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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iloveyou'
여시들 안녕 나는 0n년도 부터 여시를 하고 있는 고인물 중의 고인물인 삼시야 ... ㅎ..ㅎ..
예전부터 콧멍에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고민 많이 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각잡고 적어보려고해. 조금 긴 글이 될수도 있을거 같은데 항목(?)을 나름 나눠서 써볼게 쭉쭉 내리면서 궁금한 부분을 찾아서 읽어도 될거 같아.
그리고 내가 쓴거 읽다 보면 나랑 가깝지 않은 주변인들도 어? 이거? 하면서 누군지 대충 알수도 있을거 같은데 알게 되더라도 모른척 해주길 바래.... ㅋㅋ...
일단 나는 2015년도부터 2019년 지금까지 꼬박 5년째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환자야.
어떻게 병원에 가게 됐는지 정말 우울증이 고쳐지기는 하는건지, 우울증과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등의 증상은 무엇인지, 내가 겪었던 것들에 대해서 적어볼게. 내 이야기가 힘들어하고 있는 여시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이니까 정답을 절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해줘!
* 병원에 가게 된 계기 - 공황장애가 와서.
나는 좀 예민하고 기질자체가 우울한 사람이야. 근데 그걸 이겨내고 풀어내는 수단이 글과 종교였어. 내가 우울증 있다고 이야기 하면 나랑 정말 친한 친구들조차 처음에는 가벼운 우울증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겉보기엔 밝고 쾌할한 사람이야.
그런데 내가 처음에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받은 첫 진단은 아주 심각한 중증 우울증이고 최소 6개월 이상 약물치료였어. 그리고 결과지를 보면서 선생님이 이 정도면 인지능력이랑 집중도가 평균 이하로 나와야 하는데 결과가 평균이상이라 놀랍다고 이야기 할정도로 심각했어. 여튼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핵인싸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밤마다 집에서는 우울한 감정을 곱씹는 그런 20대를 보냈고,. 여러환경때문에 정신력과 책임감으로 버티고 살았어. 기대고 의지할 곳이 없으니까 내 나름대로 참고 삭히며 살았지. 그런데 스트레스가 쌓이고 내가 소화시킬수 없는 지경이 되자 터지게 된거야.
공황장애는 어느날 갑자기 뜬금없이 찾아왔어. 대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애들하고 놀고 강의실에 들어와서 앉았는데 갑자기 강의실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참을수가 없는거야.. 그 직전에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날들 중에 하나였어. 도저히 강의실에 앉아서 강의 들을수가 없을거 같아서 그대로 뛰쳐나가서 큰 길을 한참이나 걷고서야 진정이 됐고, 그날 바로 내 주변에 있는 정신과를 찾아보기 시작했어.
* 우울증이 생긴? 이유 - 가정 환경
내가 우울증이 생긴 이유는 어떤 하나의 큰 사건 때문은 아니야. 일단 내 기질 자체도 우울했지만, 쉽게 말하면 나는 사는게 힘들었어. 자세한건 밝히고 싶지 않아서 말할수 없지만. 약간 기구하다고 보면 기구한 인생이야. 병원가기 전에 상담센터 두군데를 다녔었고 각 10회기 이상 상담을 받았는데 그 곳 선생님중 한명은 내 이이기 들으면서 우셨고 (원래 상담자는 그러면 안되는데..) 또 어떤 분은 사연이 너무 절절해서 책으로 써도 될거 같다고 하셨어. 그냥 그정도로 삶이 전반적으로 평탄하진 않았어.
