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두 장편소설 "그림자 밟기"
지은이 : 박병두
사 양 : 신국판 | 336쪽
분 야 : 국내 소설
발간일 : 2006년 5월 10일
바코드 : 9788990956606 03810
출판사 : 이른아침
(전화 : 02-3143-7995)
가 격 : 9,800원
소설 출간일 : 5월13일 전국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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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성폭력 사건을 두고 벌어진 진실과 거짓의 위험한 대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최후의 사랑을 그린 현직 경찰관의 실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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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이자 소설가인 박병두씨(현, 수원 남부경찰서 민원실장) |
| <작가의 말 중에서>
봄이다.
뜰 앞의 목련이 눈 시리게 피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개나리마저 봄비에 떨어지고, 멀리 보이는 팔달산이며 수원성곽 주변에도 봄빛이 완연하다. 유난히 늦은 꽃샘추위와 이른 황사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올해도 봄꽃은 피고 나뭇잎은 새로 돋아난다. 조금 빠르거나 조금 늦는 법은 있어도, 자연이 때를 완전히 어기거나 순환을 멈추는 법은 결코 없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당연한 진리가 더없이 미덥고, 자연에 순응하고 순종하는 일만으로도 삶의 가장 소중한 의미 하나는 달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만 하다.
하지만 말없이 피고 지는 자연의 단순한 섭리나마 제대로 배워서 실천하기란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일이기만 한 것인지, 불혹을 넘긴 뒤에도 나는 자주 불면과 두통에 시달린다. 가족이나 이웃의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로 그러는 적도 있지만, 더 자주는 내 자신의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 사이에서 쉽사리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리라. 이파리도 없이 꽃을 피우기 위해 몸살을 앓는 개나리처럼, 혹은 순간처럼 짧은 만개 후에 참혹하게 떨어져 내리는 목련처럼, 지금도 나는 자주 신열과 알 수 없는 현기증으로 어지럽다.
남다른 공무원 생활을 하다 보니 그런 거라고, 남들보다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이며 파렴치하고 부조리한 일들을 많이 겪어서 그런 거라고, 천성이 모질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낮에는 극단적인 천사와 악마만 상대하다가 저녁이면 슬프고 감상적인 시를 쓰다 보니 그런 거라고, 착한 아내는 나보다 더 잘 나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아내의 말처럼 나는 하루 온종일 가해자와 피해자, 고소인과 피고소인, 혹은 고발인과 피고발인 등등 보통 사람들이 평생 한두 번 겪을까말까 한 사건들을 지금 현재 겪고 있는 사람들만을 주로 만나고 상대하는 직업을 가졌다. 그러면서 시와 소설을 쓰고, 저녁이면 만학도로 돌아가 세상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가 하나님을 부르며 기도를 한다. 기가 약한 사람이라면 정신분열이라도 일으킬 만큼 극단적으로 배치되는 삶을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주 오래 전 처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던 무렵부터, 나는 하늘의 진리와 땅의 하루하루가 서로 유리된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예컨대 범죄자를 붙잡아 처벌하는 일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돕는 일과, 시를 쓰는 일이 서로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신의 형상을 본 따 만들어진 인간이 그에 어울리는 고귀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고무하고 찬양하고 실제로 돕는 것, 그것이 바로 내 직업의 임무이자 신을 믿는 사람의 소명이고 시를 쓰는 자의 본문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항상 이런 가난한 영혼의 이상을 잘 수용해주지는 않는 법이어서, 실제로 나는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 그리고 불행을 만나고 또 헤쳐 나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본의 아니게 시련과 난관에 부딪치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상처를 받고 아파하기도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항상 다시 일어서곤 했다. 이 소설은 그런 나의 경험과 상처, 울분과 승화의 과정을 다시 되새김질한, 일종의 살풀이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실제가 아니라 엄연한 소설임을 밝혀둔다.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만, 우리 주위에는 가난하다거나 육체적인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하고, 마침내는 세상에서 버려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날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사람들과 생활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어서, 누구보다도 이들의 아픔과 상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고, 나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더더욱 많지 않다.
이처럼 가난과 폭력 속에서 소외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이 책을 쓰도록 나를 채찍질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눈물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증거하고, 범죄와 좌절 속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고통에 인간적으로 참례하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은 일들도 무가치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 믿고 이 소설을 세상에 내보낸다.
모쪼록 한 편의 이 짧은 소설이, 인간성이 메마른 우리 시대에 작은 울림이라도 던질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부드러워질 수 있다면, 작가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차례 1 _ 크리스마스의 악몽 2 _ 아내 경희 3 _ 봄날의 적들 4 _ 임영란 5 _ 파문 6 _ 오순경네 부부 7 _ 그림자를 찾아서 8 _ 우울한 파라다이스 9 _ 응급실 10 _ 시인 양기문 11 _ 검찰청 211호실 12 _ 낯선 외출 13 _ 세 여자 14 _ 용의자들 15 _ 행운 16 _ 살아남은 자의 슬픔 |
이 책 "그림자 밟기" 는 ...
연쇄 성폭력 사건의 범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실체와 그림자의 전쟁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같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성폭력’ 사건들, 특정인에게만 국한된 사건으로만 여겨졌던 성폭력 사건이 이제는 우리 가족, 친지, 이웃들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 특정한 대상 없이, 무차별적으로 잔인무도하게 벌어지는 이 범죄는 이제 사각지대가 없는 듯 보인다.
