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後悔)
이전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친다는 뜻으로, 새로운 결단 유무와는 상관없이 감정상의 뉘우침이라 할 수 있다.
後: 뒤 후
悔: 뉘우칠 회
출전 : 오잠(五箴)중 행잠(行箴) 한유(韓愈)
후회(後悔)는 누구나 잘 아는 성어인데, 한(漢)나라 대문장가 한유(韓愈)는 오잠(五箴) 중 행잠(行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행잠(行箴) : 행동을 경계하는 잠.
行與義乖, 言與法違.
後雖無害, 汝可以悔.
행동이 의리에서 어긋나고, 말이 법도에서 벗어나도, 비록 그 뒤에 당장 해로움이 없을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
行也無邪, 言也無頗.
死而不死, 汝悔而何.
행동에 삿됨이 없고 말에 치우침이 없으면 죽어도 죽지 않는다. 네가 후회할 일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땅히 뉘우치고 고쳐야 한다.
宜悔而休, 汝惡曷瘳.
宜休而悔, 汝善安在.
네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땅히 그치고 뉘우쳐야 한다. 너의 선한 행동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 후회할 일이 따라올 수가 없다.
悔不可追, 悔不可為.
思而斯得, 汝則弗思.
후회할 일은 미리 신중히 생각하면 알고 막을 수가 있는데 너는 다만 깊이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 다음은 박석 교수의 古典名句 後悔의 글이다.
宜悔而休, 汝惡曷瘳?
마땅히 후회해야 하는데 그만두면, 너의 잘못을 어찌 개선하겠는가?
宜休而悔, 汝善安在?
마땅히 그만두어야 하는데 후회하면, 너의 훌륭함이 어디에 있겠는가?
당나라의 대문호이자 사상가였던 한유(韓愈)가 멀리 광둥(廣東) 지역의 양산(陽山)에 귀양 갔을 때 지은 ‘오잠(五箴)’ 가운데 ‘행잠(行箴)’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문장은 언행이 사리에 합당하지 않다면 당장에 가시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후회를 해야 하고, 언행이 법도에 어긋남이 없으면 죽어도 죽는 게 아니기 때문에 후회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시작한다. 대단한 선비의 기상이다.
이어 등장하는 이 구절은 쉬우면서도 절묘한 대구를 활용하여 후회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후회, 누구나 늘 겪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후회의 참뜻은 자신의 잘못을 고치는 데 있다.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회개(悔改)라는 말도 후회하고 고친다는 뜻이다.
잘못은 고치지 않고 후회만 반복하는 것은 자기변명 내지는 자기 위안에 그치는 것으로서 안 하느니만 못하다. 후회해야 할 때는 정말 철저하게 후회하면서 자신을 고쳐야 한다.
반대로 후회하지 말고 계속 당차게 나아가야 하는데 중도에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후회하면서 중도에 포기하거나 엉거주춤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 한번 제대로 마음을 먹었으면 후회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강단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누가 보아도 크게 후회하면서 고쳐야 할 상황인데도 후회는 커녕 도리어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며 억지 강단을 부리는 사람들도 많아 쓴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후회, 참으로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기에 새삼스레 그 의미를 깊게 새겨본다.