내가 말할수 있는 것만 말하면 일단 나는 엄마랑 애착 관계가 잘못 형성되었어. 기형적인 친밀함이고, 내가 엄마의 보호자의 역할을 했었어. 신혼초 아빠의 외도로 엄마의 신뢰가 깨어졌고 그게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로 결혼생활이 이어졌어. 나는 엄마한테 아빠대신이자 엄마 삶의 보상 같은 존재였어. 아빠는 나한테는 좋은 아빠였지만 엄마한테 좋은 남편은 결코 아니었어. 그것 외에도 가정 환경이 정말 특별했는데 이거까지 밝히면 진짜 내 신상을 완전 적나라하게 오픈하는것과 다름없어가지구.. 여기까지만 말할게.. 특별한 환경 때문에 TV에 나온적도 몇번 있어. (참고로 부부 관계가 불안하면 자녀들은 전쟁을 겪는것과 같은 트라우마와 고통에 시달린대 (책에서 본 내용이야) ) 여튼 이런저런 상황들 속에서 내 나름대로 어떻게든 멘탈을 붙잡고 살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결국 터질게 터진거지.
* 2n 년동안은 대체 어떻게 멀쩡하게 살았는가? - 종교, 글쓰기, 책읽기, 쇼핑 등등의 배출구를 통해
나는 성인 되고나서 엄마와 관계가 비정상적이라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나중에 엄마처럼 내 자녀에게 집착하고 싶지 않아서 가정, 상담과 관련된 책을 엄청 많이 읽었고, 또 종교 생활도 정말 열심히 했어, 내 나름대로 음악을 듣고 걷고 울기도 하고, 우울한 감정을 글로 풀어내기도 했고, 혼자 영화보러도 많이 다니고 쇼핑중독, 인터넷 중독에도 걸려 있다고 스스로 생각 할정도로 돌파구들을 이것저것 찾아서 숨을 쉬려고 노력했어. 많이 먹거나, 많이 자거나, 적게 먹거나 적게 자거나 이런게 우울증의 한 증세라고 하잖아. 나는 거기에 다 해당됐어. 그러면서도 학교도 잘 다니고, 일도 잘 다녔어.
* 쳐음 병원에 갔을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 갑자기 맹장 터져서 병원에 간 기분
우리는 몸이 아픈거 같은면 일단 약을 먹다가 안될거 같으면 병원을 찾잖아. 그것처럼 나는 마음도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 일단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에 동의하던 사람이었고, 그치만 내 우울증은 병원 갈 정도는 아닐거라 생각했지. 어쨌든 남들처럼 살긴 사니까. 근데 공황장애 증세가 나타났을때 아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병원에 간거야.
* 병원에 가서 가장 좋아진 것? - 약물치료, 모르던 증상들의 발견
그래서 나는 우울감이 있다고 하거나 우울증이 있는거 같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무조건 병원을 추천해 . 내가 다녔던 두군데의 상담센터는 (학교 연계, 종교 시설연계) 상담해주시는 분들이 전부다 나한테 해결책을 제시해줬어. 그런데 상담의 기본은 내담자에게 해결책이나 정답을 제시해주지 않는거야..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기를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의 기본인데..ㅠㅠ.... 좋은 상담센터도 있지만 나는 만나지 못했고, 병원 상담이 난 더 좋았어. 그리고 약... 약이 좋았어. 정말.. !!!
위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가서 여러 검사를 했고 결과를 보고 선생님은 약물치료를 최소 6개월 이상 해야 될거 같다고 했어 그러면서 하셨던 말씀이 이거였어. 약물은 일단 고장 난 호르몬을 억지로 정상수치로 맞춰주는 거라고 하셨어. 그래서 약을 먹고 일단은 얼른 빨리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해주고 (사회 생활 해야하니까) 상담으로 개선해나가자고 했어. 그리고 그때 무슨 그래프를 보여주셨는데, 우울해지면 사람이 무기력해지잖아. 그 이유가 호르몬 때문이라고 설명해주셨어.
