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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水湖誌) - 138
수호지 제58회-2
호연작은 한동안 생각했다.
하지만 첫째는 호연작도 어차피 천강성(天罡星)에 속한 사람이라 자연히 의기가
투합하였고, 둘째는 송강이 예를 갖추는 모습이 아주 공손하고 하는 말이 이치에
맞으므로 한 번 탄식하고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호연작이 나라에 불충해서가 아니라 참으로 형님의 의기가 훌륭하여 따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말채찍을 들거나 등자를 받치는 일이라 하더라도 따르겠습니다.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결코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호연작을 여러 두령들에게 인사시키고, 이충과 주통을 불러
척설오추마를 돌려주게 하였다.
여러 두령들이 공명을 구할 계책을 다시 상의하고 있는데 오용이 말했다.
“호연작 장군이 적을 속여 성문을 열게 하면 손쉽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겸하여 호연작 장군의 미련을 완전히 끊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호연작을 불러 사과하며 말했다.
“송강이 성을 약탈하고 싶어서 아니라 감옥에 갇혀 있는 공명과 그 숙부를 구하려는
것입니다. 장군께서 저들을 속여 성문을 열게 해 주시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호연작이 대답했다.
“소장은 형님이 거두어주신 은혜를 입었으니 마땅히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진명・화영・손립・연순・여방・곽성・해진・해보・구붕・왕영 등
열 명의 두령을 관군 복장으로 꾸며 호연작을 따라가게 하였다.
모두 11기의 군마가 성의 해자 앞에 당도하여 호연작이 소리쳤다.
“성문을 열어라! 내가 도망쳐왔다!”
성 위에서 호연작의 목소리를 듣고, 황망히 달려가 모용부윤에게 보고하였다.
이때 부윤은 호연작을 잃고서 근심하고 있었는데, 호연작이 도망쳐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황망히 말에 올라 성 위로 달려왔다.
성루에서 내려다보니 호연작이 10기의 마군과 함께 있는데, 어두워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호연작이 분명했다.부윤이 물었다.
“장군은 어떻게 도망쳐 돌아왔습니까?”호연작이 말했다.
“제가 그놈들의 함정에 빠져 사로잡혀 산채로 끌려갔는데, 원래 저를 따르던
두목 하나가 몰래 제 말을 훔치고 저를 따라왔습니다.”
부윤은 호연작의 말을 듣고, 군사들에게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리라고 명하였다.
열 명의 두령이 성문 안으로 들어왔는데, 부윤과 마주치자 진명이 낭아곤으로
내리쳐 죽여 버렸다.해진과 해보는 곳곳에 불을 지르고, 구붕과 왕영은
성 위로 올라가 군사들을 해치웠다.
성 위에서 불길이 치솟자 송강의 대부대가 일제히 성안으로 쳐들어갔다.
송강은 급히 백성을 해치지 말고 창고의 재물과 식량만 거두라는 영을 전하였다.
감옥에서 공명과 공빈 및 공빈의 가족을 구출하고, 성안의 불을 끄게 하였다.
모용부윤의 일가족을 모두 참수하고, 가산을 빼앗아 군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날이 밝자 화재로 피해를 입은 백성을 조사하여 양식을 나누어주었다.
창고에 쌓여 있던 황금과 비단, 식량 등을 5~6백 대의 수레에 실었고,
말도 2백여 필을 얻었다.청주부 안에서 축하 연회를 열었으며, 세 산채의
두령들에게 양산박으로 함께 가기를 청하였다.이충과 주통은 사람을 도화산으로
보내 인마와 재물을 모두 수습하여 하산하게 하고 산채는 불을 지르게 하였다.
노지심도 시은과 조정을 이룡산으로 보내 장청과 손이랑으로 하여금 인마와 재물을
수습하고, 보주사를 불 태워 버리게 하였다.
며칠 동안에 세 산채의 인마가 모두 준비를 마쳤다.
송강은 모든 부대를 거느리고 양산박으로 철수하였다.
먼저 화영・진명・호연작・주동 네 장수에게 길을 열게 하고 지나는 곳마다
털끝만큼도 백성을 해치지 않게 하였다.마을 백성은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아이의 손을 이끌고 나와 향을 사르면서 절하고 영접했다.
며칠 만에 양산박에 당도하자 수군두령들이 배를 대기하고 영접하였다.
조개는 산채의 두령들을 데리고 금사탄으로 마중 나왔다.
대채에 당도하여 취의청에 모여 서열에 따라 좌정하고, 연회를 열어 새로 산채에
입당한 두령들을 축하하였다.호연작・노지심・양지・무송・시은・조정・장청・
손이랑・이충・주통・공명・공량 등 모두 12명의 두령이 새로 산채에 입당하였다.
임충이, 노지심이 자신을 구해 준 일을 얘기하며 사례하자 노지심이 물었다.
“내가 자네와 창주에서 헤어진 후 제수씨 소식은 들었는가?”임충이 말했다.
