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부활한 프로야구 신인 1차 우선지명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각 구단의 지명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스카우트들이 말하는 지명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LG 트윈스 서울권 3팀 중 가장 먼저 지명권을 행사한 LG의 선택은 예상대로 제주고 좌완 임지섭이었다. 좌완에 장신에 강속구를 던지는 임지섭은 ‘최고의 재능’을 뽑는 드래프트 1라운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LG 스카우트는 1차 지명 대상 학교를 정하는 추첨에서 서울권 대표로 나가서 제주고를 뽑았고(서울 세 팀이 모두 쾌재를 불렀다), 그 결과 올해 고교 투수 중 최고의 재능을 보여준 임지섭을 얻을 수 있었다. LG와 임지섭의 만남이 ‘운명’처럼 보이는 이유다. 약점이던 제구력은 올해 들어 부쩍 좋아졌다. 6.1이닝 7볼넷을 내준 황금사자기 상원고전처럼 이따금 제구가 흔들리기도 하지만, 8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낸 용마고전(6이닝 12K)처럼 괴력을 발휘한 경기가 훨씬 많았다. 올해 등판한 9경기 중 6경기에서는 3볼넷 이하만 내주며 준수한 컨트롤을 발휘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풍부한 스카우트 인력을 보유한 LG는 임지섭이 등판한 모든 경기는 물론 훈련하는 모습까지 꾸준하게 관찰하고 체크했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좌완투수 대부분이 30대에 불펜 투수 일색인 LG로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대형 좌완 선발감이다. 부친이 성균관대 2학년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고 좌완 임지섭
이래서 뽑았다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강속구 투수다. 키가 192cm로 체격조건이 좋고 최고 148km/h까지 나오는 빠르고 힘있는 직구를 던진다. 높은 데서 내리꽂는 볼의 각도 좋다. 같은 구속이라도 낮은 팔각도에서 던지는 것과 임지섭처럼 높은 타점에서 던지는 공은 위력이 다르다. 여기에 수준급의 커브와 슬라이더를 구사하고,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줄도 안다. 큰 체격에 비해 운동능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장점이다. 경기에서 번트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몸놀림이 굉장히 민첩하다. 또 스트레칭하는 모습도 지켜봤는데 유연성이 아주 좋아 보였다. 훈련 태도도 성실하다. 제주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봤는데, 경기 전에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서 물을 뿌리고 제일 먼저 연습을 시작하더라. 팀의 에이스이고 3학년인 선수가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제구력에 조금 기복이 있는 게 약점이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부쩍 좋아진 편이다. 배운 것을 습득하는 속도가 빠른 친구라서 제구력도 앞으로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내년 당장 1군 전력보다는 2~3년 뒤에 대형 선발투수로의 성장을 기대하고 지명했다.
넥센 히어로즈
넥센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야수를 선택했다. ‘믿고 쓰는’ 덕수표 유격수 임병욱이 주인공이다. 임병욱은 올해 덕수고 주전 유격수 겸 3번타자로 활약하며 팀을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끈 주역. 현재까지 12경기에서 타율 .318에 1홈런 17타점 8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성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아직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선수”라는 평을 듣는다. 야수 발굴의 귀재로 불리는 A구단 스카우트는 “연습할 때 날려대는 타구를 보면 정말 살벌하다”며 “한번 물꼬를 터서 가진 능력을 100% 경기에서 발휘하게 되면, 대단한 선수가 될 재목”으로 평가했다. 다른 스카우트도 “작년 1라운드에 지명된 야수들보다 임병욱이 훨씬 뛰어나다”고 평한다. 넥센은 현재 팀내에 내야수 자원이 고갈된 상황.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내야수 둘이 전력에서 이탈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지석훈과 이창섭, 차화준 등이 NC로 건너갔다. 퓨처스팀에도 외야수는 많지만 내야수 유망주감은 마땅치 않은 상태. 여기에 머잖아 FA 자격을 얻는 강정호가 혹시라도 팀을 떠나게 될 상황까지 대비해야 한다. 현재 팀 상황은 물론 미래에 필요한 부분까지 모두 감안한 최상의 선택이다. 넥센이 강정호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유격수감을 손에 넣었다.