사람이 전쟁과 같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순간 그 상황을 이길수 있는 비정상적인(?) 호르몬이 분비된대, 그리고 이후에 그 호르몬을 진정시켜주는 B라는 호르몬이 나와서 이 호르몬을 진정시켜주고, 이런 상호작용?을 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극심한 우울증 환자들은 이게 고장나는 거래. 늘 전쟁과 같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비정상적인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고, 그걸 진정시키는 호르몬도 계속 분비되고 이 두개 호르몬이 분비되는 양이 같으면 안되는데 만성 우울증 환자들은 그 분비 수치가 같다고 하더라구.. 그런 호르몬의 작용으로 만성적으로 무기력하게 된다고 하셨어. 5년전 기억이라 완벽하게 정확하진 않지만 그래프를 보며 그런 식으로 설명해주셨어.. 그러니까 우울증으로 인한 무기력은 개인의 잘못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외부적인 도움이 필요한 호르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것..1 그래서 나는 병원과 약물치료를 적극 추천해..! 하지만 이것역시 내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이라는 것 꼭 꼭 기억해줘..!
* 우울증과 함께 갖고 있던 불안장애와 수면장애
그렇게 병원 치료를 시작하면서 나는 나에게 수면장애와 불안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1) 수면장애
일단 수면장애는 지금까지도 잡아보려고 선생님이랑 애쓰고 있지만 잘 안잡히고 있는데 .. 우울해서 수면장애가 오는 경우는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혹은 잠을 전혀 안자는 거야. 현실회피+스트레스로 인한 현상인거지. 너무 많이 잔다는게 좀 오버해서 말하는게 아니라 나는 정말 24시간을 잔적도 있어. 풀로 자는게 아니라 잠깐 깨서 물 마시고 화장실 갔다가 다시 자고 이런식으로. 근데 이게 한달에 하루이틀? 주말에만 이러는게 아니라 일주일에 삼일 이런식으로 되는거지.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당연히 불가능하지..
그리고 잠을 안잔다는건 한숨도 못/안자고 일상생활을 하는거야. 낮에도 자는게 아니야. 왜냐면 나는 그때 사무직 일을 하고 있었거든. 그냥 밤새 여시하거나 망상읽거나 드라마 정주행하다보면 회사갈 시간이 되는거야 그렇게 회사가고, 밤이 되면 자야되는데 다시 여시하고 드라마나 영화보고 날새고 회사가고 잠은 지하철이나 버스같은데서 잠깐 자고 이런식인거야. 최대 2박3일까지 그렇게 했던거 같아. 주말되면 몰아서 자고. 끼니는 당연히 제대로 안챙겨 먹지.
또 다른 증상으로는 꿈을 너무 생생하게 꾼다는 거야. 나는 대체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면 요즘도 그래. 꿈이 얼마나 생생하냐면 자고 일어나도 생각나고 어젯밤에 꿨던 꿈을 오후에 병원 상담가서 선생님한테 설명할수 있을 정도로. 심할때는 인생을 두 타임 사는 것처럼 느껴질정도로. 이건 수면의 질이 안좋을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더라고. 그 외에도 3시간 이상을 쭉 이어서 못자는 것도 있어. 낮잠도 안자고 커피도 안마시는데 그러는거야. 낮에 아무리 움직이고 활동해도 11시에 약먹고 누웠는데 새벽 3시,4시에 깨면 약간 절망감이 들기도 해. 그치만 많이 좋아지고 있어! ^^
2) 불안장애
나는 내가 불안 장애 있는줄도 몰랐어. 나는 물건을 잡을때 간혹, 혹은 가만히 손을 들고 있으면 손이 떨렸거든. 그래서 장난처럼 친구들이랑 수전증 있다고 이야기 하고 그랬는데 병원 다니면서 그 증상이 싹 사라졌어. 손 떨리는게 지속적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심각한게 아니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불안장애의 한 증상이었더라고. 그리고 엄마와 애착관계 형성이 잘못되어 있던게 내 스트레스의 큰 원인중에 하나였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오면 약간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조건 심장이 쿵쾅쿵쾅뛰고, 엄마 전화 못받으면 바로 콜백해야하고 그거 못하면 심장 쿵쾅거리고 그 모든게 불안장애의 현상이었고 난 불안장애인줄 몰랐어, 병원에 가서 알게 된거지.. ㅎㅎ
* 약물 치료의 과정
약물치료는 처음에는 일주일 단위로 이루어졌어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나눠서 약을 먹었어 아침에 10개정도 되는약을 먹고 저녁에는 4개정도 되는 약을 먹었어. 초반은 거의 잠에 취해 있었어. 나는 그때 당시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병원에 간건데 약물치료를 시작하니까 너무 졸리고 그래서 교수님들께 내 상황을 오픈하고 많이 배려를 받았어.
