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반중 이념장사 그만”… 지지율 21% 제3후보 막판 변수
[슈퍼 선거의 해, 글로벌 현장]
대만 총통선거 오늘 결전
경제-민생 파고든 제3정당 큰 관심
입법원 선거도 두자릿수 의석 전망… 차이잉원-마잉주 현·전총통 유세戰
대만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총통 후보가 11일 선거 구호 ‘약속을 지킨다(Keep Promise)’의 약자인 ‘KP’를 새긴 윗옷을 입고 신베이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신베이=AP 뉴시스
“반(反)중국 성향이 강한 부모님 앞에서는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를 지지하는 척해요. 하지만 투표는 민중당 커원저(柯文哲·65) 후보에게 할 거예요.”
11일 대만 타이베이 단수이강 인근 커원저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만난 23세 대학원생 량(梁)모 씨(여)는 “민진당과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 모두 집권 기간 동안 주택, 임금, 연금 등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했다. 또래 친구 중에서도 커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며 “민진당과 국민당은 각각 반중, 친중이라는 이념 대립에만 골몰한다. 양당 체제를 깨고 생활 수준 향상을 도모할 제3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국민당을 지지했지만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민중당을 지지하겠다는 식당 주인 천(陣)모 씨(36)는 2014∼2022년 타이베이 시장을 지낸 커 후보가 당시 더럽고 노후한 ‘난먼(南門)’ 재래시장을 현대화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이전 시장들은 손도 못 대던 곳을 커 후보가 성공적으로 탈바꿈시켰다. ‘난먼의 성공’은 이념 장사에 빠진 양대 정당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하는 민중당을 택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 커 후보, 득표율 20% 넘길지 관심
13일 대만에서는 대선 격인 총통 선거와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동시에 치러진다. 투표는 오전 8시(현지 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1996년부터 총통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진 후 민진당과 국민당은 권력을 양분하며 확고한 양당 체제를 구축했다. 제3정당 출신의 총통 후보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세 차례의 대선에 모두 나선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2016년 대선을 제외한 나머지 두 차례의 대선에서 모두 5% 미만 득표율을 얻었다.
올해 대선은 커 후보의 선전으로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말 롄허보 조사에 따르면 커 후보의 지지율은 21%를 기록했다. 13일 선거에서도 제3정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를 넘길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의 지지자들은 민중당의 선거 구호 ‘약속을 지킨다(Keep Promise)’의 약자인 ‘KP’를 두고 ‘커원저 총통(Ko Wen-Je President)’이라고 외친다.
11일 롄허보는 민중당 또한 이번 총선에서 4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입법원 113석 중 5석만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에 두 자릿수 의석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커 후보가 총통 선거에서는 당선될 확률이 낮다는 점을 알면서도 허우유이(侯友宜) 국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를 선언한 것 또한 일단 의회 권력을 다져 차기 대선을 노리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통신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 유권자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를 ‘경제’(34.2%)로 꼽았다.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관계’는 18.1%에 그쳤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커 후보 또한 12일 외신 기자 인터뷰에서 “그간 총통 선거에서 민생 문제가 외면당했다”며 자신이 집권해야 낮은 임금, 비싼 집값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전·현직 총통도 출동
민진당과 국민당에서는 각각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또한 유세에 나서 각각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를 지원했다.
차이 총통은 11일 타이베이 도심 유세에 라이 후보와 같이 나타났다. 차이 총통은 라이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나를 믿는다면 라이 후보를 찍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같은 날 중부 타이중 유세에서는 “나는 이미 ‘국가 운영’이라는 자동차의 열쇠를 라이 후보에게 넘겼다”고 했다.
마 전 총통은 허우 후보를 칭찬하는 것보다 라이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데 주력하며 “라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의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최근 마 전 총통이 “대만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반중 성향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바람에 그의 유세가 오히려 허우 후보의 지지율을 깎아먹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표 하루 전날인 12일 거대 양당은 타이베이 인근 신베이 유세에 주력했다. 두 정당은 약 1km도 안 되는 곳에서 마지막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타이베이=이지윤 기자
트럼프 재판 간 사이… ‘록키’ 음악속 등장한 헤일리 “우린 강해”
[슈퍼 선거의 해, 글로벌 현장]
美대선 첫 경선 아이오와 르포
“새 리더십 필요, 헤일리 지지할것”
“트럼프 리스크 주목 못받아” 반론도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11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 도착해 지지층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욕·시더래피즈=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좋아하지만, 그는 미국을 분열시킬 것이다. 온건파를 포용할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중 한 명을 지지할 계획이다.”
11일(현지 시간) 헤일리 전 대사의 유세가 열린 아이오와주 앵커니시를 찾은 빈스 뉴인도프 씨는 “미국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뉴인도프 씨는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이후 16년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며 “미국인들은 이런 리더십에 지쳤다”고 했다.
반면 주도(州都) 디모인시에서 만난 스티브 스톨턴 씨(5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는 법을 어겼다”며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11일(현지 시간) 공화당의 또 다른 경선 주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운데)가 중부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시더래피즈=AP 뉴시스
15일(현지 시간) ‘미 대선의 풍향계’ 아이오와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를 나흘 앞두고, 현지에선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행보가 뜨겁다. ‘트럼프 대항마’로 서기 위해 경쟁하는 헤일리 전 대사와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이오와주 곳곳을 누비며 총력전에 나섰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잠시 아이오와를 비웠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두 자녀와 함께 디모인과 북동부 중심 도시인 시더래피즈 등 대도시를 찾아 중도층 결집에 나섰다. 영화 ‘록키’ 주제가와 함께 등장한 그는 유세에서 “아이오와에서 우리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면 뉴햄프셔에서 탄력받을 수 있다”며 “여러분은 80대 두 명이 대선에 출마하는 미국보다 더 나은 미국, 혼돈이 없는 미국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싸잡아 비판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
헤일리 전 대사는 아이오와에서 2위를 차지하면 23일 열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대세론’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서포크대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아이오와주에서 지지율 22%를 얻어 디샌티스 주지사(13%)를 처음으로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54%)이 여전히 크게 앞서지만, 조금씩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북서부 농촌지역을 누비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빈자리를 공략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러마스 유세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헤일리는 고액 기부자들을 위해 출마하지만 나는 당신들을 위해 출마한다”며 “우리는 엄청난 수의 코커스 참여자를 확보했다. 이들이 나선다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때 자주 사용하던 노래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I Won’t Back Down)’를 틀었다.
트럼프가 있건 없건 아이오와 코커스의 이슈는 트럼프로 도배됐다. 드레이크대에서 만난 대학생 닉 시도어 씨(22)는 “결국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누굴 부통령으로 지명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라고 했다. 이 대학 윌리엄 볼 교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 문제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경합주 성향이 강했던 아이오와주가 갈수록 공화당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트럼프그룹 대출 사기 재판에 출석해 ‘정치적 박해’를 주장하며 기소 검사와 재판부를 위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 요청이 거부됐는데도 마이크를 잡고 “(기소는) 선거 개입”이라며 “난 잘못한 게 없으며 (검찰 등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위협했다.
디모인=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