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시진핑 믿어야”… 친중에 되레 역풍
[대만 총통선거 D-1]
여당 “시진핑-대만 중 선택하는 선거”
제1야당 후보 “나와 노선 달라” 진화
친(親)중국 성향의 마잉주(馬英九·사진) 전 대만 총통이 “시진핑(習近平)을 믿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만 총통 선거가 요동치고 있다. 이 발언이 마 전 총통이 소속된 제1야당 국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커지고 있다.
11일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들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전날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평화적 대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시 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만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중국 위협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의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反)중국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이 발언을 문제 삼아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마 전 총통이 지난해 4월 중국을 방문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유례없는 환대를 받았다는 점까지 꺼내들어 국민당을 압박했다.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는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시진핑을 믿느냐, 대만을 믿느냐의 선택”이라면서 “중국의 선거 개입이 성공해 중국 지시를 받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만의 민주주의는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때 국민당과 단일화를 추진했던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柯文哲) 후보도 마 전 총통을 겨냥해 “시 주석보다는 자기 자신을 믿는 게 더 안전하다”고 비꼬았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 후보는 “나와 마 전 총통의 중국 노선은 조금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다. 허우 후보는 “대만의 민주와 자유 시스템을 지킬 것”이라면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부총통 후보인 자오사오캉(趙少康)도 “무조건 신뢰가 아닌 조건부 신뢰”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김철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