덕수고 유격수 임병욱
이래서 뽑았다 : 키가 185cm에 80kg으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유격수감이다. 키가 큰데도 움직임이 민첩하고, 주루 센스와 도루 능력이 뛰어나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6도루로 대회 도루상을 수상했다. 팀이 어려울 때 스스로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도 돋보인다. 황사기에서도 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어김없이 출루해서 연속 도루로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더라. 게다가 올해 14안타를 칠 동안 타점은 17점을 기록했다. 찬스에 강한 해결사의 면모가 있단 얘기다. 스윙도 간결하고 부드럽고, 공을 때리는 순간의 임팩트가 좋아 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유격수 수비는 좀 더 다듬어야 하는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포구 동작이나 송구 자세에서 아직 자기가 가진 재능을 100%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팀내의 내야수 육성 시스템이 뛰어나서 수비에서 부족한 점은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염경엽 감독과 김성갑 2군 감독 모두 내야수 출신에 내야 수비 지도에 빼어난 노하우를 갖춘 분들이다. 원체 순발력과 강한 어깨를 갖춘 선수인 만큼, 지금은 좀 부족하더라도 유격수로 대성할 수 있는 선수다.
두산 베어스
두산은 덕수고 에이스 한주성을 선택하며 2011년 변진수에 이어 황금사자기 MVP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한주성은 올해 덕수고를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이끈 고교 최고 투수. 2학년인 지난해 무려 20경기에 등판해 90이닝 동안 8승 1패 평균자책 1.00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고, 올해는 9경기에서 6승 무패에 평균자책 0.82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44이닝 동안 볼넷은 단 8개만 내준 반면, 삼진은 60개를 잡아냈다. 체구가 크지 않은 편이라 발전성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프로 무대에서 바로 중간계투로 통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투수라는 평이다. 특히 카운트를 잡는 용도는 물론 결정구로도 활용하는 슬라이더가 명품이다. 위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도 장점이다. 황금사자기 4강 경기고전 무사 1,2루 위기에서 상대 중심타선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한주성이 어떤 투수인지를 잘 보여준 대목. 4강전 완투에 이어 다음날 결승에서 곧바로 5.2이닝 무실점 구원승을 거둬 완투와 연투 능력도 입증했다. 타자와 싸우는 법을 알고, 피칭을 알고 하는 투수라는 점에서 신체적인 한계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직구 구속을 지금보다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황금사자기 MVP를 차지한 덕수고 한주성
이래서 뽑았다 : 즉시전력감 투수라고 판단했다. 현재 팀의 투수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부상자도 많고 군입대한 선수도 많다. 오랜 기간 육성이 필요한 공만 빠른 투수보다는, 프로 1군에 근접한 기본적인 제구력을 갖춘 선수를 필요로 했다. 한주성은 일단 컨트롤이 되는 투수다. 직구와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질 줄 안다. 여기에 고교야구에서 최고 수준의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 체인지업도 플러스 구종이다. 빠른 볼 스피드가 평균 138km/h 정도로 빠른 편은 아니다. 최고구속은 145km/h 정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을 던질 때 ‘때리는’ 감각을 갖춘 선수인 만큼, 프로에서 어떤 계기만 주어진다면 볼 스피드는 지금보다 3~4km/h 정도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선발로 나설 때는 완급조절이 필요하지만, 불펜에서 던지면 짧은 이닝 동안 전력투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스피드 향상을 예상하는 이유다. 이렇다할 부상이나 건강 문제가 없다는 것도 매력을 느낀 부분이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타고난 건강 체질에 체력이 좋은 선수다. 내년에 중간계투로 투입이 가능건강 체질에 체력도 좋은 편이라, 투수들의 부상에 예민한 우리로서는 더 매력을 느낀 부분이다.
SK 와이번스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어쨌든 SK의 결론은 동산고 ‘괴물’ 이건욱이었다. 이건욱은 2학년인 지난해 고교야구 무대를 평정하며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특히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준 역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트라이크로만 들어가면 고교 타자들이 손도 못 댈 정도로 위력적인 직구를 던진다. 문제는 올해 초 경기에서 구속과 제구 모두 예년보다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점. 기록상으로는 여전히 무시무시한 탈삼진 비율을 자랑했지만, 빠른 볼 구속이 140km/h대 초반으로 지난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혹사도 구위가 떨어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한 브로커가 이건욱의 에이전트를 자처하고 나서 ‘일본 진출을 추진한다’ ‘일본 대학에 진학한다’는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 한 야구인은 “에이전트를 사칭한 사기꾼들이 ‘거액을 받게 해주겠다’며 고교 선수 부모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작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흔들어놓지 못하도록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기대보다 부진했고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 야구는 원래 잘하는 선수가 잘하는 법이다. 프로에서 지속적인 몸 관리를 받고, 거친 부분을 잘 다듬으면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완투형 선발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동산고가 낳은 또 다른 괴물, 이건욱
