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으로 온 나라가 열기로 가득하다. 이중열돔이라는 용어도 나온다. 그냥 덥다. 웬만하면 나가지 않는다. 나가도 양산쓰고 아주 천천히 걷는다. 요즘은 남자들도 양산을 쓴다. 전혀 낯설지 않다. 금요일은 더 더웠다. 왠걸 토요일 아침 아파트 입구 도어가 열리는데, 공기가 시원하다. 입추가 지났다고 하루만에 이렇게 공기가 바뀌다니, 삼성역까지 걸어 갔는데도 땀이 살짝 맺혔을 뿐 흐르지는 않는다.
강변역에 도착하니 솔봉님의 오지버스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살짝 늦게 도착한 수담님 태우고 화천으로 고고씽! 농담도 하고,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지식의 보물창고인 오지버스 뒷자리. 이야기 하다 지쳐 살짝 졸고 나니, 벌써 화천에 도착한다. 화천이라는 곳은 알기만 하지 정확한 위치는 관심이 없었다. 오늘 지도를 보니 춘천 위에 철원 양구 사이에 있다. 화천 위는 휴전선이 아니라 철원과 양구가 막고 있다. 연천, 철원, 화천, 양구 너무나 생소한 지역이다. 오지산행이 아니고서야 갈 일도 없겠지만.
산골마을 폐교를 지나 오늘의 들머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햇살은 강하나, 습기가 없어서 인지 상쾌하게 출발한다. 오늘 가야할 사명산은 1198.6 미터, 시작점은 200미터, 1000미터를 올려야 한다. 이 여름날에. 누가 줄을 그었나?
일단 오른다. 시작부터 급한 오름이다.
400미터를 오르는 동안, 바지 아랫단 까지 젖을 정도로 땀을 쏟아냈다.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다. 팀원들도 그 급한 오르막을 쭉 쭉 오르는 것을 보니, 다들 컨디션이 좋은 듯 하다. 고도 600미터 구간부터 임도까지는 편안한 오름으로 이어진다. 이때 부터 산들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람이 다르다. 바람에 열기가 없다. 바람불어 주니 대기의 텁텁함이 싹 가신다. 역시 절기를 이기는 날씨는 없구나!
오늘 자연님의 부재로 인해, 시리얼과 멸균우유를 가져왔지만, 다올님이 밥을 , 일보님의 샌드위치를, 하늘비님의 과일후르츠를 나누어 주시어 모자라지 않은 점심을 먹는다. 약하지만 살랑 살랑 바람이 부는 짙은 나무그늘 아래서, 팀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한다.
점심 후 또 다시 오름이 이어진다. 오지길이다. 풀숲 헤치고, 지그재그로 오른다. 암릉도 몇군데 지나고, 길이 없어 이리저리 돌기도 하며, 계속 오른다. 900미터 즈음 부터 조망이 트인다. 오전에 살랑거리던 바람이, 오후에는 제법 쎄게 불어준다. 불어 오는 바람으로 인해, 오르막이 훨씬 수월하다.
길이 없다보니, 각자의 길을 가기도 하고, 삼삼 오오 뭉쳐서 가기도 한다. 1000미터 구간에 다다랄 즈음 나타난, 암름에서 나는 왼쪽으로 오르는 그룹에 속해 있었다. 그쪽으로 일보님, 다올님이 먼저 올랐다. 너무 가파르다 보니 나무나 풀도 안보인다. 오른쪽 바위도 너무 가팔라 발 디딜곳이 없어 우왕자왕 하는사이, 사계님이 아주 가파른 왼쪽 사면을 조금은 어렵게 트래버스하여 간다. 나도 그쪽을 따라간다. 아~~~ 나는 더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가파른 사면에 내 왼쪽발만 아주 얕은 경사면에 걸치고 만 있고, 오른쪽 발은 디딜 곳 없어 허공에 떠 있다. 왼쪽 손으로 겨우 희미하게 삐져나온 돌부리를 잡고는 있으나, 오른쪽 손은 둘곳이 없어 스틱잡고 사면에 붙이고만 있다. 아픈 어깨 때문인지 힘은 점점빠져가고, 여기서 몸을 움직이는 순간 바로 아래로 미끄러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움직이다 떨어지면, 균형을 잃어 다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이자세 그대로 미끄러져 내리는 수밖에 없다. 아래 평지 까지는 5미터는 안되어 보이니 많이 다칠 것 같지는 않지만, 중간에 나무가 있어 거기에 걸리며, 머리가 아래로 떨어질까 걱정다. 내가 사면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자, 사계님이 허겁지겁 다시 돌아왔다. 나를 잡으러 오신단다. 한사코 말린다. 오지마시라고. 괜히 나 때문에 다치실까 염려된다. 그래도 위험 무릅쓰고 오셔서 스틱을 강하게 땅에 박아, 힘빠진 왼손 잡을 곳 만들어 주신다. 왼손은 고정했다. 발은 디딜곳이 없으니 손으로 올라야 한다. 사계님이 내 오른쪽 스틱을 가져다 두번째 손 잡을 곳을 만드니, 그제서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사계님 덕분에 상처하나 없이 그 구간을 지나왔다. 땀과 흙이 범벅이 된 내 모습에 팀원들이 꽤 놀랜다. 사계형님 악동사계형님. 오늘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빽빽한 수풀헤치며 얼마나 올랐을까? 갑자기 조망이 확 트이며, 등로를 만난다. 사명산 정상이다. 숲이 빡빡하여 정상으로 바로 오르지 못하고, 정상 오른쪽으로 올랐다. 오랜만에 사면이 뻥뻥뻥뻥 뚫린 조망을 본다. 눈이 시원하고, 가슴도 시원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시원하다.
