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가 다 되어 과속해 바보의 일터에 도착한다.
그를 내려주고 주차비 없는 용추계곡으로 간다.
벌써 차들이 많은데 산행객들보다 계곡에 물놀이하는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점심을 챙겼지만 2시가 지나면 돌아와야 하니 3시간 반정도 산행이다.
골치로 올라간다. 계곡을 편백숲을 오르다가 육화되고 있다는 늪지 옆길은 편하다.
골치에서 사자산 3.4km를 보고 오른쪽으로 걷는다.
땀이 흐르자 모기들이 윙윙거린다.
스틱을 한쪽으로 모으고 나뭇가지를 꺾어 양쪽 어깨를 치며 오른다.
산은 항상 힘들다. 이런 체력으로 공룡능선을 걸을 수 있을까?
길 가에 버섯들이 많은데 내가 아는 건 누렁빛이 나는 영지버섯 뿐이다.
저걸 따려면 이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
50분 못되어 한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니 띠풀 정자가 있다.
더 가려다가 물을 마시고 배낭에서 찌그러진 초코파이 하날 먹는다.
힘을 내어 다시 작은 산 하날 넘어 웅치 휴양림 가는 삼거리를 지난다.
12시가 지나 원추리가 흔들리고 있는 사자산에 도착한다.
사자 두봉 걷는 걸 또 포기하고 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꺼낸다.
맥주 하날 훌짝이며 점심을 먹으며 자꾸 사진을 찍는다.
완도 생일도 백운산을 가보지 못했다.
금당의 바위 능선들도 걷지 못했다.
사자두봉 뒤로 월출산 가본 지도 꽤 되었다.
사자산과 흐릿한 무등을 보고 건너편의 일림산 줄기도 보다가 내려온다.
12시 반이 지난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힘이 난다.
산 두개를 쉬지 않고 넘는다. 무릎을 꿇고 누련 영지버섯을 딴다.
언제 따야 하는지 어떤 약효가 있는지 모르지만 술을 담궈야겠다.
골치 정자 아래엔 한떼의 여성들이 모기를 쫒으며 양쪽 스틱 위로
나뭇가지를 흔들며 오는 날 쳐다본다.
용추계곡에 들러 온몸을 씻고 싶지만 사람들이 많아 손만 씻는다.
막 2시가 지난다.
용추의 서어나무 숲을 지나 덕림 솔밭 입구에서 푸른 논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있는데
바보도 마무리 중이라고 사무실로 오라고 전화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