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교육 2022. 4. 17. 11:31
[Research]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언더스코어 강태영 선생과 시카고대 강동현 선생의 협업 연구.
2000년 이후 고등학생이 참여하여 작성한 해외학술논문 게재 수가 꾸준히 증가했는데, 2014년에 논문 학생부 기재 금지 이후 작성 수가 급감했다. 또한 고등학생 때 해외 논문을 작성했던 분들 중 70%가 대학 진학 이후 논문 작성 이력이 없다.
아래 그래프는 2014년 정책 변화 이후 논문 작성 빈도수 변화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2014년 전후로 기울기가 이렇게 명백하게 변화하게 나온건 고등학생의 논문 작성이 대학입시 수단이었다는 매우 신빙성 높은 증거이다. 이런 명백한 그래프는 SSCI 논문 한 편을 보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 정책이 2018년에 또 한 번 바뀌어서 자기소개서에도 논문을 언급하지 못하게 했다. 연구자들은 2018년 정책 변화의 효과는 조민 변수, 코로나 변수와의 혼합(compounding) 효과 때문에 보여주지 않았는데, 2018년 이후 고교생의 논문 작성 숫자는 더 감소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연구자들은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학술 장(academic field)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떻게 대학 입시 글로벌화와 계층화된 중등교육이 결부되어 사회적 문제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산적 논의의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이 글을 읽고 여러 감상이 있는데, 가장 먼저 이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입시와 관련된 "계층적 적응과 배제의 법칙"이 어떻게 관철되는지 보여준다. 그 함의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 연구에서 고교생 논문이 가장 많았던 연도도 100명을 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고교생 논문이 1편이라는걸 감안하면, 해외 논문 작성으로 입시에 영향을 끼치는 고교생은 1년에 100명 이하라는 의미다. 이 중 상당수가 영재고 재학생 등 명문대 진학 확률이 높은 후보라는건 고려하면, 논문을 통해 입시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는 많아야 30-40여명일 것이다. 국가적 난리를 치는 정책 변화의 실효가 30-40명이다. 정책 변화로 고교생 논문 숫자가 격감하는 것도 놀랍고, 그 변화의 실제 영향력이 50만명의 전체 입시생 중 30-40명이라는 것도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 이런거 신경쓰지 말자는 주장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다. 연구자들이 결론에서 얘기하듯 논문 소동은 계층화된 중등교육 시스템에서 파생된 한 사건이다. 상위계층은 언제나 교육의 질적 차별화를 추구한다. 시스템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차별화 전략을 수정할 뿐이다. 이러한 수정을 "적응의 법칙"이라고 칭한다. 정시에서는 쪽집게 과외로, 논문이 중시되면 교수 부모가 나서서, 인턴쉽이 중요해지면 기업간부 부모가 나서는 식으로. 고교생 논문 작성을 장려하는 정책은 상위계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이용하는 문제와 고교생 논문 장려를 통한 교육적 효과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선택될 수 밖에 없다.
여러 번 얘기했지만, 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완벽한 공정 입시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한국만 그런게 아니다.
과정의 공정을 추구하는 모든 정책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어떤 정책을 도입해도 상위계층이 더 많은 기회를 차지할 것이다. 급격한 변화는 간혹있는 역사적 격변기에 상위계층의 구성이 바뀌는 정도일 것. 성공하는 진보 정책은 과정의 공정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라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진보 정권은 결과의 평등을 가져오는 과정의 공정은 추구하고, 그런게 없는 뭔가 불합리한 과정을 바꾸기 위해 동력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이 글을 읽고 드는 두 번째 감상은 새로운 사회과학의 등장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그래프가 이렇게 선명하게 나오면 이건 무조건 성공하는 논문이다. 논문 아이디어 생성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2-3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논문이 나오기 앞서 결과를 공유한다. 아마 여러 사람들의 반응을 취합하여 논문을 작성하리라. 사회과학적 내용의 공유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먼저 하고 논문 작성으로 개인적 업적은 나중에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위 연구의 작성자인 강태영 선생은 얼마 전 이준석-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토론에 나왔던 혐오댓글 분석의 툴(Hatescore)을 만든 사람이다. 사회과학 분석에서 새로운 도구가 생겼다는 것을 실감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저자인 강태영, 강동현 선생 모두 사회학을 전공했다는 점이다!!! 사회적 기여가 큰 학술적 연구를 할려면 사회학을 전공해야~
출처: https://sovidence.tistory.com/1200?fbclid=IwAR1201KE-yl4rVMp2m4ogjDbRh3fVb0G_3MjAeDrbPX9_S0wrbvXVAIt3Ts [SOV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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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경영공학 석사와 시카고대학교 사회학 박사 과정생이 공동 연구한 내용.
