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5개 기초의회가 현재 내년 당초 예산안 또는 올해 3차 추경안을 심사 중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 소속 기초의원 일부가 서울에서 진행되는 정치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고 한다. 동구의회의 경우 민주당 소속 예결 위원장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국민의힘 간사가 대신 예결위를 맡아 진행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예결위는 예산 편성ㆍ결산을 최종 주도하는 곳이다. 불필요한 예산은 다시 삭감하고 꼭 필요한 예산은 되살리는 곳이다. 때문에 상임위가 구성돼 있지 않은 동구의회의 경우 기초의원들이 위원장을 번갈아 맡는다. 그런데 이를 내팽개치고 중앙당 호출에 맞춰 서울 정치집회에 참석했다니 지역 주민들의 삶보다 중앙당 호출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이런 상황은 다른 기초의회도 마찬가지다. 북구의회는 정도가 더 심하다. 전체 의원 8명 가운데 민주당 기초의원 3명이 내년 예산안 심의 기간 중 3일 동안 자리를 비웠다.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같은 기간 동시에 예산안 심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목적이 동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중앙당이 개최한 정치집회에 참석했을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의원도 하루 동안 예산안 심사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진보당 기초의원도 하루 예산안 심사에서 빠졌다. 북구의회 전체 의원 8명 가운데 5명이 이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입에 발린 듯 쏟아내는 말이 민생경제 아닌가. 그런데 민생경제를 가장 가까이서 살피고 챙겨야 할 기초의원들이 중앙정치판에 휘둘리고 있다. 그것도 시민 혈세와 관련된 사안들을 직접 다뤄야 할 시기에 줄줄이 중앙으로 올라가 정치집회를 벌였다. 그러니 선거 때 `유권자를 하늘같이 모시고 민심에 귀기울이겠다`고 했던 말은 일종의 유권자 기만술에 불과한 셈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해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정례회 기간에 주민 예산을 내팽개치고 `미련 없이` 의회를 비울 수 있나.
지방의원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전체 정치의 흐름을 도외시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정치적 행동에는 우선순위와 그에 따른 범위가 있다. 정치집회와 주민 혈세 심의가 겹쳤을 땐 당연히 후자가 먼저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지방의원들을 마구잡이로 불러올리는 정당 수뇌부의 對 지방 인식도 큰 문제다. 그러나 기초의원들이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하는 건 지역 주민들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