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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송원(茶松園) 원문보기 글쓴이: 長樂山人 이종인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June 18, 2016 ~ hungryhyo
내가 좋아하는 사이트 Wait But Why에서 가장 인기있는 글 중 하나인 페르미 역설을 옮겨봤다. 너무 재미있는 글이라 사람들이 한글로 읽어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영어가 편하신 분들은 직접 사이트에 가셔서 읽으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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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參考),
‘우주에 지구인만이 유일한 생명체인가?’ 라는 논제에 대해 물리학자들도 토론했던 적이 빈번하게 있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페르미 박사와 그의 동료들 간의 토론이 있다. 그들의 토론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고려하면 다수의 고등문명이 존재해야 한다는 결론을 갖게 됐다. 그러나, 페르미 박사는 그 결론을 지지하면서도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그 의문이 던져진 순간, 페르미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논의했던 생각과 논리에는 전혀 모순이 없었음에도, 고도문명을 이룬 우주인을 주변에서 발견하거나 찾을 수 없었다는 이유 때문에, 그들은 또다시 모순(페르미 역설)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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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저자: 팀 어반 [Tim Urban]
출처: Wait But Why
누구나 별빛이 찬란한 밤에, 별빛이 찬란한 곳에서 아래와 같은 장면을 본다면 이상한 기분이 들 것이다.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1
어떤 사람들은 우주의 뛰어난 아름다움과 그 거대한 규모에 압도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난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 들며, 한 30분쯤은 정신나간 사람이 되버린다.” 어쨌든 모두들 무언가 느낀다.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 [Enrico Fermi] 또한 그 무언가 느꼈다. – “모두들 어디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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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찬란한 밤하늘은 광대해 보인다 –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 주변 이웃들일 뿐이다. 아주 청명한 밤에, 우리는 최대 2,500개의 별을 볼 수 있고 (우리은하 별 중 약 1억분의 1), 그들 대부분은 우리로부터 1,000 광년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은하계 반지름의 약 1%). 우리가 사실 보고 있는 건 이거다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2 image Nick Risinger
별들과 은하에 관한 주제를 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을 감질나게 하는 질문은 이거다. “저 밖에 다른 지적 생명체가 있을까?” 숫자로 좀 들여다 보자 –
우리 은하에 있는 별들의 개수 만큼 (1000억 – 4000억개), 비슷한 숫자의 은하계가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존재한다 – 즉, 우리 은하계에 있는 별 하나당 저 밖에 하나의 은하계가 있다. 다시 말해서, 약 10^22개에서 10^24개의 별들이 있다는 것으로, 지구 해변의 모래알 하나당 1만개의 별이 있다는 뜻이다.
과학계는 그 모든 별들 중 몇 퍼센트나 “태양과 비슷한” (크기, 온도, 밝기) 별인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 일반적으로 5%에서 20%라는 의견이다. 보수적으로 잡아서 5%라고 치고, 별들의 갯수도 적에 잡아서 10^22개라고 치면, 5해개 (5000억 * 10억개)의 태양과 비슷한 별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태양과 비슷한 별들 중 몇 퍼센트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있다 (액체상태의 물을 보유할만한 온도를 가졌으며, 지구생명체를 존속시킬 가능성이 있는 행성). 50%는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보다 보수적으로 잡아서 최근 PNAS 연구에 따라 22%로 해보자. 이는 우주 전체의 별들 중 최소 1%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라는 말이 된다. 즉, 1000억 * 10억개의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다.
따라서 지구의 모래알 하나당 100개의 지구같은 행성이 있다. 다음 번에 해변에 가면 한 번 생각해봐라.
계속 해보자. 여기서 부터는 추정해보는 수밖에 없다. 지구같은 행성 중 1%가 수십억년 동안 존재한 후, 생명체를 탄생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이 가설대로라면 지구 모래알 하나당 하나의 생명체가 있는 행성이다). 그 다음 그러한 생명체가 있는 행성 중 1%에서 지구와 비슷한 정도의 지적생명체로 진화가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관측 가능한 우주내에 1경개, 즉 1천만 * 10억개의 지적생명체를 의미한다.
다시 우리은하로 돌아가서 가장 보수적인 수치로 같은 산수를 좀 해보자. 약 10억개의 지구와 비슷한 행성과 10만개의 지적생명체라는 숫자가 나온다.
