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멘토링, 시공간 제약 없이 '랜선잡담'으로!
멘토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에게 딱 맞는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누군가와의 만남이 어려워진 요즘, 멘토는 커녕 진로에 대한 도움마저 구하기 힘들어졌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청년사업팀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현직자의 만남을 통해 직무 관련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칭데이'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다면, 현장에서 진행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칭데이는 줌(ZOOM)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매칭데이는 서울시 공공기관의 현직자(프로보노)에게 직무소개를 듣고, 질의응답을 거치며, 상호적인 교류를 하는 멘토링 데이다. 원래 명칭이 '매칭데이'였으나,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랜선잡담'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랜선잡담 신청이 확정되면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확정 문자가 온다. ⓒ신예은
이번 랜선잡담(매칭데이)에 참여한 서울시 공공기관은, '서울관광재단', '서울기술연구원', '서울디지털재단',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설공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신용보증재단', '서울연구원'으로 8개 기관이 참여하였다. 랜선잡담은 '서울동행'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직무별 해당인원이 꽉 차면 선착순 마감된다. 신청은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간단했지만, 지원동기, 질문 내용, 간단한 인적정보를 적어서 담당자의 확인을 받은 후 최종확정되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서울시에서는 시 공공기관과 함께하는 '랜선잡담'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필자는 향후 도시계획, 도시재생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은 꿈이 있다. 마침 각종 도시문제 해결과 도시정책을 펼치는 '서울연구원' 도시계획 직무를 선택할 수 있어 서둘러 신청했다. 랜선잡담 당일,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줌 소회의실을 배정받아 서울연구원 프로보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프로보노'는 선 경험자, 인생 선배, 전문가와 유사한 뜻으로, 공익을 위해 자신의 직업 전문성을 나누는 사람을 뜻한다.
각종 도시문제 해결과 도시정책을 펼치는 '서울연구원' 홈페이지 메인 ⓒ서울연구원
도시는 '나의 것' 아닌 '모두의 것'
따뜻한 미소를 지닌 프로보노는 청년들에게 먼저 밝게 자기소개를 건넸다. 서울연구원이 어떤 곳인지 설명해 주었다.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연구원은 서울의 도시문제와 시책과제를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대도시 서울을 연구하는 곳이지만, 서울연구원은 우면산 자락에 위치해 있어 각종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 프로보노가 주로 하는 업무는, 상위 계획 및 선행연구 검토, 관련 법제도 분석, GIS 분석, 통계 분석, 보고서 및 발표 자료 작성 등이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도시계획 관련 법과 규정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기에, 평소 신문이나 관련 잡지, 학회지 등을 통해 토지, 부동산, 건축 관련 법 제도에 친숙해질 것을 추천했다.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은 서울의 도시공간계획수립, 정책연구, 도시환경 정비 등과 같은 주요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서울연구원
아래는 프로보노와 청년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Q&A 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Q. 도시는 분야가 모호하고, 간학문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도시계획 쪽은 인문계인지 이공계열인지 궁금하다
도시공학 내에서도, 계획, 설계, 교통, 환경 등 어떤 세부 분야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제적으로 도시계획 쪽은 법, 제도, 사회 이슈를 많이 다루므로 사회과학으로 분류된다. 다만 연구하는 데 있어 통계나 계량모형들을 종종 다루기 때문에, 수학적 지식이 탄탄하면 더 유리한 면이 있다.
Q. 도시계획 분야에 종사하려면 학부 졸업으로 가능한가? 혹은 그 이상의 학위가 필요한가?
학부 졸업만으로도 충분히 공공기관이나 엔지니어링 회사에 종사할 수 있다. 연구원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경우 석사과정을 밟는 것을 권장한다.
Q. 도시계획을 배우고, 민간과 공공에서 각각 어떤 역할을 맡는지 궁금하다.
도시개발 엔지니어링 회사나 부동산 관련 컨설팅 회사에 취업하면 실제로 실현되는 도시개발계획 또는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도시계획이라는 분야 자체가 공공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민간 회사를 가더라도 공적인 일을 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서울연구원과 같은 연구원에서 일하거나, 공무원이 되어서 역량을 발휘하는 방법도 있다.
Q. 도시계획 분야를 공부하기 위하여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첫째, 각종 도시 현안에 대해 귀 기울이는 습관이 있어야 하고, 문제의식을 갖고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둘째, 법 제도나 지침 등의 이해 및 독해 능력이다. 도시계획 자체가 이러한 다양한 규정에 의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규정에서 벗어나면 아무리 창의적인 계획이어도 진행이 불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도시계획 관련 지식도 쌓아두는 것이 좋은데, 국토계획, 도시계획 지도, 전공서적 등을 통하여, 도시계획 용어 및 현황에 대해 알아두면 좋다. 셋째, 문서작성 능력, 넷째, GIS나 통계 관련 소프트웨어, 다섯째, 해외 사례 검토를 위한 영어 등 외국어 능력을 갖출 것을 권장한다.
프로보노와 청년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신예은
Q. 도시계획 석사를 준비하고 있는 학부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한다.
우선 관련 분야에 대해 많은 연구보고서나 논문을 읽어보며 하고 싶은 연구 분야를 미리 파악하고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느 정도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정해졌다면, 관련 연구실 대학원생이나 교수님들을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한 학기 정도 인턴 연구생으로 일하면서 대학원 생활을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학기별 티오를 자세하게 알아보며, 연구실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 분위기 파악과 함께,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가 있는지 잘 조사해 보아야 한다. 앞서 같은 절차를 밟은 선배들한테 한 번씩 조언을 구하는 것도 추천한다. 이러한 단계들이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늘 본인의 건강을 잘 챙기면서 준비하길 바란다.
멘토링이 끝나고, 각자 강연 후 느낀 점과 바람을 적어 기록하였다. ⓒpadlet
'가올'이 아닌 '가누'하는 삶
청년들과의 핫한 질의응답 시간을 마치고, 프로보노는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가올'(가치를 올리는 것)이 아닌 '가누'(가치를 누리는 삶)를 살아야 된다고 당부했다. 모두가 “너의 가치를 올리고, 너의 가치를 증명하라”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삶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각자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이아몬드같이 귀하기 때문에, 각자의 재능과 흥미에 따라 자신이 이미 지닌 가치를 누리겠다는 마음으로 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심적으로 부담감이 큰 요즘이었는데, 프로보노의 귀한 조언으로 사막 속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다시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멘토를 통해 필자 또한 언젠가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다. 좋은 멘토와 만났던 기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정진해야겠다.
■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랜선잡담’
○ 소개: 전문가가 청년에게 직무멘토링과 사회참여 등을 돕는 자원봉사를 운영하고 있다. 매월 1회 매칭데이를 통해 사회 현직자가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직무 멘토링을 제공한다.
○ 홈페이지 : http://volunteer.seoul.go.kr/, https://www.donghaeng.seoul.kr/
○ 문의 :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청년사업팀 02-2136-8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