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면 어여쁜 님,등 돌리면 원수!’
두산 심재학이 친정팀 LG를 잡는 사나운 사냥꾼으로 변신했다.15일 잠실 두산전에 응원나온 LG팬들은 맞은편 덕아웃에서 칼을 갈듯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심재학을 보며 몹시 씁쓸해했다.‘옛 친구’ 심재학이 연패가 끊기길기대한 쌍둥이 팬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
심재학은 이날 첫 타석부터 마지막 타석까지 숨도 쉬지 않고 방망이를 돌려댔다.두산이 5-4로 뒤집은 4회초 2사 만루서 2타점 중월 적시타를 날려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등 무려 5타수 5안타 2타점.
올 시즌 유난히 LG만 만나면 화끈하게 분풀이하는 심재학이다.LG를 상대로 19타수 13안타 2홈런 8타점 9사사구로 타율 0.684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특히 마운드에 올라온 LG의 주축 투수 10명에게서 전부 안타를 뽑았고,이승호와 김민기에게는 볼넷만 기록해 그야말로 새로운 ‘LG 킬러’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심재학은 특별히 LG에 강한 이유에 대해 “오기”라고 짧게 대답했다.‘투수전향→트레이드→타자복귀’의 파동을 겪으며 이를 악물었다.지난 99년 LG에서 트레이드하겠다는 구단의 엄포에 밀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했다.3년간연봉인상 보장과 트레이드 절대 불가라는 약속하에.
그러나 99시즌 3승3패로 성적이 초라하자 그해 10월 18일 날벼락 같은 트레이드 통고를 받았다.그날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생일이었다.심재학은 엄청난배신감에 치를 떨었다.생일 선물 대신 가슴에 칼을 꽂았으니 LG에 감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심재학이다.
패배감과 상실감으로 다시는 야구를 할 수 없을 것 같던 99년 겨울.현대로가서 김용달 타격코치의 지도 속에서 거듭났다.LG 시절 문제점으로 지적된몸쪽 공 공략과 집중력을 보완했다.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배트에 공을 맞히는 순간 힘을 집중하는 훈련을 거듭했다.
2000시즌 현대에서도 LG를 상대로 15안타 2홈런 10타점으로 타율0.242를기록했다.
그리고 2001년 LG의 옆집인 두산으로 이사했다.심재학은 “LG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다”며 트레이드 첫 소감을 밝혔다. “적어도 LG만은 자신있다”는 심재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