병원은 일주일에 한번씩 갔고 15분상담이 기본이었는데 나는 금방 30분-45분 단위로 늘어났어. 비용은 이후에 설명하겠지만 그때 일주일에 10만원씩 깨졌음 ㅠㅜ. 여튼 병원가서 선생님하고 한주동안 기분 어땠는지 잠은 잘잤는지 그런거 이야기하고, 약을 바꾸고 그런 과정을 거쳤어. 약은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 그런 것들이 었고 내가 일상 생활을 할수 있는 적정한 수치를 찾아 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용량과 갯수가 달라졌어. 처음에는 아침 저녁에 먹는 약 다 합쳐서 하루에 20알씩 약 먹었던것 같아. . 초반엔 아침마다 혈액순환제도 같이 먹었었어. 불안장애가 심해서! 지금 그 약 안먹은지는 2년은 된거 같아. 지금은 총 4개의 약을 먹어 요즘엔 기분은 안정감을 찾아서 항우울제는 1알만 먹고 신경안정제랑 수면관련된 약까지 합쳐서 총 4알의 약만 먹고 있어. 지금 선생님과 내 목표는 약물치료를 중단하는 건데, 줄이다가도 수면질이 떨어지면 수면에 관련된 약을 올리거나 좋아지면 내리거나 이런식이야. 그리고 지금은 2주정도 약물 반응 지켜보고 있구..!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약을 끊어라, 약에 의존하면 안된다. 부작용있다 이런말 많이들 하는데 나는 그냥 복약지도 받으면서 먹기로 결정했어. 그리고 중간에 약물치료가 지겨워질때, 아 나는 도저히 우울증에서 벗어날수가 없나? 이런 생각들때 그런 생각을 했어. 갑상선 항진증이나 고혈압 당뇨처럼 육체적인 질병이 있는 사람들도 평생 약을 먹으며 살잖아. 그것처럼 나는 그냥 우울증이 고질적인 병이 된거구나. 그냥 평생 그렇게 약먹는다고 생각하자. 하고 먹기로 했어. 그러니까 또 별거 아닌것처럼 느껴지더라구..
그리고 내 주변에 이대에서 상담 대학원 석사까지한 지인이 나 약물치료 시작 했을 초반에 그런 이야길 해줬어. 약물치료는 기브스 같은 거라서 약을 끊을때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우리가 오랫동안 다리 같은곳 깁스 하고 있으면 재활하는것 처럼 약물치료도 꼭 그런 과정이 필요하니까 약은 잘 챙겨먹으라고 했었어. 약물 치료를 시작한 여시가 있다면 병원을 바꾸더라도 의사 쌤과 상담해서 줄이는걸 추천하고 싶어..!
* 비용은?
나는 일단 2015년에 이미 이십대 중반이었고 필요한 보험은 다 들어놓은 상태였어. 그리고 취직에도 정신과 병력 상관없을거 같아서 보험으로 치료 받았어 그치만 일주일에 8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비용이 들었어. 내가 의료법은 잘 모르는데 신경정신과는 비급여 항목이 많은가봐 ㅠㅠ 그리고 상담비용이 비쌌던거 같아. 상담이 짧으면 비용이 좀 적게 나왔던 걸로 기억해! 그리고 중간에 2018년인지 2017년 후반인지에 의료수가제가 바꼈어 그래서 요즘엔 40분 상담에 2주일치 약 타는데 2만원 안나와! 많이 싸졌어!
아 그리고 초진은 아직 비슷한거 같아 검사 항목이랑 종류에 따라 다른데 보통 15만원 - 20만원정도 드는듯. 나는 15만원 들었어!
