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접어들어 연말 이웃돕기 행사가 줄을 잇고 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체, 각종 단체, 개인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불우한 이웃들과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자선ㆍ기부행사를 펼치고 있다. 모두 지역사회를 화합ㆍ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촉매제들이기 때문에 이런 행사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자선행사의 일부가 외형적인 면에 치우치고 있다. 연말 생색내기, 얼굴 알리기 심지어 세제(稅制) 혜택을 노리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일부 단체들은 행사를 마친 뒤 즐기는 유흥에 더 초점을 맞추다 주위의 빈축을 사는 일도 있다. 불우한 이웃들을 위한다며 생색용 잔치 상만 벌여 놓은 뒤 정작 자신들이 스스로 즐기는 꼴이다. 이런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드러난 곳에만 기부행위가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일부 복지시설에만 기부금품이 몰리고 알려지지 않은 개인이나 단체에는 혜택이 거의 전무(全無)한 상태라고 한다. 기부자들은 자선ㆍ기부금품이 불우 이웃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걸로 알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또 자선 행위자와 전달자가 서로 달라 그 과정에 비리가 생기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수년 전 확인된 바 있다.
연말 이웃돕기 행사도 이제 그 시기와 개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계절적인 이유야 있겠지만 지나치게 연말에 몰려 있는 게 흠이다. A 기업이 5월에 자선행사를 실시하면 B 시민단체는 추석에 실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건 어떤가. 굳이 연말에 몰려 이웃돕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또 이런 시혜(施惠)성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독거노인들은 자선ㆍ기부금품을 한 아름 안겨주는 것 보다 "누군가 매일 같이 찾아오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노인들에게는 연말에만 몰려오는 사람들보다 평소 외롭고 아플 때 찾아주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 특정한 시기에 몰려와 물품만 잔뜩 전달하면 이웃돕기를 다 한 것으로 착각하는 풍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자선ㆍ기부 행사 주최자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쪽이 마치 시혜(施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잘못된 일이다. 주는 쪽은 단상(壇上)에 앉아 있고 받는 쪽은 단하(壇下)에 서 있다면 그건 `수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쯤에서 연말 이웃돕기 행사에 대한 생각을 새로이 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의미만 퇴색될 뿐이다. `물건 주는 것`에 몰입하다 보면 연말 이웃돕기가 한 번의 생색용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연말 이웃돕기 행사의 진정성과 효율성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