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이용 장애인 ‘살맛 나는’ 동력보조장치 건보 안되나요어깨 통증 예방·삶의 질 상승효과‥“제도화 필요” 한목소리
예산 장벽·리튬 배터리 이슈 고민도, 건보공단 “신중 검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행복나눔재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국민의힘 최보윤․한지아,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함께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력보조장치 공적제도 진입 방안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토론회 전경.ⓒ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유튜브 캡쳐
수동휠체어의 가벼움과 전동휠체어의 동력을 섞은, 이른바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의 신세계인 ‘동력보조장치’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왔다.
일부 민간 후원이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제한적 지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장애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견서 전달, 정책리포트 발간에 이어 국회에서의 공론화까지 나선 것.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행복나눔재단,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국민의힘 최보윤․한지아,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함께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력보조장치 공적제도 진입 방안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동력보조장치 종류.ⓒ공진용
‘동력보조장치’는 수동식 휠체어에 장착해 동력보조 휠체어 또는 전동식 휠체어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전기 장치로, 수동휠체어의 가벼움과 전동휠체어의 동력을 함께 결합한 보조기기다. 바이크형, 조이스틱형 등으로 나뉜다.
문제는 비싼 가격. 2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임에도 아직 의료기기로 인정이 되지 않아 건강보험 급여품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적 지원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근로장애인 대상 작업용 보조공학기기 사업 등이 유일하며, 이마저도 대상이 제한적이다.
상상인과 행복나눔재단의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 한국장총의 전동화키트 지원사업 등의 민간 지원이 활발하지만, 이마저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
덕성여대 문채원 학생.ⓒ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유튜브 캡쳐
이날 행복나눔재단의 ‘휠체어 사용 아동·청소년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뇌병변장애인 문채원 학생(덕성여대 1학년)은 “중학교 1학년 때 동력보조장치 지원으로 엄마의 도움에서 벗어나 야구장에 가보고, 한국시리즈에서 시구 하는 소중한 경험도 했다”면서 “동력보조장치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만드는 친구 같은 존재다. 앞으로는 동력보조장치를 통해 많은 친구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고 공적 지원 확대에 목소리를 냈다.
실제 행복나눔재단이 올해 6월부터 7월까지 휠체어 사용자 7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력보조장치 사용성’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91.3%가 이동범위가 넓어졌고, 순서대로 ‘이동의 수월성 향상’, 삶의 질 향상‘, ’심리적 자존감 향상‘, ’가족 부담 경감‘ 등의 변화가 컸다고 답했다. 또 66.7%가 동력보조장치로 인해 관절계 통증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공진용 교수ⓒ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유튜브 캡쳐
나사렛대학교 재활의료공학과 공진용 교수 또한 “동력보조장치는 수동과 전동 두 개의 휠체어 단점을 극복해낸 대표적인 장치”라면서 “특히 수동휠체어 하기에는 근력이 부족하고, 전동휠체어가 너무 무거운 장애아동에게 동력보조장치는 중간단계로 효과적인 기기다. 학내에서 친구의 도움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임에 따라 심리적, 정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공적 급여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다만, 건강보험 급여품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산의 장벽’과 함께 ▲아동에 맞춘 새로운 판정 기준 마련 ▲수동인지, 전동인지 등의 지원품목 결정 및 용어 정리 ▲유형에 따른 기준금액 별도 책정 ▲리튬 배터리를 쓰는 동력보조장치의 안전성 이슈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위)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 토론 모습(아래)동력보조장치를 장착한 후 다양한 도전을 한 사진들.ⓒ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유튜브 캡쳐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정책위원장은 37년 동안 수동휠체어를 타며 어깨 통증에 시달리다가 동력보조장치를 장착한 이후 가족과의 나들이는 물론, 해외까지 자유롭게 누볐다. 자동차 사용도 많이 줄었다는 그는 ‘사는 맛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이 정책위원장은 하지마비여도 현재 보조기기 급여 기준상 전동휠체어를 처방받기 어려운 점, 전동휠체어를 처방받았더라도 자가용을 사용할 경우 기동성이 떨어지는 점을 언급하며, 동력보조장치는 ‘수동과 전동휠체어 선택의 사각지대를 해결할 구원투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깨 통증 예방과 함께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속 ‘장애인의 권리’에도 부합된다면서, “동력보조기기 지원을 너무나 오래 기다렸다. 더 이상 미루거나 주저하지 말라”고 피력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재활의학과 유지현 교수는 동력보조장치는 척수장애인의 어깨관절 보호에 큰 역할을 한다고 필요성에 목소리를 보태며, 보조기기 보험급여 항목 포함되려면 ▲처방조건( 보행 불가로 휠체어 사용이 필요한 경우, 인지기능이 좋은 경우, 적절한 연령) ▲처방 타입 고려(조이스틱: 사지마비. 하지마비, 바이크형, 후방바퀴형: 하지마비) 등의 구체적 처방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수정 부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유튜브 캡처
이 같은 동력보조장치 급여화 요구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조기기급여부 고수정 부장은 현재 학회를 중심으로 급여화 의견을 조금씩 모으는 상황임을 공유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고 부장은 “2019년 동력보조장치가 실증특례 대상이 되면서 장애인 보조기기 해당 여부를 검토했는데, 그 당시 의료기기로 허가받지 못해 보조기기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이후 휠체어 동력 보조장치 허가 심사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급여평가위원회를 연다든지, 자문위원회를 열 때 학회 의견지에 서브로 넣어 급여화 의견을 조금씩 모으고 있다”고 현 상황을 공유했다.
이어 “당장 급여화를 위한 검토 의견을 내기보다, 리튬 배터리가 장착된 전동휠체어가 일단 급여로 진입하는 추이를 보며 검토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지난해 전동휠체어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개선을 했는데, 동력보조장치 추가 출시 등을 검토하면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