* 병원 다니고나서부터 증상이 점점 나아졌나요? - 놉.
나는 우울증 치료에는 기복이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게 사람을 포기하게 만든다고도 생각하고, 어떤 날에는 상담과 약물은 이미 충분하고 내 의지만 남았는데 내가 의지가 없어서 이 병을 이기지 못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좌절이 될때도 있었고, 2주에 한번씩 병원을 갈때는 일주일 동안 집밖에 안나가고 씻지도 않고 침대에서 생활하고 화장실가고 허기만 가실정도만 먹고 히키코모리처럼도 살기도 했어, 자살시도도 해봤지. 근데 살아 있지.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선 상담의 도움을 진짜 많이 받았어. 상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해. 여튼 병원에 다닌다고 해서 증상이 천천히 상승곡선이 되는건 아냐 왜냐하면 우리 인생에 있는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우리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잖아. 그렇기 때문에 오르락 내리락하더라고. 그러니까 지금 병원 다니고 상담받고 치료 받고있는데 제자리 걸음 하고 있는 여시들에게 그게 실패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
* 상담하면서 가장 좋았던것 - 못해도 괜찮아.
나는 상담 선생님이랑 잘 맞아. 좋은 선생님을 잘 만났어. 내 이야기 들으면 내 주변친구들도 선생님 소개 받고 싶다고 할정도로. 나 상담해주시는 선생님은 약간 시니컬한 느낌인데 이게 나한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 나는 추상적인 사람이었거든.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볼게 '선생님 전 정말 달리기를 잘하고 싶어요 근데 잘 안되서 힘들어요' 'ㅁㅁ씨가 생각하는 달리기를 잘하는 건 무엇인가요?' ' 100미터를 9초에 뛰는게 잘하는 건데 저는 그렇게 못달려요. 다른 사람들은 9초인데 저만 12초에요. 저는 아무리 해도 9초로 달릴수가 없어요' '9초로 달리는게 ㅁㅁ씨에게 왜 중요한가요?' 이런식으로 누가 보면 시비거는거 같게 보일수도 있는데 ㅎㅎ.. 나는 선생님이랑 저런식으로 본질은 찾아가는 질문과 답들을 많이 했던거 같아. 정말 최근에 했던 상담을 그대로 적어볼게.
'선생님 요즘 사는게 나쁘진 않은데, 그래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요. 삶의 목적이 뭔지 모르겠어요. 제 삶의 의미가 뭔지 이젠 모르겠어요' '세상에 사는 사람들 중에 삶의 의미를 매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에요. ㅁㅁ씨는 지금 목적을 잃은거지 의미를 잃은건 아니에요. 지금 아무것도 안하는 이 시간도 분명 의미가 있어요'
이런느낌이야. 시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수 있도록 해주는거지. 나는 한가지 방향으로만 사건을 바라보도록 사고가 고정되어 있고, 그게 나를 자꾸 갉아먹는데 선생님은 자꾸 그걸 자극해. 왜 잘해야 하죠? 잘하는게 뭐죠? 잘못하면 안되나요? 모두를 만족 시켜야 하나요? 모두를 만족 시키는 사람이 있을까요? 등등 이런 질문들로...! 그래서 나는 약물과 나에게 맞는 상담 선생님을 만나는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
* 그렇다면 5년의 시간동안 여시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
나는 상담을 다니는 5년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어. 17, 18년에 부모님 두분 다 투병하시다 돌아가셨고, 지금은 혼자서 살고 있어. 스무살때부터 자취하기도 했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좋은 친구들이 정말 많아서 잘지내고는 있지만 15년도부터 상담과 약물치료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거라 생각해. 그래서 나는 자기가 우울증인거 같다거나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볍게 병원에 가보는걸 추천하는 편이야.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우울증을 감기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갔고, 병원에 다니면서 약물치료를 하면서는 아 내가 고혈압 환자처럼 평생약을 먹어야 할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 그런데 우울증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재밌는 일이 생기더라고. 나는 여지껏 사는게 참 힘들었고 인생이라는게 고달픈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늘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괴로운데 다들 살아가는걸까 궁금했거든. 근데 우울증이 많이 괜찮아지니까 사는게 참 가볍더라고, 사람들이 그럭저럭 살만하니까 안죽고 사는거였구나. 사는건 살만한거였구나 싶더라고.