▶ 後(뒤 후/임금 후)는 ❶회의문자로 后(후)는 간자(簡字)이다. 발걸음(彳; 걷다, 자축거리다)을 조금씩(문자의 오른쪽 윗부분) 내딛으며 뒤처져(夂; 머뭇거림, 뒤져 옴) 오니 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後자는 ‘뒤’나 ‘뒤떨어지다’, ‘뒤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後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幺(작을 요)자, 夂(뒤져서 올 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後자는 족쇄를 찬 노예가 길을 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後자를 보면 족쇄에 묶인 발과 彳자가 그려져 있었다. 발에 족쇄가 채워져 있으니 걸음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後자는 ‘뒤떨어지다’나 ‘뒤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後(후)는 (1)무슨 뒤, 또는 그 다음. 나중 (2)추후(追後) 등의 뜻으로 ①뒤 ②곁 ③딸림 ④아랫사람 ⑤뒤떨어지다 ⑥능력 따위가 뒤떨어지다 ⑦뒤지다 ⑧뒤서다 ⑨늦다 ⑩뒤로 미루다 ⑪뒤로 돌리다 ⑫뒤로 하다 ⑬임금 ⑭왕후(王后), 후비(后妃) ⑮신령(神靈)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먼저 선(先), 앞 전(前), 맏 곤(昆)이다. 용례로는 뒤를 이어 계속 됨을 후속(後續), 이후에 태어나는 자손들을 후손(後孫), 뒤로 물러남을 후퇴(後退), 일이 지난 뒤에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후회(後悔), 같은 학교를 나중에 나온 사람을 후배(後輩), 반반씩 둘로 나눈 것의 뒷부분을 후반(後半), 핏줄을 이은 먼 후손을 후예(後裔), 뒷 세상이나 뒤의 자손을 후세(後世), 뒤에서 도와줌을 후원(後援), 뒤의 시기 또는 뒤의 기간을 후기(後期), 중심의 뒤쪽 또는 전선에서 뒤로 떨어져 있는 곳을 후방(後方), 뒤지거나 뒤떨어짐 또는 그런 사람을 후진(後進), 맨 마지막을 최후(最後), 일이 끝난 뒤를 사후(事後),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정오로부터 밤 열두 시까지의 동안을 오후(午後), 바로 뒤나 그 후 곧 즉후를 직후(直後), 그 뒤에 곧 잇따라 오는 때나 자리를 향후(向後), 앞과 뒤나 먼저와 나중을 전후(前後),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는 후생가외(後生可畏), 때 늦은 한탄이라는 후시지탄(後時之嘆), 뒤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뜻으로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뛰어날 때 이르는 말을 후생각고(後生角高), 내세에서의 안락을 가장 소중히 여겨 믿는 마음으로 선행을 쌓음을 이르는 말을 후생대사(後生大事),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을 후회막급(後悔莫及) 등에 쓰인다.
▶️ 悔(뉘우칠 회)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걸리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每(매, 회)로 이루어졌다. 단념(斷念)하지 못하고 마음에 걸리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悔자는 '뉘우치다'나 '후회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悔자는 心(마음 심)자와 每(매양 매)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每자는 비녀를 꽂은 여자를 그린 것으로 이전에는 母(어미 모)자와 같은 뜻으로 쓰였었다. 이렇게 어머니를 뜻하는 每자에 心자가 결합한 悔자는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悔(회)는 ①뉘우치다 ②스스로 꾸짖다 ③한이 맺히다 ④분하게 여기다 ⑤뉘우침 ⑥후회 ⑦잘못 ⑧과오(過誤) ⑨깔봄, 얕봄 ⑩주역의 괘효 ⑪아깝게도 ⑫유감스럽게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한 한(恨), 뉘우칠 참(懺)이다. 용례로는 뉘우치고 한탄함을 회한(悔恨), 잘못을 뉘우치고 고침을 회개(悔改),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을 회심(悔心), 잘못을 뉘우치고 깨달음을 회오(悔悟), 뉘우침과 허물을 회우(悔尤), 지은 죄를 뉘우침을 회죄(悔罪), 뉘우치어 부끄럽게 여김을 회치(悔恥), 뉘우쳐 탄식함을 회탄(悔歎), 그릇된 것을 뉘우침을 회비(悔非),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나 얼굴빛을 회색(悔色), 잘못을 뉘우치는 빛을 띤 얼굴을 회안(悔顔), 잘못한 것을 뉘우치고 두려워 함을 회구(悔懼), 과거의 죄악을 깨달아 뉘우쳐 고침을 참회(懺悔), 일이 지난 뒤에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을 후회(後悔), 몹시 뉘우침이나 뼈저리게 뉘우침을 통회(痛悔), 부끄러워하며 뉘우침을 참회(慙悔), 한탄하고 뉘우침을 감회(感悔), 잘못을 깨닫고 뉘우침을 오회(悟悔), 제가 한 일에 대해 뉘우침을 자회(自悔), 거짓 참회로 겉으로 뉘우치는 체함을 위회(僞悔), 슬퍼하고 뉘우침을 창회(愴悔),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일을 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회과천선(悔過遷善),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회지막급(悔之莫及) 또는 회지무급(悔之無及), 회개하려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회개지심(悔改之心), 허물을 뉘우쳐서 스스로 꾸짖음을 일컫는 말을 회과자책(悔過自責), 하늘에 오른 용은 뉘우침이 있다는 뜻으로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더 올라갈 데가 없어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듯이 부귀가 극에 이르면 몰락할 위험이 있음을 경계해 이르는 말을 항룡유회(亢龍有悔), 아무리 후회하여도 다시 어찌할 수가 없음이나 일이 잘못된 뒤라 아무리 뉘우쳐도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후회막급(後悔莫及), 지난 일을 뉘우쳐도 소용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추회막급(追悔莫及), 끝내 회개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종불회개(終不悔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