세티 (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는 다른 지적생명체의 신호를 포착하기 위한 조직이다. 만약 우리 계산대로 우리 은하내에 10만개 이상의 지적생명체가 있다면, 그 중 일부만이라도 라디오 주파나 레이저빔 또는 기타 수단을 이용해 다른 생명체와의 접촉을 시도한다면, 세티는 그러한 신호를 포착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그런적이 없다. 한번도. 전혀.
모두들 어디 있는거지?
더 이상한 점도 있다. 우리의 태양은 우주의 수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다. 저 밖에는 훨씬 오래된 별들 및 지구같은 행성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거기에 있을 문명은 우리보다 훨씬 더 발달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45억년된 지구를 가상의 80억년된 행성X와 비교해보자.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3
만약 행성X가 지구와 비슷하게 발전해 왔다면, 그들의 문명이 어디에 있을지 한 번 보자 (초록색으로 표시된 기간이 얼마나 긴지는 공룡 멸종에서 부터 현재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 오렌지색 띠를 참고해라).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4
우리보다 1천년 앞선 문명의 기술과 지식은 지금 우리 문명이 중세인들에게 느껴지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일 것이다. 우리보다 1백만년 앞선 문명은 인간의 문명이 침팬지를 보는 정도일 것이다. 행성X는 우리보다 34억년 앞서있다…
카다쉐브 척도 [The Kardashev Scale]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지적 문명을 그들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하는 것이다.
타입1 문명은 그들 행성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우린 아직 타입1 문명은 아니지만 근접해 있다 (칼 세이건 [Carl Sagan]은 우리를 타입0.7로 계산할 수 있는 수식을 만들었다).
타입2 문명은 그들 태양의 모든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의 미약한 타입1 두뇌로는 이를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 해봤다. 다이슨 반구를 생각해보자.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5
타입3 문명은 다른 둘과 비교가 안된다. 그들은 전체 은하계의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
만양 이러한 정도의 발전이 믿기 어렵다면, 행성X를 생각해봐라. 그들의 34억년간의 발전을 생각해라. 행성X의 문명이 우리와 비슷했고 타입3로 발전할 때까지 살아남았다면, 항성간 여행은 이미 마스터 했을 것이고, 심지어 전체 은하계를 식민지화 했을 것이다.
은하 신민지화를 가능케 하는 하나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수 있고, 새로운 행성의 물질들을 이용해 자가 복제하며 약 500년 정도를 버틸 수 있고, 그 다음 같은 프로세스를 반복할 두 개의 복제품을 다시 쏘아 보낼 수 있는 기계장치를 만든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프로세스를 이용하면 전체 은하계를 식민지화 하는데 375만년이 걸릴 것이다. 10억년 단위에 대해 다루는데 이 정도는 눈깜짝할 새라고 할 수 있다.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6
Source: Scientific American: “Where Are They”
추정을 계속해보자. 만약 1%의 지적생명체가 은하계를 식민지화 할 수 있는 타입3까지 살아남았다면, 우리 계산에 따라 최소 1천개의 타입3 문명이 우리은하 내에 존재해야 한다 – 그리고 그러한 문명의 힘을 생각하면, 그들의 존재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린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아무 것도 듣지 않고, 아무도 우릴 방문하지 않는다.
다들 어디 있는 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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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미 역설로의 입장을 환영한다.
페르미 역설에 대한 답은 없다 – 그저 가능한 설명들을 해볼 뿐이다. 그리고 당신이 열 명의 다른 과학자들에게 무엇이 맞는 답 같냐고 물어본다면 열 개의 서로 다른 답변들을 듣게 될 것이다. 당신은 과거의 사람들이 지구가 둥근지, 태양이 지구를 도는지, 번개가 제우스 때문에 생겨나는 지 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들으면, 그들이 원시적으로 보이나? 페르미 역설 관련 주제에 관해 우리가 딱 그렇다.