2000년 이후 한국 고딩들의 해외 학술논문 게재 수가 계속 증가했는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급감. 그에 대한 분석.
아래 링크는 원글(https://minvv23.notion.site/Research...)에 대한 코멘트. 모두 읽어보실 것을 추천. 둘 다 재밌음.
2001~2021년 기간, 국내 213개 고등학교 소속으로 해외 주요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전수 조사했더니 총 558건, 학생 저자 수는 980명.
고딩 때 해외 주요 저널에 논문을 제출할 정도로 지능이 뛰어나고 학문적 열정이 충만한 영재들이니 당연히 대학 진학 후에도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논문도 계속 제출해야 당연.
(너무 당연하게도) 그런 학생의 거의 없음.
전체 논문 저자 중 "최소 약 70%가 고교 시절 논문 한 편만 작성했고 추가적인 연구 이력이 없음"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가 이 정도)
해외 논문 작성이 "청소년 시기부터의 진지한 탐구 활동이라면, 대입 정책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함"
그런데 2014년에 학생생활기록부 논문 작성 이력 기재 금지 조치가 시행됨.
(너무 당연하게도) 2014년 이후 해외 논문 게재가 급감.
2018년에는 논문 실적의 자기소개서 기재가 금지되었는데 이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고 함.
지난 20년간 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한국 고등학생들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분석.
총 558건, 저자 수로는 1,100명. 교사를 제외한 학생 저자는 980명으로 추정.
학교 유형별 학생 저자 인원 수는 1) 영재고, 2)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 3) 과학고 순.
학교 유형별 논문 출간 분야는 1)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의 경우, 컴퓨터공학이 27.4%로 가장 높았고 생물학, 화학이 그 다음, 의학 분야 논문은 13.6%로 4위, 2) 영재고와 과학고는 화학, 재료과학, 생물학의 세 분야가 가장 많음, 의학이나 최근 유행하는 컴퓨터공학 논문의 비중은 모두 10% 이하.
논문 작성량 비교. 1) 영재고는 주기성을 보이고 작성량도 일정 수준 유지, 2)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에서는 2014년도 이후 급감, 3) 과학고는 애초에 작성률이 매우 낮아서 특별한 추세 변화 관찰 안 됨.
아래 링크는 원 분석글에 대한 코멘트인데 시사하는 대목이 있음.
"이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입시와 관련된 "계층적 적응과 배제의 법칙"이 어떻게 관철되는지 보여준다"는 것이 1줄 요약.
지난 20년간 해외 저널에 게재된 한국 고등학생 눈문이 가장 많았던 연도에도 100명을 넘지 않았음.
대부분의 경우 1편의 논문만 작성한 것을 고려하면 해외 논문 게재로 입시에 영향을 주려고 시도한 고등학생 숫자가 100명 미만이라는 의미.
이들 중 상당수는 명문대 진학 확률이 이미 높은 영재고,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 과학고 소속.
따라서 해외논문을 통해 입시 결과가 달라질 학생은 "(100여 명 중)많아야 30~40명" 정도로 추정.
"국가적으로 난리를 치는 정책 변화의 실효가 30~40명"에게만 해당 된다는 것이고, (입시) 정책 변화로 고교생 논문 숫자가 격감하는 것도 놀랍고, 그 변화의 실제 영향력이 50만 명의 전체 입시생 중 30~40명이라는 것도 놀라움"
코멘트한 사람은 이것을 "상위 계층은 언제나 (자녀) 교육의 질적 차별화를 추구하고 시스템이 바뀌는 그에 맞춰서 차별화 전략을 수정할 뿐"이라고 지적함. 이것을 '적응의 법칙'이라고 칭함.
"과정의 공정을 추구하는 모든 정책은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다. 어떤 정책을 도입해도 상위계층이 더 많은 기회를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은 대부분 공감할 듯.
다시 말하지만 이 코멘트 글뿐만 아니라 원 분석글을 읽어보시기 바람. 누구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내용이 아니라 고교 재학 때 해외 주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정도로 뛰어난 학생들이 왜 대학에 가서는 관련 연구를 지속하지 않는가 하는 상식적인 의문에서 시작한 것임. 연구방법론을 보니 특별한 것은 없던데 우리 사회가 지난 20년간 이런 분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움.
어쩌면 이런 문제가 공론의 장에 나오는 것을 꺼렸기 때문일 것 같음. 아니면 이미 다양한 분석이 나왔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을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