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난 우려 고조, "실제 수혜 여부는 불투명"
불량 부품이 사용된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증시에서는 전력난 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다. 전력난 우려로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지만 실제 수혜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29일 코스닥시장에서 스마트그리드 관련 종목으로 분류되는 옴니시스템 (1,680원 100 6.3%)은 6% 상승했다. 전날에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누리텔레콤 (4,945원 485 -8.9%)은 이날 8% 급락했지만 전력난 우려가 불거졌던 전날에는 12% 올랐다. 피에스텍 (6,280원 340 -5.1%)도 최근 3거래일 12% 상승했고 로엔케이는 최근 4거래일 11% 올랐다.
스마트그리드 관련주의 강세는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 여름철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 탓이다.
이미 고장과 정비 등의 사유로 가동이 중단됐던 8기와 불량 부품이 사용돼 전날 추가 정지된 신고리 2호·신월성 1호기를 포함한 설비용량은 771만6000KW로 전국 원전 23기 총량의 약 37%를 차지한다.
그러나 기대감에 비해 스마트그리드 관련 종목들의 실제 수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예컨대,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설비인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전력계량인프라)보급사업의 경우 정부가 오는 2016년까지 1000만 호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투자가 본격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MI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전력사용을 실시간 제어하는 장치로 당국이 2010년 보급사업의 첫 삽을 떴지만 현재까지 제대로 구축된 사례는 드문 실정이다. AMI의 핵심부품인 PLC(전력선통신)칩의 호환성 문제와 시험성적서 부실 등의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며 실제 투자는 3년째 지연되고 있다.
이 여파로 AMI 보급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누리텔레콤은 지난해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고 디지털 전력량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옴니시스템도 지난해 68억원의 영업손실로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다른 스마트그리드 관련주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원격검침시스템 등을 생산·판매하는 피에스텍은 지난해 6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AMI업체를 인수했던 로엔케이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피에스텍은 2009년부터 스마트그리드 시범단지인 제주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달 말 예정된 실증단지 종료를 앞두고 당국의 후속 조치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스마트그리드 시장 개화의 도화선이 될 거점도시 선정계획도 당초 2012년에서 2014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지금처럼 시장 창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는 중소형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기대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며 "당국이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대한 의지는 내비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적자가 심각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