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기어는 6월20일부터 6월 25일 까지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사진전 '순례의 길' 전시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사진전 '순례의 길'은 리처드 기어가 자선활동의 일환으로 기획한 전시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V-갤러리에서 오는 7월24일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그는 21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장스님을 예방하고 22일 국내 언론들과 기자회견을 했지만 23일 일정인 동화사 방문과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기 하루전, 6월24일 그는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했다. 아침마당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데 이 프로에 리차드 기어 같은 외국배우가 출연한 것은 처음 이라고 한다.
이날 리차드 기어는 가족에 대한 진한 사랑을 보였다. 아들에 대해서는 "아들이 아내를 닮아 나보다 더 공부를 잘 하고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수상도 했으며 화학적 재능이 있다"라며 아들 자랑을 하는가 하면 아내에 대해서는 "와이프는 매우 아름답고 가장 똑똑하며 내 생명의 은인이다"라고 아내에 대해 최고의 칭찬을 하였다. 그가 가족에게 항상 하는 말은 "오늘 기분어때?" 라고한다.
이러한 그의 아들에 대한 사랑을 언론들과 사람들은 '아들바보 등극'이라고 표현하며 친근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미 30년이 넘게 불교를 공부해 왔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하루에 1시간은 빠짐없이 수행한다는 그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은 수행일 것이다. 그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방문해서 “스님들이 선방에서 깨달음을 추구하지만, 사실 깨달음은 온전히 그대로 우리 안에 있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불교수행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의 불교에 대한 이해력과 수행력은 이미 많은 비디오와 기사로 볼 수 있는데 2007년 11월에 불교TV(BTN)에서 방영된 <리처드기어-현각스님의 대화>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 1시간 이상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생겼을 때 이제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더 많은 시간이 생기더라.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것 역시 중요한 수행이다. 공간은 확대되고, 시간도 늘어난다. 이 모든 것을 불법(佛法)으로 바꾸는 방법을 몰랐다면 나는 진작에 미쳤을 것이다."
"저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모든 중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여기 있다’ 이런 마음이 일어나면 그 즉시 모든 성인들의 손길을 어깨와 머리에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거대한 긍정적 에너지와 연결되면 하루 종일 힘이 생깁니다. 아주 작은 자비심을 일으키려 해도 어느 정도는 ‘나’가 없는 ‘무아(無我)’의 경지에 있어야 하고 남의 문제를 내 문제로 느끼려면 어떻게든 자기 문제를 잊어야 합니다."
아침마당을 마무리하면서 이금희 아나운서가 "인생에서 행복이 무엇인가요? 인생은 어떻게 완성되어 가는가요?"라고 질문했을 때 리차드기어는 7~8세기 인도의 고승으로 <입보리행론>을 저술하신 분으로 알려진 산티데바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우리가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불행해 질 것이고 우리가 남의 행복을 위해 살아 간다면 우리는 행복해 집니다."
달라이 라마존자님이 "나의 종교는 친절입니다"라고 불교를 설명하는 것처럼 그도 불교를 간단하고 분명하게 설명 하고 있다. 그의 망설임없이 나오는 당당한 발언은 그의 온화한 미소띤 얼굴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리차드기어가 보여준 온화한 미소와 그의 수행자적인 언행은 그가 30년동안 달라이라마를 모셔온 불교신자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는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를 '작은 달라이라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미국의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불교는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체계(Totally reliable system)”라고 말한바도 있다.
이번에 리차드 기어는 ‘순례의 길’ 사진 전시회의 수익금이 모두 고통받고 있는 티벳인들을 위해 사용된다. 그의 순수한 티벳사랑은 ‘순례의 길’ 기자회견장에서도 나타난다. 리차드기어를 초청한 주최측에서 기자들에게 정치적인 질문을 삼가해 달라고 요구하고 정치적인 질문은 통역을 하지 않겠다고도 했지만 리차드 기어는 기자회견 말미에서 자발적으로 정치적인 질문을 받겠다고 선언한다. 리차드기어는 이제까지 티벳을 점령한 중국을 비난하는 정치적 발언을 꾸준하게 해오고 있다.
그는 1993년 전세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티베트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압을 강력히 비난해 중국의 강력한 저항에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리차드 기어는 이에 굴하지않았고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해리슨 포드와 샤론 스톤, 스티븐 시걸 등이 공개적으로 친티베트 행보를 보이도록 고무하는 기폭제가 됐다. 그는 1993년 전세계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티베트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압을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고, 1997년 ‘중국 정부의 침공에 고난 받는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그린 영화 <쿤둔>을 만들도록 한 것도 그였고, 한국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달라이 라마의 방한 비자를 거부하자 “같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끼리 그럴 수 있느냐”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압박한 것도 그였고 중국정부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인들을 핍박해 유혈사태를 야기하자 “중국이 티베트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한계레신문 기자의 '연민남 리차드 기어'에서)
이러한 그의 활동으로 인해 중국정부는 리차드 기어에게 영원히 입국금지명령을 내렸다고한다.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한국이라고 그가 할말을 못할 수는 없었다. 그의 요청에 한국의 어느 기자분이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라는 질문을 했고 그는 “1988년 경 인도 다람살라의 수도원 벽화를 찍은 사진이 있는데 해당 벽화는 중국인이 티베트 여자 승려들을 고문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티베트인들의 극심한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불가능합니다(I think it’s impossible to look at these photographs and not realize the extraordinary suffering of the Tibetan people). 이 사진들을 볼 때 사진들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티벳의 정치적 상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I think when you see these photographs you have to be aware of the political situation there to understand the depth)"라고 설명 한다.
학대의 방법- 인도 다람살라의 벽에있는 드로잉과 중국군의 고문에서 탈출한 세명의 여스님(사진은 어느 네이버 블로그)
리차드 기어의 이 정치발언은 즉각 세계적인 뉴스꺼리가 되었다. 외신들은 서울 발 기사 '리차드기어 중국을 비난하다'(Gere criticizes China)라는 제목으로 재빠르게 자신들 나라로 퍼 날랐다. (실제로Gere criticizes China라는 키워드로 구글 검색을 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기사가 검색되고 있다.)
그는 야구경기도 즐기고 아침마당에도 출연하면서 온화하고 부드럽게 한국을 다녀 갔지만 그가 남기고 간 여운은 한국사회에 오래도록 머물듯 하다. 그는 편안하고 멋있는 배우, 편협하지 않은 종교인, 평화를 사랑하는 운동가, 자상한 아빠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사회에는 리차드 기어의 방문을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한국정부와 기독교계 일간신문들이다.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정치적인 질문을 못하게 한 못하도록 한 것은 분명히 대한민국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일 것이며, 세계적인 배우가 방문했음에도 그것을 기사화하지 않고 조용히 침묵을 지킨 기독교계 일간 신문들은 리차드기어가 독실한 불교신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조용기목사가 발행인으로 있는 국민일보는 리차드 기어의 사진 전시회 소식이나 방문 소식을 한번도 기사화 하지 않았고 세계일보는 리차드 기어가 한국에 오기전인 6월 8일 딱 한번 <리처드 기어 한국서 ‘순례 사진전’>이라는 제목으로 짧게 보도하고 방한 후에는 기사화 하지 않았다. 이 신문들이 리차드기어가 기독교인이었더라도 기사를 쓰지 않았을까? 리차드 기어가 달라이 라마 존자를 30년이나 모셔온 독실한 불자이기 때문에 기사화하지 않았다라는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는 힘들것 같다. 영화배우가 가진 종교 때문에 그를 취재하지 않는 일간지가 한국에 있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2011.6.25.1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