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동안, 교통사고로 인해 천근이 되어버린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음악을 듣고 있던 중에 한통의 전화가 왔다.
반가운 지인의 전화, 그러나 만날 수 없었던 그녀가 여전히 씩씩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었다.
"별 일 없죠?" 에 "아니 별 일 있어요"
왜냐고 묻는 그녀에게 지난주에 있었던 교통사고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담담히 전하는 소식에 그녀가 놀라서 "몸은 괜찮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본인은 한참 전에 에어백이 터지고 온몸이 망가지는 사고를 겪었노라면서
치료를 잘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위로를 한다.
"살다보니 별 일 다 겪죠?" 라는 말이 실감났다.
되돌아보니 무탈하게 살아온 삶이었다.
자기주도적인, 주관적 인생살이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은 당연지사 일테고
그 와중에 몸성히 별 일 없이 지나온 세월에 감사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밀린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는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다" 했다.
"왜? 뭔데요?" 뭔 일이지 싶어서 되물었다.
자기네 떡집에 대해 글을 써준 덕분에 부산에서 누군가가 인터넷에 쓰여진 글을 보고
감동받고 울컥하여 "절로 이받이 떡을 주문하고 싶어졌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인줄 알았어" 란다.
사실 그 글은 떡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우리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사연이었어서 잊고 있었지만
그 인연지기가 된 글자락 내용이 바로 부산의 그 누군가를 감동시킨 듯.
그리하여 굳이 글자락을 다시 찾아보았더니 2016년 구정 무렵에 쓰여진 글이건만
우연히 읽게 된 부산의 그녀에게는 감동코드였던 모양이다.
하여 사대명가 주인은 사돈에게 보낼 "이받이 떡" 뿐만 아니라
총각네 과일가게에서 아주 싱싱한 과일과 이받이 고기까지 자비로 구입하여 김포까지 배달해주었단다.
그런데 부산의 떡주문자는 그런 사실을 알기나 할까?
사대명가 주인이 더불어 감동하여 그녀가 주문한 떡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마음을 보태 떡 뿐만 아니라 과일과 고기까지 보태어 직접 김포까지 가져다 주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마음을 전달받은 사람은 이받이로 온 떡에 함께 온 과일과 고기 조차도
떡집주인의 차고 넘치는 감동으로 전해진 배려의 마음이 아닌
부산의 그녀가 주문 한 줄 알고 있다면 그건 참 오해인데 말이지....
사대명가 떡집 주인은 여태 부산의 그녀에게 확인도 아니하고 자랑질도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데 에효.
감동에 감동을 더한 마음을 보태 오직 목소리 하나로 전해진 주문에 떡집 사대명가의 주인이 감격하게 된 사연.
듣는 쥔장믜 입장에서는 소소한 고마움의 글자락이 오롯이 전달되어
누군가에게 울컥일 마음이 들게한다는 것이 마음 따듯했고
그런 마음들의 접점이 되어 서로 교집합을 이뤄낸다는 것.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흐뭇한 일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잠시 딴 곳으로 샜다.
어쨋거나 그러면서 "사대명가" 쥔장이 그 말끝에 바로 만든 떡을 보내왔다.
불현듯 생각나서 보내오는 정성이 또 고맙다.
바로 만든 떡을 보내온다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나 굳이 고속버스편을 이용해 보내준 덕분에
터미널에 가서 찾아들고 오는데 그 마음이 또 푸른 하늘만큼 푸르르고 너르다.
소소하지만 택배로 보내오면 시일이 걸리고 서울권이 아닌지라 퀵서비스도 어려운 곳을
기꺼이 서울에서 안성으로 터미널 버스를 이용해 보내주는 마음이 너무도 고마웠다.
암튼
아파트 안에서 아이들이 함께 자라고 어느새 다들 학교, 사회, 결혼을 거쳐 이제 나라의 주역들이 되어가고
우린 이제 뒷전에서 도망가는 세월을 잡는 중이긴 하지만
그 세월을 함께 한 지인이 있어서 문득 잘 살아온 흔적들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던 오늘.
잊거나 잊혀지거나 잃어버린 인연이 있다면 다시 한번 찾아볼 일 이겠다.
덕분에
뿌듯한 저녁이 되겠다.
첫댓글 좋은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잘 살아온 흔적과 인연을 생각해 봅니다..
살다보면 만나지는 시절인연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진정한 인연이 된다는 것은
그저 아무렇게나 쌓여진 흔적들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 어제 였습니다.
뿌린대로 거둔 아름다운 열매네요~! 감사하네요
그러니까요.
아파트에서 만나 근 사십년이 되어가는 인연지기 올시다만
자신도 휠체어 의지하는 성치 않은 몸이어도
워낙 씩씩해서 오히려 본받을 사람입니다.
@햇살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