용산 어린이 성폭행 살인사건, 서울 마포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속칭 발바리, 교도소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 등 10년 넘게 시행되고 있는 성폭력특별법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폭력범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렇게 성폭력 사건으로 육체적 고통 외에도 평생을 씻기지 않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피해자들 앞에서 오히려 가해자들이 당당한 이유는, 자신들의 범죄 사실이 밖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가정의 파탄을 막기 위해, 자신이 처신을 잘못해 당했다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감춘 채 거짓 증언을 하곤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1998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조사된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6퍼센트 남짓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가해자보다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성폭력을 당하고선 주변 가족에게까지 버림받는 사람들의 그 아픔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보듬어야 할까? 내가 성폭력 사건의 당사자가 된다면, 내가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그 아픔의 무게를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건의 단적인 개요만을 듣고선 그저 남의 이야기인양 지켜볼 뿐 그들의 죽음보다 더한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에 소설 속 주인공처럼 경찰의 길과 시인의 길을 병행해온 저자 박병두는 성폭력 사건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과 그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예측 불가능한 인생의 여러 단면들을 심리적인 기법으로 묘사했다.
경찰이라는 직분으로 인해 성폭력 사건을 가장 가까이서 함께했던 저자는, 피해자들의 아픔이 그 어떤 상처보다 쉽게 아물지 않음을, 그리고 사건의 가해자들이 어떤 식으로 극악무도하게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누가 범인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수사관인지 알 수 없게 된 미묘한 성폭력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피해자를 넘어 범죄자로까지 내몰리게 된 한 경찰관의 은밀한 내면을 특별한 방식으로 포착해냄으로써, 부조리와 범죄가 만연한 이 세상의 낯선 단면 하나를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순진무구한 영혼들이 어떻게 파괴되고 소생하는지를 통해 작가는 역설적으로 삶의 경이와 사랑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전한다.
맑고 건강한 눈으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생생하게 포착해낸 우리 시대의 문제작
진눈깨비가 퍼붓는 크리스마스 무렵의 어느 오후, 위성도시의 한 주택가에서 2인조 강도에 의한 사건이 벌어진다. 금품을 노린 단순 강도 사건으로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아간 순경 남도영은 그러나 피해자가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이내 알아차린다.
삼십대 초반의 여성인 그 피해자는 성폭행을 당하고도 이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질 경우 가정이 파탄날 수 있다면서 남도영에게 사건을 은폐해 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남도영은 피해자의 절박한 요구를 묵살하지 못해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은밀히 수사를 진행하지만, 사건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강도들은 사건이 은폐된 것을 알아차리고 피해자에게 협박을 하고, 나아가 그녀의 남편에게까지 당당히 자신들의 존재를 밝힌 것이다.
마침내 도영은 사건을 은폐한 비리 경찰로까지 내몰린다. 이 사건으로 도영에게는 중징계와 이혼이 대가로 돌아왔고, 파트너의 갑작스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가지 불행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게다가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사건의 충격에 못 이겨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 사건이 그에게 주어지기 전까지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었던 남도영에게 펼쳐지는 운명의 장난, 그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고자 폭력적인 대결 속에서 피어나는 또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추천사>
박병두는 맑고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게서는 고향 들녘의 보리밭 냄새와 흙냄새가 물씬 묻어난다. 그가 자신의 실제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진솔하고도 건강한 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이면을 생생하게 포착해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끈다. - 임철우(소설가)
한 인간과, 그의 삶과, 그가 쓰는 글이 하나가 되는 경우는 모두에게 행복한 결과를 낳는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통해 그 셋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 놀랍도록 생생하고 섬세한 숨결을 발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최수철(소설가)
작가 박병두의 『그림자 밟기』는 가장 인간적인 경찰에 바치는 따스한 헌사다. 겉으로 보기에 경찰일 수 없는, 그러나 경찰일 수밖에 없었던 한 사내의 짧았지만 전부였던 시간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그 동안 잊고 살았던 희망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사건 현장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동하면서 수첩에 적을 시를 생각하는 주인공 도영, 그에게서 당당한 명예와 인간적 온기를 함께 느끼도록 배려한 작가의 고투에 박수를 보낸다. - 안도현(우석대 교수, 시인)
내가 아는 박병두는 조금은 엉뚱하고 고지식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마음은 소녀처럼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기를 꼭 빼닮은 경관을 주인공으로 삼아 장편소설을 펴낸다.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 착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 서영채(한신대 교수, 문학평론가)
박병두의 글은 소탈하면서도 생생하다. 『그림자 밟기』는 상처로 외로운 자신의 삶을 복원하고 치유해 나가는 이 작가의 치열한 내면 풍경이다. - 조희문(상명대 교수, 영화평론가)
박병두는 항상 자기와 이웃의 삶 속에서 의미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작가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누구에게나 용기를 주고 가능성을 던져준다. 나는 좀 더 많은 박병두들을 만나고 싶다. 이 작가처럼 자기 직업의 한계를 넘어 따뜻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찬다면, 우리의 삶도 좀 더 살 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 곽재용(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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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박병두
1964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아주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와 원광대학교대학원 경찰행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 중이다. 1983년 텔레비전의 방송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1992년 《월간문학》과 《문학세계》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에세이집 『얼굴』(1985), 시집 『우리 이제 사랑이란 말을』(1991) 『오늘은 당신의 생일입니다』(1993) 『낯선 곳에서의 하루』(2002), 장편소설 『유리 상자 속의 외출』(1998) 등을 펴냈다.
수원문학상, 경기문학상, 아주문학상, 고산(孤山)문학상, 이육사문학상, 전태일문학상, 행정자치부공모 국무총리상과 행정자치부장관상, 수원시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