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통문] 텃밭의 냅둬작물, 돼지감자
[김재광 농부]
김재광 농부 (kakiru@pressian.com)
[김재광 농부]
최종 학력 생태귀농학교 25기를 고리로 전국귀농운동본부와 인연이 되었으니 연식이 제법 되었습니다. 귀농 교육은 받았지만 도시로 귀농, 도시농부로 지내면서 '풍신난 농부들 카페'를 운영한 지도 벌써 햇수로 9년이 됩니다.
여기서 '풍신난'은 "모양새나 짜임새가 볼품이 없다"는 뜻을 가진 전라도 말 '풍신나다'에서 온 말로, 사물에만 쓰며 사람을 대상으로는 대체로 쓰이지 않는다 합니다만, 전업농이 아닌 도시농부들이 주로 주말에 텃밭농사를 그것도 친환경 3무 농법(무농약, 무화학비료, 무검정비닐)으로 재배하다 보니 관행농, 상업농에 견주어 모양새가 어설프고 볼품없고 작고 못생긴 작물들이지만 나름 도시농부들이 열심히 가꾼 소중한 작물들이라 붙인 친숙한 단어 '풍신난'. 그래서 그 속에서 자란 건강한 작물들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 또한 대단하지요.
이번 호에 소개해드릴 돼지감자도 '풍신난 돼지감자'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말 모양이 제각각 볼품없는 돼지감자랍니다. 종류도 다양합니다.
▲ 흰색과 자주색이 섞여 있는 돼지감자. ⓒ김재광
지난해에 풍신난 구산 노루뫼농장, 이른 봄에 캐고 난 자리 심지도 않은 돼지감자가 그야말로 태평 냅둬농법으로 자라 9월 중순부터 화려하게 변신을 했습니다.
토종이냐 변종이냐 풍신난 도시농부인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몇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자라고 수확하니 국내산은 틀림없습니다.
지하 땅 속에서는 이렇게 볼품없이 자라는 풍신나는 돼지감자가 지상에서만큼은 그야말로 이쁘고 멋지기가 환상입니다. 지하 땅 속에 열린 감자와 지상부에 핀 꽃잎이 어쩌면 이리도 차이가 나는지 정말 엉뚱하기 짝이 없어 또 다른 이름 '뚱딴지감자'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재광
* 풍신나기 그지없는 돼지감자차 만들기
추운 겨울철을 보내고 캐낸 돼지감자라야 좋습니다. 돼지감자의 약효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나서 얇게 썰어 생으로 먹는 것이 최고입니다.
손수 빚은 막거리 삼양주와 함께 밭에서 즉석 안주로 최고! 바로 캐서 먹어서 그런가요? 달달하니 식감이 좋습니다.
돼지감자차를 만들기 위해 갑오년 삼일절에 수확해온 돼지감자를 씻습니다. 깨끗이 씻어내기가 쉽지 않네요. 대여섯 차례 꼼꼼히 씻어내고 그날 저녁에 잘게 편 썰기 시작!
다음날 아침 건조망 두 개로 자연건조합니다. 춘래불사춘. 봄이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춥지요. 낮에는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말립니다. 마눌님은 춥다고 난리지만 "냅뒈" 큰소리칩니다.
겨울철 베란다에서 주로 낮 시간에 말립니다. 마눌님 잔소리 마이동풍 베짱 두둑 창문 열고 건조중. 일주일 뒤 모습. 잘 말라가고 있습니다.
자연 건조 시작 9일째 되는 날, 커다란 팬에 넣어 중불-약불 옮겨가며 시나브로 노릇노릇 변할 때까지 복습니다.('덖는다'는 표현도 있더군요.)
기름 없이 볶은지라 감자칩처럼 그냥 먹어도 간식으로 좋습니다. 경험상 이렇게 볶아야 차로 마실 때 더 구수한 맛이 나옵니다. 볶은 뒤 하루를 더 바싹 말린 다음 선물용으로 포장했습니다.
풍신난 도시농부로 지내며 농한기 이런저런 가공의 시간이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엉뚱하게 대변신한 돼지감자차. 추운 베란다를 꾹 참고 기다려준 마눌님과 둘이 앉아 시음의 시간을 갖습니다.
팔팔 끓인 물에 몇 조각 넣어주니 금방 갈색으로 바뀝니다. 와아! 마눌님도 엄지 쑥! 구수하니 정말 맛이 아주 훌륭합니다.
