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르면서 시중은행의 금리도 바닥을 차고 올라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맞춰 재테크 전략을 짜온 투자자들은 헷갈린다.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성해야 하나? 재테크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기회복·은행 '탈 자금' 위기감.. 금리인상 불러
금리 바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수출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데다 백화점 매출을 비롯한 내수판매도 호조세로 돌아섰다.
한상언 신한은행 PB사업부 재테크팀장은 "경기상승은 곧 금리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팀장은 "대세 상승을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만큼 적어도 하락세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은행들마다 더 이상 시중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저축성예금 잔액은 45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견줘 5조77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지난 연말 은행권에 분 특판예금 바람도 이 같은 우려감에 의해 나타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눈치빠른 투자자, 재테크 전략 이미 수정
실제 최근들어 시중 은행들이 속속 금리를 올리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연 3.25%)를 동결함에 따라 금리 조정 시기를 금통위 이후로 늦춘 은행들도 잇따라 금리 조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 신호탄을 먼저 쏘아올린 곳은 국민은행. 국민은행은 지난 7일부터 1년 미만 정기예금 금리는 0.05%포인트, 1년 이상 정기예금은 0.1%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6개월 만기 예금 금리는 연 3.2%, 1년 만기는 연 3.45%로 조정됐다.
하나은행도 같은 날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이어서 농협(0.1~0.15%포인트), 우리은행(0.2%포인트), 제일은행(0.3%포인트)이 예금금리를 잇따라 올렸다. 조흥, 신한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곧 금리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은행들 사이에 금리인상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일부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벌써 상황에 맞게 재테크 전략을 바꿔 나가고 있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은행 이자에 불만이 많았던 투자자들은 은행권의 높은 이자 상품을 손꼽아 기다렸다.
"특판예금 서둘러 가입해야"
재테크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예금은 단기 위주의 게릴라성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은행들마다 최근 잇따라 내놓고 있는 특판예금은 놓치지 말아야 할 좋은 먹잇감인 셈이다.
특판예금은 이미 지난 연말 한차례 바람을 몰고 온 바 있다. 작년 말부터 한국씨티은행이 판매한 최고 연4.6% 고금리 특판예금은 판매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총 1조원에 달하는 한도가 조기에 마감됐다.
이 같은 인기는 국민은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연말까지 연 3.9%의 금리로 내놓은 특판예금에는 무려 6조5000억원이 몰렸다. 이에 앞서 연 4.0% 금리를 제공한 특판예금은 2조원을 끌어 모았다. 이 두 번의 특판예금으로 8조50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이는 지난 1월 중 빠져나간 은행권 전체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합계액인 6조6500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씨티·기업은행 특판예금 금리 각각 4.1%·4.2%
한상언 팀장은 "은행들이 급격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워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단기 위주의 특판예금을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특판예금은 보통 판매되기 무섭게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입을 원하는 고객은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판매중인 특판예금은 한국씨티은행이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연 4.1%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과 최고 연 4.2%까지 받을 수 있는 기업은행의 '골든키 정기예금'이 있다. 각각 오는 22일과 28일까지 한시 판매하고 있다.
은행 금리인상 지속엔 변수 많아
하지만 은행권의 금리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 내에서 아직은 "지나친 금리 급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시중은행들도 섣불리 추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시장금리가 크게 올라 이를 반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리인상이 이뤄진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저금리 기조를 가져가되 앞으로 시장금리 추이를 살펴본 뒤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