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치고는 헤비급이다. 하루 종일 치근거린다. 가을 장마인가 보다.
앞 건물 물 받이에 습기를 머금은 빗소리가 정겹다.
비가 오니 길 고양이들이 난리다. 인적이 없는 골목을 고양이들이 비를 피해서 어딘가로 흩어진다.
도시들 곳곳이 집 없는 고양이와 강아지로 범벅이다.
여름이 지나면 그들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얌체 같은 인간들이 버리고 간다.
그들은 동물을 버리고 간 것이 아니라, 마음을 버리고 간 것이다.
겁 먹은 눈동자를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도 많다. 비가 오면 노가다를 나가지 못한 그들이 한국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거리를 돌아다닌다.
도시는 비가 오면 더욱 쓸쓸해진다.
오늘은 비가 와서 막걸리를 사러 가지 않아서 그냥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빗소리에 잠이 깨고 일 층에 내려가 담배를 한 대 피고 의자에 앉아서 덜 깬 잠을 달래다가 올라왔다.
요리를 했다. 오랜만의 요리다.
멸치와 건새우를 넣고 청량고추를 넣고 치즈 두장을 넣고 간장을 넣고 볶았다.
굉장히 맛있다. 빠른 스피드와 간결함을 중요시 하는 나의 요리는 아무래도 경지에 오른 것 같다.
여전히 하품이 가시지 않는다. 아무래도 잠을 더 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