페르미 패러독스에 대해 가장 자주 토론되는 설명들을 알아 보기 위해, 일단 그 설명들을 두 개의 범주로 나눠보자 – 타입2와 타입3 문명의 신호가 없는 이유는 그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그들은 존재하지만 다른 이유들로 인해 우리가 보거나 들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설명 1: 더 높은 문명 (타입2와 타입3)의 신호가 없는 이유는 그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 1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비배타성이라 불리는 문제를 제시한다. 다시 말해 “더 우월한 문명은 존재하지만, 그들은 _____ 이기 때문에 우리와 접촉하지 않는다.”라는식의 모든 설명을 부정한다. 이들은 숫자를 들이대며, 수백만개의 더 발전된 문명이 존재할텐데, 그들 중 최소한 하나쯤은 예외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_____ 이기 때문에 우리와 접촉하지 않는다”라는 설명이 99.99%의 문명에 적용이 될지라도, 나머지 0.01%의 예외는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설명 1은 우리보다 높은 수준의 문명은 없다고 결론 내린다. 산술적으로는 우리 은하 내에만 수천개의 고도 문명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설명 1은 그들이 없을 무언가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 무언가의 이유는 거대한 필터[The Great Filter]라고 불린다.
거대한 필터 이론은 생명 이전에서부터 타입 3 문명까지 사이에 어떤 거대한 장벽이 있다고 말한다. 진화 과정에서 생명이 뛰어넘기가 거의 불가능한 어떤 단계가 있는 것이다. 그 단계가 바로 거대한 필터다.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7
만약 이 이론이 맞다면, 그 다음 질문은 그 거대한 필터가 어디에 있는가? 이다. 인류의 운명에 있어서 이는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다. 거대한 필터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세 가지의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우리는 아주 드문 케이스다, 우리가 첫 번째다, 우리는 x됐다.
1. 우리는 드문 케이스다 (거대한 필터는 우리 뒤에 있다)
우리가 가진 하나의 희망은 그 거대한 필터가 우리 뒤에 있다는 것이다 – 우리는 그 지점을 어떻게 해서인가 돌파했다. 생명이 우리 단계의 지능에 도달하는 것은 아주 드문 케이스다. 아래의 표는 우리를 포함해 오직 두 개의 종만이 그 지점을 통과했을 경우를 보여준다.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8
이 시나리오는 왜 타입 3 문명이 없는지 설명해준다. 우리가 이정도까지 온 것이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희망이 있다. 표면상, 이 설명은 500년 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을 떠오르게 한다 – 우리는 특별하다라는 생각. 하지만, 과학자들이 “선택 관찰 효과”라고 부르는 것에 따르면 자신의 특이성을 고찰하는 것 자체가 지적 생명체의 “성공 스토리”다 – 드문 케이스든 흔한 케이스든 상관없이, 그들이 하는 생각과 결론은 동일할 것이다. 우리가 특별한 케이스라는 것은 어쨌든 하나의 가능성이다.
만약 우리가 특별하다면, 언제 우리가 특별해 졌나? – 다시 말해서, 다른 모두가 통과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통과한 바로 그 지점은 어디인가?
하나의 가능성: 거대한 필터는 바로 그 시작점일 수도 있다 – 생명이라는 것이 시작한다는 자체가 엄청나게 드문 케이스일 수 있다. 생명체가 지구에 생겨나기까지 수십억년이 걸렸다. 그리고 우리는 생명체의 시작을 재현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수많은 시도를 거듭했으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이 것이 거대한 필터라면, 우리 외에 지적생명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 자체가 아예 없을 것이다.
다른 가능성: 거대한 필터는 단순한 원핵생물에서 복잡한 진핵생물로 가는 변화에 있을 것이다. 원핵생물은 등장 이후, 진화적 도약 없이 거의 20억년을 그 상태로 있었다. 만약 이것이 거대한 필터라면, 우주는 원핵생물들로만 가득차 있을 것이다.
다른 많은 가능성들도 있다 – 어떤이들은 우리가 이뤄낸 가장 최근의 진화적 도약이 바로 거대한 필터일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준 지적생명체 (침팬지)에서 지적생명체 (인간)으로의 도약은 기적적인 단계같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불가피한 “상향식” 진화를 부정한다: “진화는 어떤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가장 생태학적으로 적합하도록 발생한다. 기술적 지능으로의 진화가 지구에서 딱 한 번만 일어났다는 사실은 자연선택에 의한 이러한 결과가 아주 드문 케이스이며, 생명체의 진화에 있어서 이러한 지능이 발전이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다.
