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그렇게 옥신각신 귀하디 귀한 첫날밤이 물 가듯 떠나가 버리고;;
어제가 지나 아침이 되어 버렸다.
새벽 6시.
중전과 왕이 일어나야 할 시각은 거의 아침 쯤 이었다.
하지만 어제 진여와 연은 싸우기에 바빳기에;; 늦게 자서 일어날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둘 다 기척이 없자, 강내시가 걱정스러운 듯 옆에 있던
제조상궁에게 말했다.
"중전마마와 전하께서는 어째서 아직도 일어나시지 않으시는게냐. 오후 전에
중대한 대신들 간의 토론회가 있거늘.."
"호호호. 당연히 신혼 첫날밤 후에는 늦게 일어나는 것이 예사 아니옵니까"
"뭐?"
"신혼 첫날밤인데...늦게 주무시는건 당연하지요, 호호."
"어허, 이 사람."
제조상궁의 말 뜻을 알고 얼굴을 붉어진 강내시가 제조상궁을 책망했다.
하지만 강내시 만큼이나 이미 궁을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는데다,
강내시가 연의 아버지와 다름이 없었다면 제조상궁은 연의 어머니와
다름이 없었기에 강내시의 말에 전혀 쫄지 않고 말했다.
"이것으로 걱정은 줄어든것 같습니다."
"걱정이 줄어들다니..어제 혼례 때 못 보았는가. 중전마마와 전하께옵서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것을.."
"제가 전하를 모신 것이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어찌 그것을 눈치못채겠
사옵니까. 하오나, 강내시도 보지 않았습니까. 서로의 손을 꼬옥~ 잡고
가던 것을요."
"그거야..."
"전하의 성격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전하는 아무리 중대한 국가문제라도
자신이 아니시면 아닌 분이십니다. 게다가 여자를 지독히도 싫어하시는 그 분이
먼저 여인에게 손을 내밀다니..아마 꽤나 서로가 마음에 들었던 것일 겝니다.
물론 우리가 기대를 하는 것 처럼 좋은(..?) 첫날밤은 아니겠어도, 서로를 알아
가는 시간은 가질수 있지 않겠습니다."
"....."
제조상궁의 말에 강내시가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확실히 그랬다.
연의 성격에 하기 싫은 결혼에
신혼첫날밤을 로맨틱하게 보냈을리는 없었다. 분명 중전(진여)에게
온갖 욕설을 늘어놓으며 괴롭혀 댔을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지난 날 전 중전이셨던 인경왕후와의 혼례날때, 인경왕후와의
첫날밤, 뱀을 풀어놓아서 인경왕후가 놀라 쓰러진 적도 있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 때 이후로 인경왕후에 대한 연의 관심이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서로를 점점 알아갔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새 중전이신 진여의 성격도 만만치 않으니 볼만 했다.
강내시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동안 기척이 일어났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일어난 것이다.
기척을 느낀 강내시가 제조상궁을 바라보자, 제조상궁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앞에 다가서서 말했다.
"전하, 중전마마, 일어나셨사옵니까.."
"아흠...누구야."
"제조상궁이옵니다. 들어갈까요?"
"어..나 세수할 물 좀 떠다 줘."
"예."
안에서 들려온 것은 연의 목소리 였다..
연이 먼저 일어난 것이다. 연의 말에 제조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고는
옆에 있던 궁녀들에게 말했다.
"중전마마와 전하께옵서 씻으실 물을 떠 와라."
"예, 마마."
궁녀들 셋 이서 대답하고는 물을 뜨러 밖으로 나가자, 제조상궁이
방 안을 향해 말했다.
"전하, 들어갑니다."
"응..."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평소에도 잠시 많아 늦잠을 자는 적이 가끔씩 있었던
연이었기에 제조상궁을 별로 이상한 생각을 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윽고 궁녀들에 의해 문이 열리고...
"!!"
"이, 이럴수가.."
"전하!"
안으로 들어가려던 제조상궁이 가장 먼저 놀라고, 그 다음은 옆에 있던
보조상궁들이, 그리고 그 다음으로 강내시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푹신푹신한 이불 위에서 아직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진여와, 그 곳에서
멀리 떨어진 방 구석에 고개를 처박고 누워있는채로 상체만 일으킨
연이 보였던 것이다;;;
어젯밤의 격렬한 싸움을 말해주기라도 하는 듯 엎어져 있는 베개들에,
홀랑 뒤집어져 있는 꺼진 초 들을 바라보면서 제조상궁이 놀라 연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전하, 이게 무슨.."
"아 씨발...기집애가 뭔 힘이 그렇게 세냐."
"예?"
"나 혼자 이불 덮으려다가 저 기집애가 나 이쪽으로 차버렸어..잠결에
몰랐나봐."
"예!?!!"
