스팔트포장도로 따라 통신대 쪽으로
가다 오른쪽 산허리 도는 소로를 가야 한다. 능선에 오를 때는 가파른 돌길을 지난다.
이곳에는 삼성산이 두 개다. 통신대가 ‘큰 삼성산(三聖山, 481m)’이고, 능선 따라 0.5km 정도를 더 간 상불암 위쪽
에 있는 암봉이 ‘작은 삼성산(477m)’ 국기봉이다. 삼성산의 삼성은 원효, 의상, 윤필 세 분을 말한다. 다니러간다.
숨은 암릉 길이다. 불볕에 한껏 달구어진 암릉이다. 바위에 떨어지는 땀방울이 곧바로 마른다. 쇠사슬 붙들어 슬랩
오르고, 양쪽 난간 잡고 릿지 지나 ‘작은 삼성산’ 국기봉이다. 건너편 수리산 태을봉과 수암봉을 바라보고 되돌아간다.
13. 가운데가 학바위능선
14. 깃대봉 동릉 연꽃바위
15. 멀리 가운데는 수리산 수암봉, 왼쪽은 태을봉
16. 왼쪽은 작은 삼성산, 오른쪽 통신대가 큰 삼성산
17. 팔봉능선 제2봉 오르는 슬랩
18. 팔봉능선 제4,5,6봉
19. 관악산 정상부
20. 필봉능선 제7봉
21. 육봉능선 제3,4,5봉
22. 맨 오른쪽이 육봉능선 제6봉 국기봉
암릉이 숫제 불판이라 되돌아갈 때는 숲길을 우회로라 여기고 한참 내렸더니만 상불암 가는 길이다. 다시 되돌아
오른다. 데미지가 크다. 너럭바위 그늘에 들어 가쁜 숨을 고른다. 그러고서 암릉 길 직등하여 ‘큰 삼성산’이다. 무너
미고개 가는 길. 통신대 철조망 따라 왼쪽으로 길게 돌고, 통신대 정문 앞 임도를 내리다 이정표 안내에 따라 숲길로
든다. 넙데데한 사면에 길이 많아 헷갈린다. 살 붙은 능선에 오르면 눈앞에 관악산의 남북능선이 병풍처럼 펼쳐
보이고, 왼쪽 골 건너에는 연꽃바위가 화사하다.
뚝 떨어져 내려 ┣자 갈림길 안부다. 무너미고개는 좀 더 가야 하지만 팔봉능선을 오르려면 여기가 가깝다. 오른쪽
얕은 골짜기로 5분 정도 내리면 삼성천 상류 계곡이다. 이런 일이, 낭패다. 계곡 물이 바짝 말랐다. 물 고인 데조차
없다. 이곳을 몇 번이나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내 깐에는 이곳에서 세면탁족하며 점심을 먹고 기운을 차린
다음 팔봉능선을 오르려고 여태 벼렸는데 그만 틀어지고 말았다. 팔봉능선 오르는 발걸음이 한층 팍팍하다.
팔봉능선 팔봉은 어느 봉 하나 거저 오르내리지 않는다. 시종 긴장하여 사족보행 한다. 나는 그중 제1봉이 가장 힘
들다. 긴 오르막에 슬랩도 두 군데 지난다. 제2봉 오르는 슬랩도 만만치 않다. 다른 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아깝도
록 재미났는데 오늘은 된 고역이다. 제3봉에서 바라보는 제4,5,6봉은 경치로 팔봉의 하이라이트이다. 제6봉까지는
일로직등하고, 제7봉은 왼쪽 사면 우회로로 길게 돌아 넘는다. 안부 그늘에 배낭 벗고 휴식한 다음 한 피치 슬랩
올라 ‘제8봉 국기봉’이다.
관악산 남북주릉이다. 오가는 사람이 없다. 곧장 육봉능선을 향한다. 이제 크게 힘쓸 오르막은 없다. 길게 내리다
소원바위 오르느라 잠깐 멈칫하고 남동쪽으로 방향 틀어 슬랩 내렸다가 데크계단 오르면 육봉능선 ‘제6봉 국기봉’
이다. 우선 데크전망대에 들러 사방 일람하고 나서 휴식하다. 손맛 다시고 슬랩을 내린다. 바위틈이나 돌부리 홀더
가 충분하다. 또한 능선 좌우에 우회로가 있다. 안내문은 안전하게 우회로로 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제3봉 내리막은 30m 가파른 슬랩이다. 이 슬랩은 오르기보다 내리기가 더 겁난다. 왼쪽 우회로로 내린다. 가파른
돌길이다. 등로 약간 비킨 연습바위에는 초보 암벽꾼들이 공부하고 있다. 골로 갈 듯이 떨어지다가 사면 길게 돈다.
제2봉과 제1봉은 암릉 오른쪽 아래로 우회한다. 이 암벽도 연습장인지 볼트가 곳곳에 박혀 있다. 이번에는 차라리
곧장 암릉을 내리는 편이 나았다. 우회로가 더 험한 암릉이다. 온몸 곡예 부리며 내린다.
안부에 내려서고 ┫자 갈림길 왼쪽이 문원폭포 가는 길이다. 문원폭포 보러간다. 금방 문원계곡이고 조금 더 오르면
막다른 계곡 곧 문원폭포다. 물줄기가 가늘다. 마르기 직전이다. 문원폭포 옆 반 암굴은 ‘주호암’이다. 기도처이다.
문원폭포가 물이 많을 때 이곳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수렴(水簾)을 드리운 것 같은데 오늘은 휑하다. 내 가져온
물 3리터가 고갈된 지 오래라 폭포수를 받아 마실까 하다가 기도드리려고 온 보살님 두 분에게 약수터가 어디인지
물었더니 자신들의 가방에서 생수를 꺼내주신다. 감로수다.
문원폭포 아래 조그만 소가 대중탕이다. 나도 자리 비집어 세면탁족한다. 물이 미지근하다. 문원 하폭포 아래는 소
가 더 크다. 거기도 대만원이다. 문원계곡을 내린다. 계류는 복류하는지 말라붙어 너덜이고, 간혹 사람들의 말소리
들리는 깊은 계곡은 물이 고여 있는 소이다. 사방댐 지나고 화학융합연구시험원 울타리 따라가서 대로에 내려선다.
정부과천청사역 1.25km. 산중 슬랩 버금가는, 불볕을 이고 가는 험로는 끝나지 않았다.
23. 맨 오른쪽이 팔봉능선 제7봉
24. 육봉능선 제5봉
25. 육봉능선 제5봉, 맨 왼쪽 멀리는 바라산
27. 관악산 남릉
28. 관악산 케이블카능선
29. 육봉능선
30. 문원폭포
32. 무궁화, 정부종합청사 울타리 지나며

첫댓글 저도 무너미고개에서 식수 보충 하려다가 왠지 물소리가 가깝게 들리지 않아 그냥 지나쳤습니다.
팔봉 육봉 바위가 뜨거웠지요...?
가뭄으로 문원폭포도 쪼그러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