대부분의 진화적 도약은 거대한 필터의 후보가 될 수 없다. 거대한 필터가 될 수 있으려면, 완전 미친듯한 예외들이 마구 발생해야지만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10억개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정도여야 한다 – 따라서, 지구에서만 46번이나 발생한 단세포에서 다중세포로의 도약 같은 것들은 제외된다. 같은 이유로, 우리가 화성에서 화석화된 진핵생물을 발견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원핵생물에서 진핵생물로의 도약” 또한 거대한 필터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 (그 단계 전의 모든 진화적 도약은 모두 제외). 지구와 화성에서 둘 다 일어난 사건이라면, 그건 10억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미친 사건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드문 케이스라면, 그건 생물학적으로 운이 좋았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드문 지구 가설” 같은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드문 지구 가설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은 많을 수 있지만, 지구의 특정 조건이 생명체의 발달에 아주 특이하게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 우리 태양계의 특성일 수도 있고, 달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이처럼 작은 행성에 그렇게 큰 달이 있는 것은 드물다. 우리 달은 지구의 기후와 해양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아니면 지구 자체일 수도 있고.
2. 우리가 첫 번째다.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9
만약 우리가 이미 거대한 필터를 통과한 것이 아니라면, 설명 1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진 희망은 우주가 빅뱅 이 후 최초로, 최근에 들어서야 지적 생명체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는 현재 초지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일 지 모른다.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우연한 타이밍으로 최초의 초지성 문명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현상이 있다. 먼 은하계의 엄청난 대폭발을 통해 발생한 감마선이 그것이다. 소행성 충돌과 용암분출이 잦아들고 생명체의 탄생이 가능해지기 수억년 전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주가 존재한 초반에는 감마선 대폭발과 같은 이벤트들이 많았을 수 있다. 이러한 대폭발은 주변의 모든 것을 태워버려 생명체의 발생 가능성을 없애버린다. 아마도 현재 우리는 우주 생물학적 변화의 단계에 있으며, 어떤 생명체가 이 정도로 오랜 기간 진화해온 것은 처음있는 일인 것이다.
3. 우리는 x 됐다. (거대한 필터는 우리 앞에 있다.)
사진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 10
우리가 드문케이가 아니고 최초도 아니라면, 설명 1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거대한 필터가 우리의 미래라고 결론 내린다. 생명체는 종종 우리 단계까지 진화하지만 거의 항상 이 이상의 지성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미래에 있을 법한 거대한 필터는 위에서 언급한 감마선 폭발과 같은 재앙이다. 언젠가 이러한 재앙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한 방에 없애버릴 수 있다. 지적 문명이 특정 수준의 기술에 도달하게 되면, 거의 항상 스스로를 파괴해버린다는 것도 또다른 가능성이다.
옥스포드 대학 철학자 닉 보스트롬 [Nick Bostrom]이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화성에서 아주 단순한 생명체만 찾아도, 그 소식은 아주 절망적이다. 거대한 필터가 우리 뒤에 있을 가능성을 현저하게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보스트롬은 화성에서 어느 정도 복잡한 생명체의 화석을 찾는 다면 이는 “역사상 신문지상에 쓰인 최악의 뉴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필터가 우리의 미래에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보스트롬은 페르미 역설에 관해서는 침묵이 금이라고 믿는다.
설명 2: 타입 2와 타입 3 지적 문명은 어딘가에 있다. 단지 우리가 그들로 부터 아무 것도 듣지 못하는 데에는 어떤 논리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설명 2는 우리가 드문 케이스라거나 특별하다던가 최초라던가 하는 개념들을 모두 무시한다. 설명 2는 평범성 원리 [Mediocrity Principle]을 지지한다. 증거가 없는 한, 은하계, 태양계, 행성, 또는 어느 단계의 지성이든 어떤 것도 특이하거나 드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명 2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적 생명체의 증거 부족이 곧 지적 생명체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신호탐색은 고작 은하계의 0.1%에 해당하는 100광년 정도라는 것이다. 그들은 대신 다른 설명들을 제시한다. 그 중10개를 추려봤다.
가능성 1) 초지적 생명체는 우리가 여기 있기도 전에 이미 지구를 방문했다. 지각이 있는 인류는 단지 5만년 정도 존재했다. 눈깜짝할 순간이다. 그 전에 어떤 접촉이 있었다면, 몇몇 오리들이나 깜짝 놀라게 했을까, 뭐 그정도 였을 것이다.