* 돼지감자꽃차 만드는 법
돼지감자꽃에 취한 지난해 시월 어느 날, 가을꽃 만들기 재료 구하러 오신 어린이농부학교 선생님이 밭 여기저기 피어 있는 돼지감자꽃을 부탁합니다. 흔쾌히 승낙하는 대신, 꽃차 만들기 과정을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정성껏 만들어 얼마 전에 고맙다고 보내주셨습니다. 함께 보내주신 꽃차 만드는 법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요1. 꽃을 따서 가장자리 노란색 꽃잎만 살며시 따서 옥당지나 천을 깐 채반에 담는다.(꽃을 통으로 덖을 때는 꽃대를 바짝 잘라 통으로 손질해두었다가 차를 덖기 전에 채반에 널어 살짝 수분을 날리는 시들림을 한다.)*옥당지 : 일반 한지보다 조금 두꺼워서 열전도율이 낮아 꽃차 덖기에 좋은 한지로 문구점에서 살 수 있다.2. 덖음팬(피자팬)에 옥당지를 깔고 꽃잎을 한 잎 한 잎 겹치지 않게 고르게 펴서 올린다.3. 덖음팬의 온도를 최초 시작점으로 올리고 꽃차 전용 나무집개로 꽃잎이 다치지 않도록 한 잎 한 잎 뒤집어가며 20분쯤 덖는다.(이때 옥당지를 통째로 빙글빙글 돌리거나 살짝살짝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온도가 균일하게 전달되어 꽃잎이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최초 시작점 : 온도 다이얼을 돌릴 때 딸깍 소리가 나면서 최초로 불이 들어오는 시점.4. 덖어진 꽃잎은 옥당지째로 채반에 올려 30분 넘게 식힌다.5. 3과 4의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한다.6. 팬 뚜껑을 덮어, 남아 있는 수분을 확인한다. 뚜껑 유리 부분에 김이 서리면 꽃잎에 수분이 남아 있으므로 한 번 더 덖어서 꽃잎 속에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다.4. 마지막으로 고온덖음으로 한 번 더 가향 작업을 한다. 이때 팬의 온도는 0과 1의 중간으로 유지하며 온도가 높으므로 타지 않도록 양손으로 재빠르게 한꺼번에 뒤적거린다.5. 상온에서 세 시간쯤 식힌 뒤 열이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 밀폐된 유리병에 넣어 열 시간 이상 더 숙성시킨 뒤 차로 마신다. 그냥 말려서 먹어도 좋지만 덖으면 맛과 향이 좋아지고 혹시 모를 위험도 예방하며 중화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다 마신 찻잎은 말려 요리나 샐러드에 넣어도 좋다.(2015년 1월 은여울)
고맙습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올봄에 제가 만든 돼지감자차도 함께 찍었습니다.
돼지감자꽃차, 은은한 향도 좋구요. 지난 가을 돼지감자의 아름다운 꽃을 그리며 마시니 경작 본능이 꿈틀꿈틀합니다.
돼지감자꽃차는 향에 깊은 맛이 있고요. 돼지감자차는 구수함에서 앞서는 것 같습니다.
여러 다양한 용도가 많겠지만 제 경험을 요약하면, 돼지감자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바로 수확해서 (1) 얇게 썰어 생으로 (2) 믹서기에 갈아 즙으로 (3) 썰어 말려 볶아 차로 (4) 늦가을에는 꽃을 가공해서 꽃차로 먹습니다.
바쁜 주말 도시농부들에게 냅둬농법으로 추천하고픈 돼지감자, 하지만 적당히 심어야 다른 작물들에게 피해가 없을 만큼 번식력이 뛰어납니다. 천연인슐린이라고 하는 돼지감자. 당뇨, 변비, 췌장, 체지방 분해에 좋다는 기록도 많이 있으니 더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 귀농통문은 1996년부터 발행되어 2014년 9월 현재 71호까지 발행된 전국귀농운동본부의 계간지입니다. 귀농과 생태적 삶을 위한 시대적 고민이 담긴 글, 귀농을 준비하고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귀농일기, 농사?적정기술?집짓기 등 농촌생활을 위해 익혀야 할 기술 등 귀농본부의 가치와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한 글모음입니다. (☞ 바로가기 : 전국귀농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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