이래서 뽑았다 : 동산고 2학년 때부터 워낙 잘 알려진 유망주다. 체격조건도 좋고 직구의 힘이 워낙 뛰어나다.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는 비율이 대단히 높다. 좋을 때는 타자를 직구 하나만으로 제압할 수 있는 투수다. 여기에 빠른 슬라이더까지 함께 구사한다. 투구폼도 안정되어 있고, 대부분의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면서 완투 능력도 검증됐다. 아쉽게도 3학년인 올해는 기대만큼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투구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간 게 원인이다. 좀 더 빠른 볼을 던지려는 의욕이 앞서다 보니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지역 선수들은 점점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이는데, 인천 쪽은 오히려 작년보다 하향 곡선을 그리니까 고민스러운 점도 있었다. 연고지 내 다른 투수 쪽도 알아본 게 사실이다. 다행히 광역권 주말리그 최근 등판에서 보여준 모습은 괜찮았다. 올해 부진하긴 했지만, 원체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다. 2~3년 정도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프로에서 좋은 선발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이수민과 박세웅을 두고 저울질한 끝에, 지명 발표 전날 이수민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수민은 2학년인 지난해부터 고교 최고 좌완 자리를 다툰 기교파 투수. 세계청소년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등판해 인상적인 호투를 선보였다. 임지섭 같은 체격이나 강속구는 없지만, 스카우트들은 이수민을 “남들이 알지 못하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선수”라고 이야기한다. 3학년인 올해 한 경기 최다탈삼진 신기록(10이닝 26K)를 수립하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고,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한 경기 175구를 투구하며 ‘혹사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에이스로서의 책임감과 투지가 돋보이는 선수다. 다른 팀 스카우트는 “조금 아프면 어떻게든 몸을 사리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에, 이수민은 어떻게든 자기가 나가서 던지려는 의욕을 보여준다”고 했다. 팀 타선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수비 실책으로 점수를 내줄 때도 많지만 단 한번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어쩌면 이수민의 커다란 몸통 속에는,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큰 심장이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감독이 그랬던가. 야구는 ‘머리, 가슴, 배짱으로 하는 것’이라고. 이수민은 그 세 가지 모두를 갖춘 선수다.
심장이 두 개인 소년, 상원고 이수민이 모 방송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래서 뽑았다 : 고교 선수답지 않게 배짱이 두둑하다. 여기에 안정적인 제구력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능력을 갖췄다. 항상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다. 물론 체격이 좀 작은 편이긴 하지만 대신 다른 장점도 많다. 일단 상체가 오승환처럼 두꺼운 형태로 힘을 쓰는 타입이다. 어깨 관절과 팔꿈치도 유연하고, 상하체 밸런스도 좋다. 그래서 완투와 연투를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투구폼도 독특해서 타자들이 적응하기 쉽지 않다. 공을 숨겨서 나오는 디셉션이 뛰어나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정신 자세도 마음에 든다. 동료들이 거의 매 경기 실책을 하는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실책으로 점수를 줘도 의기소침하는 대신, 그러려니 하고 다시 자기 피칭에 집중한다. 위기에서 주로 나오는 불펜투수에 적합한 멘탈을 갖췄다. 입단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빠르게 1군 불펜에 자리를 잡을 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지역 최대어 심재민이 KT의 우선지명을 받으면서, 롯데의 선택은 자연히 경남고 김유영으로 압축됐다. 부산고 안중열, 동아대 최영환 등이 후보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김유영이 보여준 기량과 잠재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경남고에 입학하자마자 4번타자 겸 주축 투수로 활약한 김유영은 ‘팔방미인’으로 불린다. 마운드에서는 날카로운 제구력과 브레이킹 볼로 타자들을 제압하고, 타석에서는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로 투수들을 괴롭힌다. 야구 IQ가 높고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승부욕이 남다른 선수다. 무엇보다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야구 소년’이다. 경남고가 탈락한 뒤에도 황금사자기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상대팀 분석을 위해서도 아니고, 친한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도 아니란다. 그냥 야구 보는 게 좋아서, 혼자서 부산에서 창원까지 와서 야구를 보다 돌아갔다.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팔꿈치 염증으로 올해 전반기에는 주로 타자로만 나섰다. 최근에는 거의 회복해서 투구 연습을 재개한 상태. 청룡기 대회에서는 마운드에서 괴력을 발휘하는 김유영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경남고의 팔방미인 김유영