“제가 왕륜을 죽인 후에 사람을 보내 가족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아내는 고태위의
몹쓸 아들놈에게 핍박을 받다가 목을 매어 죽었고, 장인은 슬픔이 병이 되어
돌아가셨습니다.”양지가 지난 날 왕륜이 장악하고 있을 때 산채에서 만났던 일을
얘기하자 두령들이 모두 말했다.
“그게 모두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던 것이지, 결코 우연이 아니야!”
조개가 황니강에서 생신강을 약탈했던 일을 애기하자, 모두들 한 바탕 크게 웃었다.
다음 날에도 연회는 계속 이어졌다.송강은 산채에 많은 인마가 더해지자 크게
기뻐하였다.탕륭을 대장간 책임자로 임명하여 여러 가지 무기 만드는 일을
감독하게 하고, 철엽연환갑(鐵葉連環甲) 등을 만들게 하였다.
후건은 깃발과 의복을 만드는 일을 책임지게 하고, 동서남북 사방을 나타내는 깃발,
28개 별자리를 표시하는 깃발, 비룡(飛龍)·비호(飛虎)·비웅(飛熊)·비표(飛豹)의
깃발 등을 만들게 하였다.산의 사방에 돈대를 축조하고, 서쪽 길과 남쪽 길 두 곳에
주점을 더 개설하여 왕래하는 호걸을 받아들이고 관군의 동정을 탐지하여
보고하게 하였다.서쪽 길의 주점은 장청·손이랑 부부가 맡고, 남쪽 길의 주점은
손신·고대수 부부가 맡게 하였다.
동쪽 길 주점은 예전대로 주귀·악화가 맡고, 북쪽 길 주점은 이립·시천이 맡게 하였다.
세 관문에 추가로 방책을 더 세우고, 두령들을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다.
각각의 임무가 정해지자 모두 명을 준수하였다.
어느 날, 화화상 노지심이 송공명을 찾아와 말했다.
“제가 아는 구문룡 사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충 형제도 아는 사람입니다.
현재 화음현 소화산에서 신기군사 주무, 도간호 진달, 백화사 양춘과 함께
산채를 꾸리고 있습니다.지난 날 와관사에서 저를 도와준 이후로 항상 그를 생각하며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찾아가서 그 네 사람을 모두 데려와 입당시키고 싶은데,
형님 뜻은 어떠하십니까?”송강이 말했다.“나도 사진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소.
스님이 가서 그들을 데려온다면 아주 좋은 일이죠. 하지만 혼자 가지는 말고
무송 형제와 같이 가도록 하시오. 그도 행자로서 같은 출가인이니까 동행하기 좋을 겁니다.”
무송이 말했다.“형님과 같이 가겠소.”
그날 행장을 수습하여 노지심은 선승(禪僧)으로 꾸미고 무송은 수행하는 행자로 꾸몄다.
두 사람은 두령들을 작별하고 산을 내려와 금사탄을 건너 새벽부터 걸어
하루도 되지 않아 화음현 경계에 당도하여 곧장 소화산으로 갔다.
한편, 송강은 노지심과 무송에게 산을 내려가도록 허락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행태보 대종으로 하여금 뒤를 따라가 소식을 정탐하게 하였다.노지심과 무송이
소화산 아래에 당도하자 길옆에 매복해 있던 졸개가 나와 길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당신네들 두 출가인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무송이 대답했다.
“이 산 위에 사대관인이 있는가?”“사대왕을 찾아오셨다면,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내가 산에 올라가 두령께 보고하고, 내려와서 영접하겠소.”
“노지심이 찾아왔다고 전해라.”졸개가 올라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무·진달·양춘
세 사람이 내려와 노지심과 무송을 영접하는데,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노지심이 물었다.“사대관인은 어디 있소? 어찌하여 보이지 않소?”
주무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스님은 연안부의 노군관 아니십니까?”
노지심이 말했다.“그렇소. 이 행자는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이오.”
세 사람은 황망히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이름을 들은 지 오래됐습니다.
두 분은 이룡산 산채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무슨 연고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노지심이 말했다.“우리는 이제 이룡산에 있지 않고 양산박 송공명에게 투신하여
입당하였소. 오늘 특별히 사대관인을 만나러 온 것이오.”주무가 말했다.
“기왕 두 분께서 이곳까지 오셨으니 산채로 올라가시면 제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지심이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면 되지, 뭘 기다린다 말인가? 좆같이 번거롭게 하고 있네.”
무송이 말했다.“우리 스님은 성질이 급하시니까,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시오,”
주무가 말했다.“저희 세 사람이 이 산채에 있으면서 사대관인이 산에 올라온 이후로
더욱 흥왕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사대관인이 산을 내려갔다가 어떤 화공을
만났습니다.그는 북경 사람 왕의라고 했는데, 화산의 금천성제(金天聖帝) 사당에
벽화를 그려 주기로 하고 딸 옥교지와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하태수가
사당에 향을 피우러 왔다가 옥교지의 미모를 보고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첩으로 달라고 했습니다.그 하태수란 놈은 채태사의 식객이었는데 관리가 되자
탐욕이 넘쳐나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백성을 해치는 놈이었습니다.
