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할아버지는 파킨슨 병을 앓고 있다.
걷지도 못하시고 누워서면 생활하신다.
음식물도 잘 못 넘기시어 유동식 위주로 드신다.
무엇보다도 도무지 눈을 뜨지 않으신다.
아니 뜨지 않으시는 것이 아니라 못 뜨신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너무 딱해 보이지만
그래도 자식 복은 있으셔서 자식들 모두가 효자다.
지금은 우리가 익히 아는 공기업을 다니다 퇴직한 아드님이 돌보아주고 있다.
할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셨다.
아드님이 어찌나 살뜰이 잘돌보는지 성당 우리반 식구들 모두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드님이 성당에 모시고 나온 적이 있다. 그런데 도무지 입을 벌리지 않으셔서 영성체를 못 하셨다.
아드님이 부모님 신앙의 맥을 잇고 싶다고 올봄에 영세를 받았다.
그리고 아버님 봉성체를 신청했다.
구역장과 방문해서 봉성체를 하실 수 있을지 살펴 보았다.
베드로 할아버지는 아드님이 눈꺼플을 올려주면 눈도 뜨시고
귀에다 큰 소리로 간식을 드린다고 하면서 입술에 초콜렛을 대자
간신히 입을 조금 여셨다. 그 작은 틈으로 초콜렛을 밀어 넣어 드리자
입안에서 오물오물 초콜렛을 녹이고 계셨다.
작은 희망을 가지고 봉성체를 하기로 했다.
수녀님이 오시고 아드님이 할아버지 귀에 대고
큰 소리로 수녀님이 오셨다고 했더니
손을 움직여 옷 매무새를 만지는 것 같았다. 셔츠에 달린 자크를 올렸다 내렸다 하셨다.
그리고 살짝 벌린 입으로 성체를 밀어 넣어드렸다.
기적이었다.
살뜰이 보살피는 효자 아드님 덕이다.
미구의 닥칠 내 모습을 생각해 본다.
내 아들이 나를 그렇게 살뜰이 보살펴 줄 수 있을까?
시대가 부모가 늙고 병들면 요양원으로 보내는게 대세이니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는 바로 우리가 만든게 아닌가?
마음이 울적하다.
첫댓글 저도 부모님 병수발 하느라고 정말 힘들었어요. 그걸 애들이 옆에서 보긴 봤는데....글쎄요. 본대로 할지는 의문이에요. 그래서 이래저래 생각하다가 성경 말씀에 (인생은 기껏해야 70년 근력이 좋아서야 80년)이라고 나오니 80년 산다고 치면 이제 15년 남았습니다. 그러면 10년은 운동 열심히 하면서 내 발로 가고 싶은데 갈 수 있으면 되는 거고 한 3년은 집 하고 동네나 다니다가 2년은 노환으로 집에서 지내다 가면 될거 같습니다. 그 이상 살면 애들도 나이가 들어서 돌보기 힘들어 요양원으로 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난 15년만 더 살고 갈려고 합니다. ㅎㅎㅎ~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하여튼 생각은 그러니 자꾸 생각하면서 15년 동안 기도 하면서 지내다 보면 그 정도 소원은 하느님이 들어주시겠지요. ㅎㅎㅎ
기도하는대로 주님은 들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