근데 그 상태가 쭉 지속된게 아니라 우울증 증상이 좀 심해지고 다시 사는게 버거워지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 나는 신체 장애를 가진 사람들처럼, 내 마음에는 장애가 있는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귀가 안들리고 눈이 안보이고, 발 한쪽이 불편한 채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 처럼, 나는 우울증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사는 삶을 조금 버겁게 살아가야하는 마음의 장애를 갖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게 평생 고쳐지는게 아니구나. 이런생각.
그리고 부모님 두분다 떠나보내고 혼자서 다시 자리를 잡고 정신을 차리니까 이게 또 힘들더라고. 처음으로 입원을 권유 받았고, 아예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친척들과 상의 하고 모든걸 중단하고 쉬고 있어. 그러면서 요즘 내가 느끼는건, 나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 같다는거야. 부모님 두 분다 투병하시다 돌아가셨고, 내가 대소변까지 수발을 다 들었거든. 그때 부모님은 그냥 식사하시고, 숨쉬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었어. 그런 사람한테 그 누구도 달리라고, 뛰라고, 돈을 벌어 오라고 하지 않잖아. 그저 옆에서 더 머물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잖아. 그냥 그것처럼 지금 내 마음도 그정도로 힘들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내 마음 상태로 따지면 나는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자구나. 그런 나한테 왜 너는 남들처럼 일상을 살아내지 못하느냐고 다그치지 말아야겠다 생각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좀 편하더라. 씻어야지, 외출해야지, 청소해야지, 이게 아니라. 방 한번 물티슈로 닦으면 와 잘했다. 한끼 챙겨먹으면 와 잘했다. 이렇게 스스로를 그냥 잘했다 잘했다. 아픈데 참 잘했다. 이렇게, 그렇게 지내니까 씻고 먹고 외출하는게 많이 가벼워지더라구.
여기까지가 5년동안 우울증과 씨름하고 있는 내 이야기였어. 여시들에게 얼만큼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 우리 선생님은 나한테 운동하라거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거나 그런말 아예 안하셔. 그것도 할만한 사람한테 하시는 것 같더라구 나는 그냥 병원만 잘오래 ...ㅋㅋ 여시들도 스스로에게 그렇게 괜찮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운동 하면 좋지만, 못할수 있고 내가 그걸 할수 없는 상태구나 내가 힘들구나 그냥 다독거려주면 어떨까 싶어.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아닌 강조를 하자면 병원은 꼭 갔으면 좋겠구, 약물의 도움과 상담 치료 병행하는거 정말 추천하고 또 추천해.
그리고 내가 자게에도 적었지만 우리 선생님이 해줬던 말들 중에 내가 제일 인상깊게 남은 말을 여시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내가 죽고 싶다고 염불 외던 시즌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
"ㅁㅁ씨, 죽고 싶다는건 사실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냥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 뿐이지"
나는 이 말을 듣고, 어쩌면 나는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라서 죽고 싶단 생각을 하는 거란 생각을 했어.
지금 우울과 불안으로 힘들어 하는 여시가 있다면 어떤식으로든 꼭 외부의 도움을 받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걸음에 내가 쓴 글이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 긴 글읽어줘서 고마워 :)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면 알려줘... 고칠..고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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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1년정도 치료중이야ㅎㅎ
여시글에 위로를 얻고가 고마워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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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야 나 이제 치료 시작하려는데 연어하다가 위로 얻고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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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 글 진짜 잘썼다 정성껏 써줘서 너무 고마워 또 읽으러 올게
여시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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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된다 여시야. 좋은글고마워
여시야 고마워 병원을 가보는게 망설여졌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 내일 가봐야지
고마워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