왕의가 그 말을 듣지 않자 하태수는 딸을 강탈하여 첩으로 삼고 되레 왕의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멀리 유배를 보냈습니다. 유배 가는 도중에 이곳을 지나다가
마침 사대관인을 만나 사정을 얘기했던 겁니다.
사대관인은 두 압송관을 죽여 버리고, 왕의를 구하여 산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곧장 하태수를 죽이러 갔다가 발각되어 붙잡혀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하태수가 군마를 일으켜 저희 산채를 소탕하겠다고 하는데, 저희는 마땅한
계책이 없는 상태입니다.”노지심이 듣고서 말했다.
“그 좆같은 놈이 감히 그렇게 무례하단 말인가!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다니!
내가 그놈을 끝장내 버리고 말겠다!”주무가 말했다.
“두 분께서는 산채로 가서 상의하시지요.”다섯 사람은 소화산 산채로 올라가서
좌정하였다.주무가 왕의를 불러 노지심과 무송에게 인사시켰다.
왕의는 하태수가 백성을 착취하고 양가의 여자를 강탈한 것을 자세히 애기했다.
주무는 소와 말을 잡아 노지심과 무송을 대접했다.
술을 마시면서 노지심이 생각하다가 말했다.“하태수 그놈은 도리를 모르는 놈이니
내가 내일 가서 그놈을 때려죽이고 말겠다!”무송이 말했다.
“형님! 성급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양산박으로 달려가서 알리고, 송공명께 청하여
대부대를 이끌고 와서 화주를 쳐부수어야 사대관인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노지심이 소리쳤다.
“우리가 산채에 가서 사람들을 불러오는 동안에 사진 형제가 죽을 지도 모르잖아!”
무송이 말했다.“태수를 죽인다고 해서 어떻게 사대관인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무송이 노지심을 결코 보내려 하지 않자, 주무도 권했다.
“스님께서는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무포교님 말씀이 옳습니다.”
노지심은 초조해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이 느려 터진 놈들아! 이대로 사진 형제를
저승으로 보내란 말이냐! 자네들은 양산박에 가서 알릴 필요 없이 내가 어떻게 하는지
구경이나 해라!”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다.
다음 날 노지심은 새벽에 일어나 선장을 들고 계도를 차고서 화주로 달려갔다.
무송이 말했다.“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 이번에 가면 필시 실수가 있을 것이오.”
주무는 즉시 날랜 두 졸개를 보내 소식을 정탐하게 하였다.
노지심은 화주성 안으로 들어가, 길에서 관아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다리를 건너 동쪽으로 가면 있습니다.”
노지심이 다리에 다가가자, 사람들이 말했다.“스님! 빨리 피하시오! 태수께서
지나가십니다.”노지심은 혼자 말했다.
“내가 저놈을 찾아왔는데, 마침 저놈이 내 손아귀에 들어왔구나! 네놈은 이제 죽었다!”
하태수의 행렬이 다가오는데, 태수는 휘장이 가려진 가마를 타고 있었고,
가마 양쪽에는 열 명의 우후가 각기 손에 창과 쇠사슬 등을 들고 호위하고 있었다.
노지심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저 좆같은 놈을 때려죽이기가 쉽지 않겠군.
만약 실패하면 도리어 비웃음만 사게 되겠지.”
하태수는 가마 창문으로 노지심이 앞으로 나오려 하다가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다리를 건너 관아에 당도하자 우후 둘을 불러 분부했다.
“다리 위에 있던 뚱뚱한 스님에게 시주를 하려고 하니 가서 모시고 오너라!”
두 우후가 명을 받고 다리 위에 있는 노지심에게 와서 말했다.
“태수께서 시주를 하시겠다고 모시고 오라 하십니다.”노지심은 생각했다.
“저놈이 이제 내 손에 죽겠구나. 내 좀 전에 저놈을 때려죽이려다가 실패할까 봐
지나가게 내버려뒀더니, 저놈이 되레 나를 청하는구먼.”
노지심은 우후들을 따라 관아로 들어갔다.태수는 이미 명을 내려 대비하고 있었다.
태수는 노지심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선장과 계도를 내려놓고 후당으로 들어오면
시주를 하겠다고 했다.노지심이 처음에는 선장과 계도를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
사람들이 말했다.“스님은 출가인이라 잘 모르시군요. 관아의 후당에
어떻게 선장이나 계도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단 말입니까?”노지심은 생각했다.
“내 두 주먹만 있으면, 저놈 대갈통을 부숴 버릴 수 있지!”
노지심은 선장과 계도를 복도 아래에 내려놓고 우후를 따라 후당으로 들어갔다.
하태수는 후당에 좌정하고 있다가 손을 들어 노지심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민대가리 도적놈을 잡아라!”
양쪽 휘장 뒤에서 3,40명의 관원들이 한꺼번에 달려 나와 노지심을 붙잡았다.
- 139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