이래서 뽑았다 : 개성중 시절부터 지금까지 계속 에이스로 활약했다.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뛰어나고 제구력과 투구 밸런스가 안정적인 선수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지고, 여기에 투심과 체인지업도 구사한다. 약간 상체 위주로 투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프로에서 코칭을 받으면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다소 호리호리한 체형인데, 웨이트를 많이 하고 근력을 보강하면 지금보다 더 힘있는 공을 던질 수 있다. 투수 뿐만 아니라 타자로서도 좋은 자질을 갖췄다. 타격도 정교하고 발도 빠르다. 물론 김유영은 투수로 키우려고 뽑은 선수다. 타자 전향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첫해에는 일단 중간계투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선발투수로 성장을 기대한다. 비슷한 선수라면 곧 제대할 장원준을 들 수 있겠다. 장원준도 입단 당시 몸무게 67kg에 제구력이 좋은 유형의 투수였다. 프로에서 몸무게를 늘리고(90kg) 볼에 힘이 붙으면서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김유영도 그렇게 될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권태양, 안상빈 등 기대주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부진한 상황. 지역내 랭킹 1위인 유희운에 기대를 걸었지만, 그마저도 KT가 우선지명으로 먼저 데려갔다. 하늘이 무너지고 솟아날 구멍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한화에 한줄기 희망으로 떠오른 선수는 청주고 좌완 황영국. 사실 황영국은 깜짝 지명이라기보다는 상당 기간 검토와 준비를 거친 끝에 선택한 선수다. 유희운이 연일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뿌려대며 KT의 지명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화 스카우트 팀에서도 곧바로 대안 마련에 돌입했다. 지역내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리스트를 놓고 검토한 결과, 황영국이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때마침 황영국도 본격적으로 실전 등판을 시작해, 경기를 거듭할수록 구속과 경기 운영 능력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지명 전날 마지막 경기에서는 최고 138km/h 빠른 볼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진흥고 강타선을 3이닝 무안타 무실점 7탈삼진으로 꽁꽁 묶었다. 아직까지 실전에서 보여준 게 많지 않아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신체조건이나 유연성 등 잠재력만큼은 다른 1라운드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앞으로 경기 경험을 쌓고 프로에서 좋은 지도를 받으면 수준급 좌완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재목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다만 그 구멍은 미리 준비하고 노력하는 이에게만 주어진다.
청주고 좌완 황영국. 이제는 한화의 희망이 됐다.
이래서 뽑았다 : 사실 일반 팬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 지난해 부상으로 거의 경기에 나오지 못한 탓이다. 구단에서는 지난 1월부터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해 왔다. 그때만 해도 투구폼과 밸런스가 괜찮다 싶은 정도여서, 다른 구단에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때다. 볼스피드가 128km/h 정도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던 것도 있다. 3월에 충청권 친선경기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였는데, 경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볼 스피드가 빨라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1~2km/h씩 점점 빨라지더니 결국에는 최고구속 140km/h까지 구속을 끌어올렸다. 키 185cm로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투구 밸런스와 유연성이 좋은 선수라 그만큼 발전하는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직구 외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구사하는 변화구도 다양하다. 한화에 이선희, 송진우 등 좌완 전문 코치들이 있는 만큼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 캠프를 잘 통과하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KIA 타이거즈
효천고 우완 차명진과 동국대 내야수 강민국을 두고 고민한 끝에, 결국 투수 쪽을 선택했다. 투수력에 어려움을 겪는 최근 KIA의 상황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 처음에는 내야수들의 군입대에 대비해 야수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대졸인 강민국과 기존 주전 내야수들의 나이차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다고. 어차피 1~2년의 프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면, 잠재력이 풍부한 고교 우완투수가 낫다는 결론이다. 차명진은 한때 KT의 우선지명 가능성이 거론됐을 정도로 올해 고교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투수다. 190cm에 가까운 장신에 140km/h 후반대 강속구를 경기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던지는 힘과 체력을 갖췄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개막 경기에서 1피안타 완봉승(8회까지 노히트), 16강전에서도 2경기 연속 완봉승을 장식하며 완투 능력과 큰 경기에 강한 면모도 보였다. 윤석민이 FA 자격 취득을 앞둔 KIA로서는 차세대 우완 에이스감을 지금부터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여기에 팀의 불펜에서 빠른 시일 내에 활약할 수 있는 선수도 필요한 게 사실. 차명진을 선택하며 KIA는 현재와 미래를 모두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효천고 에이스 차명진의 전력투구하는 모습
이래서 뽑았다 : 187cm의 큰 키에 140km/h 후반의 강속구를 던진다. 고교생답지 않게 빠른 볼을 타자 몸쪽으로 과감하게 던질 줄 안다. 경기 후반인 6, 7회에도 볼 스피드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완투와 연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두 경기 연속 완봉승을 거뒀다. 매 경기 혼자 던지다시피 하면서 피로가 쌓인 탓인지 최근 페이스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다만 현재 구위를 갖고 바로 프로에서 통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변화구도 프로 타자들을 이겨내려면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마무리캠프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과거 양현종이 그랬던 것처럼 불펜으로 1, 2년 정도 경험을 쌓은 뒤 선발로 육성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