가능성 2) 은하계는 이미 식민지화 되어 있다. 우리가 은하계의 고립된 시골에 살고 있을 뿐이다. 유럽인들이 미국을 식민지화한지 한참이 지나도록 최북단 캐나다에 사는 에스키모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고등 생명체들의 항성간 거주지는 도시화가 이미 진행되어 서로간에 소통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단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곳까지 오는 것은 그들에게 비실용적이고 의미 없을 일이다.
가능성 3) 진보한 생명체에게 물리적 식민지라는 것은 아주 웃긴 구시대적 개념이다. 별 주면 구체 모양으로 위에서 묘사한 타입 2 문명을 기억하는가? 그 에너지를 통해, 그들은 그들 자신의 모든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원의 필요을 줄이는 엄청나게 진보한 방법을 이미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은 유토피아를 떠나 차갑고 개발되지 않은 우주로 나가는데에 전혀 관심이 없다.
어쩌면 더욱 진보한 문명은 그들의 생물학적 한계를 이미 오래 전에 극복하고 두뇌를 영생의 가상 공간에 업로드 해놓았을 수 있다. 그들은 물질 세계 전체를 완전 구시대적 장소라고 여길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생물학적 죽음이 있고, 필요와 욕구가 있는 물질 세계에 산다는 것은 우리가 원시 바다 생명체를 보는 것 같을 지 모른다. 나는 영생을 달성한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질투심과 분노에 사로잡힌다.
가능성 4) 저 밖에는 무서운 포식자 문명이 있고, 이를 잘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적 생명체는 신호를 보내 자신들의 위치를 광고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는 왜 세티 [SETI] 위성이 왜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는 지 설명해 준다. 우리가 세상물정 모르는 초짜라서 바보같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외계 생명체에게 메세지를 보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외계 생명체가 우리를 방문한다면, 이는 콜럼버스가 미국땅에 도착했을 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콜럼버스의 도착은 미국 토착민들에게 불행을 가져다 주었다.” 항성간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보한 문명은 분명 이타주의적일 것이라 믿는 칼 세이건 [Carl Sagan] 조차 외계 생명체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행위를 “어리석고 성숙하지 못한 행동”이라 평가한다. 칼 세이건은 “이상하고 불확실한 세계를 처음 접한 어린이는 오랫동안 얌전히 상황을 살피며 그 곳을 알아가야 한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정글을 향해 다짜고짜 소리쳐서는 안된다.” 무섭다.
가능성 5) 지구의 인간처럼 우주에 오직 하나의 초지능 포식자 문명이 있다. 그리고 이 문명은 어떤 문명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제거한다. 아주 거지 같다. 일부 지적 생명체는 알아서 멸망하기 때문에 굳이 불필요하게 모든 문명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어떤 특정 시점을 지나 지능이 계속 발전하기 시작하면, 포식자 문명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적 생명체는 점점 자라나 퍼지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누구든 은하계에에서 지적 능력을 최초로 갖춘 문명이 독식하는 구조고 나머지는 기회가 없다. 초지능 문명은 오직 하나 뿐이기 때문에 우리가 우주에서 포착할 수 없는 것이다.
가능성 6) 우주에는 수많은 활동과 잡음들이 있지만, 우리 기술이 너무 원시적이라 알 수 없는 것이다. 마치 현대 사무실 빌딩들 사이를 거닐며 무전기를 켰는데 무전기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당연히 사람들은 무전기가 아니라 문자를 주고 받겠지) 그 빌딩들이 비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아니면, 칼 세이건이 지적한 것 처럼, 우리 정신이 다른 지적 생명체보다 아주 엄청나게 빠르거나 느리게 작동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생명체는 “안녕” 이라고 말하는 데에 12년이 걸릴 수도 이다. 이를 우리가 들으면 그저 잡음처럼 들릴 것이다.
가능성 7) 우리는 다른 지적 생명체로 부터 연락을 받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다. 내가 이 주제에 관해 알면 알수록 이 이론은 바보같이 보인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언급은 했다.
가능성 8) 진보한 문명은 우리를 알고 있으며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 (“동물원 가설”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초지능 문명은 강력한 규제 안에서 존재하고 있으며, 지구는 손상되지 않은 국립공원처럼 취급되고 있다. “만지지 마시오” 규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훨씬 똑똑한 종은 손쉽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랙의 “프라임 디렉티브” 같은 것일 수 있다. 스타트랙에서 프라임 디렉티브는 문명이 특정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때까지 초지능 문명이 접촉하지 못하도록 한다.
