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또하나의 경험치를 추가하는 일일 터이다.
별 일 아닌 듯 보인 교통사고는 사실 드러나는 형태, 즉 부러지거나 찢어지거나 피흘림, 차량의 무지막지한 파손 같은
지독한 현장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만만한 일은 아닌가 보다.
지난 금요일로부터 나흘째 아침에도 여전히 땀은 비오듯 흐르고 온몸이 녹진녹진, 껄적지근, 천근만근이요
어느 곳 하나 가뿐한 곳이 없는 묵직함을 전신에 기본으로 선사한다.
하여 이유불문하고 교통사고 환자라 할지라도 막무가내로 입원을 시키지 않는 정형외과를 찾은 덕분에
입원은 노탱큐, 기꺼이 통원 치료를 자처하게 되었다.
물론 어제에 이어 오늘이 이틀째로 치료를 위한 이른 아침의 운전길에는 다소 위축된 운전 행태에 스스로 웃고 말았지만
어디선가 튀쳐나올지 모르는 시골길의 운전은 그래서 늘 노심초사 주의를 해야하는 것이 원칙이어서도 조심조심.
도시를 버리고 울좋고 공기좋고 풍광이 수려한 곳으로 기거처를 옮긴 이후로
산속의 집을 나서 시내로 나가자면 마주치게 되는 모든 광경들이 익숙하여도 늘 그런 조심스런 행동으로 운전대를 잡곤 하였다.
허나 돌발상황으로 겪게 된 교통사고 후유증은 일단 더욱 더 몸사려 안전 운전을 하게 하고야 만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일찌감치 병원에 도착을 하여도 8시 반 진료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어르신들께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계셔서
1번은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대기 상태...특히나 물리치료는 그야말로 전쟁 터를 방불케 하여
일부러 일찌감치 찾아듦에도 불구하고 눈만 뜨면 달려오는 어른들의 극성에는 못당할 것 같다.
오늘은 물리치료 5번을 받아들고 배정받은 방번호에 들어가 치료받을 준비를 하자니
옆예 계신 할머니께서 간호사를 붙들고 하소연 중이시다.
허리가 어떻게 아픈지, 왜 이리 안 낫는 것인지, 도대체 효과는 있는 것인지 주저리주저리 묻고 또 묻는다.
어제도 정말 가당치 않는 질문으로 간호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짜증나게 하더만
그런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부터 전해지는 이해부족의 질문에도 아랑곳 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친절하게 마치 손녀라도 되는 양 응대하는 물리치료사가 참 예뻐보이긴 했다.
아마도 오랫동안 즐겨찾아오는 할머니, 할아버지 환자들이어서 그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제, 비×× 어쩌고 하는 제품의 베넷이 병원 로비에 걸려있길래 천천히 읽어보았던 그 제품에 대해
어찌나 할머니들의 궁금증이 폭발인지 사람마다, 여건마다, 상황에 따라 치료법이나 나아지는 강도가 다르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한번의 치료에 6만원이나 하는 걸 열번만 하면 다 낫느냐고 끊임 없이 물어대는 할머니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해부족임이 뻔한데 그걸 일일이 한 두 사람도 아니고 그 베넷을 보는 사람마다
그렇게 폭탄 질문 공세를 벌이는데 어찌 그리 죄다 응대를 해준다는 것인지, 참내 듣는 쥔장이 짜증이나더구만
그 치료사는 담담하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마치 어린애 다루듯이 노인네들을 다독이고 있다.
역시 직업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충실하여 온갖 짜증 섞일 일도 차근차근 하나하나 상대해 가며 노인들을 상대한다는 것,
쉽지 않을 일이나 아마도 대도시의 제 1차 병원 혹은 지방 소도시의 제 2차 병원일지라도 언감생심.
어느 의사가, 간호사가 그리도 도가 넘치는 시골스런 친절로 노인들을 응대할 수나 있을까 싶었다.
쥔장 역시 직업병이 발동하여 그런 상황을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묘사하는 것을 보자면
누구에게나 자신의 천직이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는 이후에 찾아든 오랜 환자의 상태도 체크하면서 그 환자의 어머니는 어떠신지, 잘 계신지 물어주며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온마음을 전하는 물리치료사를 보면서 시골 병원이 아니면 못느낄 그런 감성이 찾아들었다.
그래도 시내 중심부인데 이런 곳에서 한갓진 시골의 병원 풍광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시내에 신축된 도립 병원도 있고 중형 병원도 많고 나름 이름난 병원도 있지만
기꺼이 교통사고 전문 정형외과가 아닌 소신있는 의사를 찾아 내몸의 상태를 확인하긴 하였어도
정서가 이렇게 까지 시골스러울 줄은 몰랐다는 말이다.
3분의 시간 동안 충분히 재빠르게 환자 상태에 대한 소견을 전하고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듯 하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조촐하고 소박한 이 정형외과 병원엔 하루에 최소한 백명 정도가 찾아든다고 하니 얼마나 바쁠지는 안봐도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친절로 무장한 채 환자를 대하고 마치 이웃처럼 노인들을 공경하고 모신다.
근래 드물게 보는 광경이어서 초면이고 낯선 장면이라 거의 입을 뗄 일도 없지만
그런 장면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켜보는 환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무슨 드라마 속 인물들 같았다고나 할까?
또다른 극한직업군단을 만난듯 하다고나 할까?
여하튼 그렇게 치료를 받고 주차장으로 들어서 주차비를 내려하니 이번엔 주인 아저씨 왈
무슨 일로 그리 일찌감치 오냐고, 자기보다 일찍 오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말을 건다.
하여 교통사고로 정형외과를 다니게 되었노라고 말해주었더니
놀란 아저씨...괜찮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자기 와이프는 그렇게 일년 반이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그러니까 쉽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받으시랍신다.
아이고야...성질상 그렇게 오래는 못 견딜 일이라, 아니 아저씨 저는 웬만하면 그냥 빨리 끝내고 싶어요.
뭐 그리 오래 다닐 일이 있을까요? 정말이지 웬만하면 자연 치유력으로 견디는 것으로 지나가고
병원 싫어하는 입장해서는 그렇게 긴 시간을 투자해 병원을 들락거리고 싶지는 않긴 하다.
헌데 모믈 일일 테지.
카센타로 불려 들어간 차량이 쉽게 되돌아 올 것 같지 않으니 차량이 상한 만큼 우리의 몸도 충격파를 이겨내기 쉽진 않을 터
어쨋든 이 상황은 지켜 볼 일이지만 시골스런 병원의 오밀조밀한 인심의 의료 체계가 특별하게 느껴지던 날.
도시의 기계적이고 메마른 정서와 조금은 다른 병원에서의 한담은 여기까지....
첫댓글 병원으로 출근을 하더라도 잘 낫기만 하면 가는수고, 치료받는 수고를할만하죠.
잘 치료받고 어서 정상회복하시기를~!
ㅎㅎ 그래야 할테죠.
귀차니즘이 발동하려고 합니다만.
그래도 열심히 치료받아야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