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 안토니오 스퍼스의 영원한 판타지 스타 마누 지노빌리의 커리어를 시즌 별로 한 번 되돌아볼려고 합니다. 나오는 숫자는 가능한 정확히 확인하고 쓰겠지만 그 외에는 제 기억과 주관에 의존하는 바가 큰 만큼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부분은 지적 바랍니다.
02-03 :
데뷔 시즌 마누 지노빌리는 8-2-2라는 신인으로서도 특별히 눈에 띠지는 않는 숫자를 기록했으나,
토니 파커 하나를 제외하고 정적인 선수들 일색이었던 스퍼스 외곽 선수진에 에너지와 역동성을 가져다 줬습니다.
좋은 운동능력, 왕성한 활동양, 번뜩이는 창의성 그리고 루키라곤 믿어지지 않는 대담함까지 갖춘 선수였죠.
반대급부로 무리한 플레이와 어이없는 턴오버도 종종 해서 턴오빌리란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발목부상으로 02년 12월 한달을 통째로 날린 후 리그에 적응하는데 다소 고전하기도 했으나
경기를 뛸수록 계속해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기록으로도 잘 알 수 있는데,
지노빌리는 루키 시즌 뛴 총 69경기 중 전반 35경기에서 평균 5.5득점 1.8리바운드 1.5어시스트 필드골 41.5% 3점슛 30.4%를,
후반 34경기에선 평균 9.6득점 2.8리바운드 2.5어시스트 필드골 45.4% 3점슛 37.0%를 기록해
전반보다 후반에 확실히 더 높은 숫자를 찍었습니다.
특히 03년 3월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하기 시작하죠.
3월 2일 휴스턴전에서 28분간 필드골 6/7, 3점슛 2/3, 자유투 6/6으로
20득점(커리어 최초 20+득점 경기) 4어시스트 3스틸로 놀라운 효율성을 보였고,
6일 네츠전에선 18득점 6리바운드 7어시스트 5스틸로 전방위적 활약을 했으며,
16일 킹스전에선 경기 종료 30초 전과 14초 전 두번의 결정적인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각각 풋백과 자유투 투샷을 모두 성공시켜 승리를 만들어냈습니다.
4월 9일 포틀랜드전에도 2점차로 앞선 상황에서 종료 1분 4초 전과 11초 전
두번의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승리에 기여하는 허슬을 보여줬죠.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NBA 플레이오프에서 지노빌리는 말릭 로즈, 스피디 클랙스턴과 함께
핵심 벤치 멤버진에 합류해서 스퍼스 프랜차이즈 사상 두번째 우승에 공헌합니다.
NBA 역사상 데뷔 시즌의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25분 이상의 출장 시간을 가지며 우승한 루키는 8명 뿐입니다.
그 대부분이 베테랑세가 약하고 신인들이 활약할 여지가 많은 리그 초창기에 몰려있고,
80년대 이후로 이 기록을 가진 선수는 79-80시즌의 매직 존슨과 02-03시즌의 마누 지노빌리 단 두 명에 불과합니다.
03년의 지노빌리 이후로 누구도 신인으로서 플레이오프에서 25분 이상 뛰며 우승한 선수가 없단 거죠.
03 플레이오프는 팀 던컨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한데,
스퍼스에서 파커, 스테판 잭슨, 브루스 보웬, 던컨, 데이비드 로빈슨의 스타팅 멤버 다섯명을 제외하면
많은 시간을 뛴 선수는 지노빌리-로즈-클랙스턴 이 셋이 다였죠.
정규시즌에서 평균 10~20분 사이의 출장시간을 가졌던
스티브 스미스, 대니 페리, 스티브 커, 케빈 윌리스 등의 기존 핵심 벤치 선수들은 플레이오프에서 전원 6분 이하로 기용됐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노빌리가 평균 27.5분을 뛰며 팀에서 다섯번째의 출장시간을 가졌다는건
포포비치가 스탯상으론 특별할 것 없는 신인에 불과한 지노빌리를
이미 팀의 핵심 멤버 중 하나로 간주했다는걸 잘 보여주는 일이었죠.
사실 당시 스퍼스 외곽선수들 중 돌파-3점-패스-피지컬이 다 되는(어느 정도) 선수가 지노빌리 하나 뿐이었던 만큼
포포비치의 선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면이 있었습니다.
파커와 클랙스턴은 3점이 없었고, 보웬은 사이드 3점 원툴이었고, 잭슨은 패스가 시원찮았고, 스미스와 커는 느리고 약했죠.
팀 구성상 루키인 지노빌리에게 어느 정도 역할을 부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지노빌리는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이 해 플레이오프에서 지노빌리의 베스트 경기는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일 겁니다.
21점 6리바운드 2스틸 필드골 8/12로 활약해서 21-20-7-1-4를 기록한 던컨, 25득점 5어시스트의 파커와 함께
팀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됐죠.
이 경기는 던컨-파커-지노빌리가 동시에 20+득점을 기록한 최초의 경기이자
아마도 이후로 20여년간 리그를 호령하게 되는 스퍼스 빅쓰리의 편린을 최초로 보여준 경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으로 지노빌리가 활약한 경기는 2라운드 레이커스 시리즈 1, 2차전으로
1차전에서 15득점 6리바 4스틸, 2차전에선 17득점 2스틸로
이전의 2년간 레이커스만 만나면 작아지던 스퍼스 외곽선수들과 달리 과감한 플레이로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스퍼스는 트윈타워가 가장 막강했던 시즌인 99 플레이오프에서 샥코비 레이커스를 스윕으로 꺾으며 우승했었지만,
그 후 01, 02 2년 연속으로 레이커스에게 패배를 당했죠
(00년은 던컨의 부상으로 인한 플레이오프 불참 덕분에 1라운드에서 선즈에게 탈락당함).
션 엘리엇, 에이버리 존슨, 안토니오 다니엘스, 스미스, 포터, 페리 등
센스와 기술을 갖췄지만 나이많고 느리고 피지컬이 약한 스퍼스의 외곽선수들은
정규시즌엔 던컨에게 상대 수비가 몰리면 외곽슛을 꽂아넣는 양궁부대 역할을 잘 수행해줬지만,
플레이오프에선 거칠고 밀도가 높아진 수비에 침묵을 지켰고 던컨 홀로 분투하다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었죠.
03년엔 파커, 잭슨, 지노빌리라는 젊고 팔팔한 선수들이 비록 기복은 심했지만
(셋 다 못할 땐 정말 못했죠)
넘치는 에너지로 레이커스의 수비를 상대로 좌충우돌하면서 던컨을 도와줬고 우승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16번의 시즌을 써야 하니 가능한 간략하게 하려고 했는데 쓸수록 길어지네요... 글 하나에 두세 시즌 정도 포함시킬 계획이었는데 오늘은 한 시즌으로 그칩니다.
첫댓글 잘봤습니다.
크~ 좋은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