줄 그은 데로 내리는 수밖에 없다. 급경사를 가파르게 내린다. 바짝 마른 경사면은 돌과 흙이 범벅이다. 중력에 의해 어쩔수 없이 미끌려 내린다. 나무가지 잡으며 위태 위태 갈지자로 떨어지는 속도 줄이며 내린다. 나무가지 부러지면서 자빠지기 일수다. 그리고 가끔 위에서 팀원들이 어쩔 수 없이 굴리는 돌들로 인해 깜짝 깜짝 놀란다. 큰 돌 하나는 내 1미터 뒤로 빠르게 굴러 내린다. 아찔하다. 이런길 내릴때는 일렬로 내리지 말고 가능한 옆으로 펼쳐서 내리면 좋겠으나 선택이 별로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가능한 팀춴들과 겹쳐 내리지 않기 위해 혼자 왼쪽으로 더 간 방향으로 내리는데, 앞에서 뭔가가 꿈틀 거린다. 뱀이다. 꽤 큰 살모사다. 올해 본 두번째 뱀인데, 머리들고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이 몸이 펴지면 나는 물리는 것이다. 나의 비명아닌 비명소리 듣고 다올님이 왔다. 다올님은 살모사 사진을 찍는다며 다가간다. 난 무서워 빨리 자리 벗어난다.
뒤에 있는 철책을 넘어야 최단거리로 내려갈 수 있다. 이미 누군가 넘나들었던 흔적을 찾아 거기로 넘어간다. 먼저 넘어간 나는, 영희언니 넘어오는 것을 잡아 드렸는데, 몸이 새털같이 가벼웠다. 아~~ 이런 몸으로 오지등산을 계속 이어나가는 영희언니 대단하십니다. 그다음 넘어오는 대간거사님 배낭을 받았는데. 이것도 새털같이 가벼웠다는.
나머지 200미터 내려 잘 닦인 농로따라, 아직은 뜨워운 햇살을 받으며 하산을 완료한다. 내려오니 설봉님이 에어컨 켜 놓고 우리를 기다린다.
8월 첫주는 대부분 목욕탕들이 휴가이거나 수리를 한다. 여기도 마찬가지. 화천 시내 인근 찜질방 샤워실에서 비싼 목욕비 내고 샤워만한다. 사장 아주머니가 영화배우 김부선이 즐겨입을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나마 위로는 되었다. 수담님이 제일 좋아하신다.
오늘은 더덕주 제조 최강 듀오가 있다. 절구질 달인 다올님과, 더덕주 짜기 달인 오모님. 숯불닭갈비에 더덕주의 환상의 조화로 인해 3잔을 마셨는지 4잔을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지금 산행기쓰고 있는 몸 상태를 보니 3잔은 넘었을 듯하다.
에피소드
I. 어제 닭갈비 추가 주문을 허락해 주신 신가이버대장님께 감사인사 전합니다.
II. 찜질방 가격을 1천원으로 할인 받았습니다. 김부선 스타일 옷을 입은 사장님께!
II. 마지막으로 사계형님! 어제 정말 형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 했어요.
첫댓글 가을의 첫산행인 사명산 힘들게 오르다
쉴때 불어주는 바람은
완전 꿀바람 이었지요.
맑은하늘과 멋진조망
최고로 즐겁고 행복한
산행 이었습니다.
맛있는 꿀바람이었습니다.
글 솜씨가 작가데뷔 해야겠어요,
스릴 넘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