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와 띄어쓰기
崔 秉 昌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한 번도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으나
물러가기 전까지 할 일은
이사 갈 짐을 가뿐하게 줄여야 했다
출중하다거나 유별나다는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때로는
한쪽으로 치우침이 너무 깊어
도저히 길을 낼 수가 없었다
망망대해도 길은 있는데
범속한 세상에 길이 없다니
작은 생각이나 큰 생각이나
한 그릇에 담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한파특보가 한풀 꺾였다
한참만에 아침해가 떠오른다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대도
대흉 근이 꿈틀거리지 않아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이삿짐이 가뿐하기는커녕
부피와 면적이
더욱 커졌으니 말이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주제넘은 편집 증이 살았는지
머릿속이 한가득이다
제발 그만둬야만 한다는
불온한 실책이 불러온
발등에 떨어진 불똥하나
지금은 무엇으로 잠재우는가
날이 새면 하루만큼
모자란 날은 더욱 짧아지는데
그런 날은
더 이상 빈말이 틀린 것 같다
사소하게
곱씹은 말이 또 엇나가더라도.
< 2019. 02. >
2023년 1월 13일 아침 "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