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0] 페스트에도 이득 본 사람 있었다
남자천사
2021.07.14. 07:10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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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20] 페스트에도 이득 본 사람 있었다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07.14 03:00
알베르 카뮈, '페스트'(1947).
“다 소용 없을 겁니다. 페스트는 정말 세니까요.” 그러고 나서 코타르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리고 말이죠, 난 페스트 안에 있는 게 더 편해요. 그런데 내가 왜 그걸 저지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러자 타루는 갑자기 깨달았다는 듯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 “아, 내가 깜빡 잊었네요. 페스트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벌써 체포되었으리라는 것을요.”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작됐다. 낮에는 4인, 저녁 6시부터는 2인의 동행만 허락된다. 한 지붕 식구 말고는 직계가족과 백신 접종자라도 예외는 없다. 행사, 모임, 집회 모두 금지다. 확진자 수가 많다고는 해도 대부분이 완치되고 사망자도 거의 없다. 오히려 서민 경제의 몰락이야말로 절벽 끝에서 추락 중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굳이 록 다운(lockdown)을 고집할까?
알베르 카뮈가 1947년에 발표한 ‘페스트’는 전염병이 창궐한 알제리 해안 도시에 갇힌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시민들은 ‘빵이 아니면 공기를 달라’며 비명을 지르지만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오직 의사 리유와 여행자 타루를 중심으로 뜻있는 사람들이 보건대를 조직, 자발적으로 죽음의 공포와 성실하게 싸워나갈 뿐이다.
좀도둑 코타르는 페스트 시절이 즐겁기만 하다. 전염병으로 사회가 너무나 혼란해진 터라 경찰의 손이 코타르에게는 미치지 않는다. 덕분에 그는 폐쇄된 도시에서 부족해진 물품들을 암거래하여 돈을 벌고, 보건대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외로움을 잊는다. 그에게 페스트는 축복이다. 코타르는 전염병이 끝날까 봐 불안하다. 그는 페스트가 영원히 계속되길 바란다.
누구를 위한 극단적 거리 두기일까? 방역본부는 급격한 확진자 수 증가가 민노총 집회와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모임 자체가 전염의 원인이 아니라는 자백이다. 그것도 아니면 혹시 코타르처럼, 코로나를 이용해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