가능성 9) 고도 문명은 바로 여기 우리 주변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원시적이어서 그들을 인식할 수 없다. 미치오 카쿠는 이와 같이 요약한다:
숲속에 개미굴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개미굴 옆에 사람들이 10차선 고속도로를 건설 중이다. 개미들은 10차선 고속도로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 개미들이 그들 옆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존재들의 기술이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의 기술이 행성X로 부터 나오는 신호를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행성 X의 존재들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 앞서있기 때문에 우리를 계몽하고 싶어도, 이는 마치 개미들에게 인터넷을 가르치는 것 같은 것이다.
이는 또한 “타입 3 문명이 많이 있다면, 왜 그들은 우리와 접촉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된다. 피자로 [Pizarro, 잉카를 정복한 스페인인]가 페루로 가는 길에 개미와 의사소통 하려고 했을까? 개미를 너그럽게 도와주려고 했었을까? 아니면 그의 임무를 지체해가며 개미집을 파괴하려고 했을까? 개미집이 완전한지, 잘 지어졌는지 피자로에게 관계가 있었을까? 이게 바로 우리 상황일 수 있다.
가능성 10) 우리가 완전히 다 틀렸을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완전히 틀린 것들일 수 있다. 우주는 홀로그램처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뀔 수도 있다. 아니면, 우리가 바로 외계인으로 실험용이나 비료처럼 이곳에 심어진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다른 세계의 과학자들에 의한 컴퓨터 시물레이션일 수도 있다. 과학자들이 다른 생명체들은 시물레이션 상에 프로그램 해놓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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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헛된 일일지도 모를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에 있어서, 나는 어떤 의견을 지지해야 할지 모르겠다. 솔직히, 우리가 우주에 유일한 존재든, 아니면 다른 존재들이 발견되든, 어떤 것이라고 사실로 밝혀진다면 상당히 무서운 일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초현실적 이론들 중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너무나 충격적이다.
충격적인 과학적 상상력을 넘어, 페르미 역설은 나를 상당히 겸손하게 만든다. 단지 “아 맞아, 난 아주 미세하고 내 존재는 겨우 3초 정도 지속되지” 하는 식의 우주 앞에서 느껴지는 그러한 겸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패르미 역설은 다른 종류의 겸손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겸손은 인류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들이 말도 안되는 이론들을 제시하고, 의견을 자꾸 번복하고,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며 느껴지는 종류의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를 볼 때 우리가 고대의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고대 사람들이 별을 보고 천국의 반구 아래에 달린 것들이라고 하는 것을 볼 때 “와 이 사람들은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구나.” 라고 하는 것이다.
타입 2 및 타입 3 문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우리 인류의 자긍심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여기 지구에서, 우리는 조그마한 성의 왕이며, 지구를 우리와 공유하는 바보 무리들의 자랑스러운 통치자다. 어떠한 경쟁자도 없고 우리를 심판할 누구도 없는 이 거품 안에서, 우리가 어떤 종에게 완전히 뒤쳐진다는 개념은 낮설다. 하지만 타입 2와 타입 3 문명을 알아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후, 우리의 힘과 긍지는 좀 코메디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내 관점은 인류가 고립된 우주 안의 조그만 바위덩이에 앉아있는 외로운 고아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으며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틀렸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문이 살짝 열렸다.
첫댓글 ※페르미 역설
※인류가 고립된 우주 안의 조그만 바위덩이에 앉아있는 외로운 고아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똑똑하지 않으며 우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틀렸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의 문이 살짝 열렸다.
※페르미(Enrico Fermi 1901-1954)는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핵시대의 주요 개척자 중 한 사람. 원자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명확히 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통계를 발전시켰고 중성자 유도 방사능을 발견했으며 최초의 제어된 핵연쇄반응을 지휘했다.
1938년 페르미는 '중성자를 충돌시켜 만들어낸 새로운 방사성 원소를 확인하고 느린 중성자에 의해 일어나는 핵반응을 발견'한 공로로 193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후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1942년 최초의 원자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 페르미(Enrico Fermi)가 미국의 시카고대학교 실험실에서 만들었다.
아인슈타인을 도와 언자탄을 만든 유태계 물리학자,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며 나치를 피헤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행성이 4개정도 있다고 나사에서 발표 했다. 너무 먼 길이기에 인간으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