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위해 타국 영토 도발한 마두로
한때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최악인 상황입니다. 석유매장량 세계 1위임에도 연료가 없어 화물차가 운행하지 못하고,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흔한 일이 됐습니다.
지금 같은 경제 파탄의 뿌리는 깊습니다. 1970년대 석유 수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남미 최고일 때도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삶은 피폐했습니다. 부패한 정권과 이에 결탁한 기득권층은 썩을 대로 썩어 외국으로 돈을 빼돌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나마 경제를 지탱하던 유가마저 1980년대 폭락하자 빈부 격차는 더 심해졌고 민생은 파탄났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자 국민의 절반 이상이 극빈층으로 전락했습니다.
1998년 빈곤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정권을 잡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다양한 복지정책을 폈습니다. 마침 2000년대 들어 유가가 오른 덕분에 가능했지만, 석유 수출에만 의존하는 안일하고 기형적인 경제 구조는 과거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결국 2000년대 후반 유가가 급락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다시 곤두박질쳤습니다.
2013년 노동 운동가 출신의 니콜라스 마두로(61·사진)가 65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유가는 폭락하는데 마두로 정권 역시 개혁 의지가 없었습니다. 국영 석유회사의 부채를 중앙은행이 막아주었고, 무상복지 정책을 밀어붙이며 무분별하게 화폐를 찍어댔습니다. 그 바람에 2018년에는 6만5370%라는 무지막지한 ‘초(超)인플레이션’을 겪었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2018년 대선에서 마두로가 부정선거를 했다며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사실상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었습니다. 현재 국민의 절대 다수는 극빈층이며, 국외를 떠도는 난민은 770만 명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은 인접국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사이에 있는 에세키보 지역을 두고 ‘역사적으로 우리 땅이었다’며 실효적 지배권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대규모 석유 매장지이자 금과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이 땅을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국제법상 에세키보는 가이아나의 영토입니다. 반발한 가이아나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자 미국과 영국이 가이아나를 지지하고 나섰고, 영국은 군함까지 보냈습니다. 무력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 모든 게 3선을 노리는 마두로의 ‘정치 쇼’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 파탄의 주범인 마두로가 한없이 곤두박질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웃 나라 가이아나를 제물로 삼았다는 겁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자칫 죄 없는 두 나라 국민들이 치러야 할지 모를 희생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할 뿐입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