같이 들어온 강내시와 보조상궁들이 함께 놀란 듯 황당한 표정으로 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 멀리 떨어져서 너무나 예쁘게 자고 있는 진여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현대화 사회이기는 하지만 남존여비 사상의 결정체인 조선에서
이 무슨 희귀망측한 일이란 말인가;;
갓 중전이 된 새색시가 자기 서방을 밀쳐내고 자기 혼자만 룰루랄라 곤히
자다니...
이해할수 없는 광경에 놀란 제조상궁과 강내시였지만 곧, 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사태를 짐작했다.
예전에 예비중전을 만나 교육시키기 위해 민 가에 갔다 왔었던 선생과 상궁들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었었기 때문이다.
회상.
[ "그래, 예비 중전은 만나고 오셨는가."
"예. 하하. 아마도 아주 기찬 중전님이 되실것 같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린가?"
"중전마마는 안 계시고, 민유중 나으리와 회포나 풀고 왔지 뭡니까.
중전마마 께옵서는 혼인하기 싫다시며 가출을 하셨습니다.
"뭐, 뭐?! 가출?" ]
그 때에는 정말 눈 앞이 캄캄해져왔던 제조상궁과 강내시 였다.
결혼하기 싫어 가출한 예비신부라니...이게 어디 있을 일인가..
그 때부터 곧 잘 [보통 여자는 아니다] 라고 생각해왔던
강내시와 제조상궁이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기에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제조상궁이 아직도 쿨쿨 자고 있는 진여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중전마마, 중전마마! 아침이옵니다. 일어나소서."
"으음.....엄마....1분만.."
"중전마마!"
잠꼬대를 하는 모습이 귀여웠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감상할 시간은
아니기에 제조상궁이 강제로 진여를 일으켜세웠다.
"아씨..좀만 더 자자..."
상체를 일으킨 상태에서도 잠에서 덜 깨어나 눈을 비비는 중전을
보며 옆에 서 있던 5명의 보조상궁들이 풋풋 거리며 웃었다.
태어나서 이런 중전은 처음 보는 것이다.;;;
그런 보조상궁들을 강내시가 째려봐주자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하며
웃음들을 감췄고, 제조상궁은 답답한 듯 진여에게 말했다.
"중전마마, 대체 이 일이 어떻게 되는 것 인지 설명하여주시옵소서.
전하와 동침을 하시지 않으신 겁니까."
"에? 무슨...에? 너..."
"제조상궁이옵니다."
"아하~제조상궁!"
어제 혼례식때 잠시 본 적이 있었기에 이제서야 잠을 깬 듯 진여가
안다는 듯 말했다.
어린 아이 같은 진여의 행동에 한숨을 내쉰 제조상궁이 말했다.
"무슨 일이옵니까, 중전마마."
"응? 뭐가?"
"뭐가 라니요!!(두둥!); 어째서 중전마마께서는 이리 편하게 주무시고, 전하께서는
저 방구석에 처박혀서(...) 주무시는 겁니까!!;;(빠직)"
"아, 그거? 내가 왜 저 새끼랑 같이 자야돼?"
"주, 중전마마!"
왕이란 절대적인 존재.
그런 연을 '저 새끼' 란 단어로 표현한 진여를 제조상궁이 경악에 가득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있던 강내시와 보조상궁들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연은 익숙한지 얼굴을 찌푸리며 반격했다.
"씨바, 누구더러 저 새끼야.."
"저, 전하! 욕설은!"
"그럼 니가 저 새끼지, 이 새끼냐?!"
"중전마마!!;;;;"
모두가 다 보는 앞에서 서로 욕설을 하다니....조선역사 사상 이런 일은
결코 없었기에 제조상궁과 강내시는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다.(불쌍혀;;)
옆에 있었던 보조상궁들은 황공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아랑 곳 하고 진여가 자세를 잡은 뒤
제조상궁에게 말했다.
"이봐, 제조상궁이랬지?"
"예, 예;; 마마;;"
"내가...다른 년 놈들한테 저 새끼랑 친한 척할테니까 걱정말고..욕도 안 한다.
대신! 저 새끼 방이 있는 이 곳이랑! 내가 있을 방인 중궁전에서는 저 왕새끼한테
이 놈이니 저 놈이니 해도 상관하지 말아라..알겄냐?"
"하, 하지만!"
"오호~ 그래! 그거 잘 됐네. 나도 요즘 스트레스 풀 곳 없어서 환장했는데, 너 패면서
풀어야 할 것 같다!"
"말 다했냐!?"
"다했다!"
서로 온갖 욕설을 풀어놓으며 싸워대는 진여와 연....;;
그런 둘 을 보며 앞 날이 불길 해지는 제조상궁과 강내시 였다;;;
----------작가 말-----------------------
하하;;
그럼;;;
카페 게시글
하이틴 로맨스소설
[ 장편 ]
[新] 인현왕후 12
벨라
추천 0
조회 218
05.02.07 15:4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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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짧아요ㅠ.ㅠ
너무 짧아요ㅠ.ㅠ
전 괜찮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