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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능력 배양을 위한 체계적 훈련
체계적인 혁신관리는 어느 부분을 어떻게
살펴보아야 하는가를 알고 노력하는 것이다.
오늘날 혁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과 기술의 급속한 변화로 인한 치열한 경쟁이 혁신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과제는 어떻게 하면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답을 구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HPR의 1985년5~6월 호에 게재되었던 피터 드러커의 권위 있는 논문을 다시 게재한다. 드러커가 지적한 바와 같이 혁신이란 모든 관리자들의 의무이며, 그 시작은 의도적으로 무언가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어떤 분야에서 발생할 것인가는 예측할 수 있되, 그 시기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기회를 발견하고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잘 훈련된 작업이 필요하다.
지식경영의 실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최신설비와 생산기술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을 조금 다듬어서 내놓은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드러커는 이 논문을 통해 경영진이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신 설비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하는 시의 적절한 조언을 하고 있다.
- HPR 편집부 / 역자 이인석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Peter F. Drucker
․이 글은 HBR November- December 1998에 게재된 『The discipline of innovation』 이다.
최근 들어 ‘기업가의 성격특질’에 관한 논의가 무성한데 내가 지난 30년간 함께 일해온 여러 기업가들 가운데는 그러한 논의에서 거론되는 성격에 부합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영업사원, 외과의사, 언론인, 학자, 심지어 음악가들 가운데 오히려 그와 같은 ‘성격’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기업가’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성공한 기업가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성격특질이 어떠하다는 측면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몰두한다는 점이다.
기업에서나 공공기관 또는 혼자 새로 시작한 벤처사업에서건,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행동방침이다. 혁신은 기업가가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한 자원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자원의 활용범위와 가능성을 확대하고자 하는 기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기업가 정신의 올바른 정의에 관한 혼란이 일고 있다. 혹자는 규모가 작은 기업을 총칭하는 용법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새로운 사업영역을 일컫는 용어로도 쓰인다. 하지만 실제로 내노라하는 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뒤에는 성공적인 기업가 정신이 내재되어 있다. 이 용어는 기업의 규모나 연륜보다는 특정 활동과 관련된 것이다. 그 활동의 핵심은 혁신이다 : 혁신이란 기업의 경제 사회적 잠재력에 있어서 목적의식을 갖고 변화를 도모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혁신의 원천
물론 혁신에는 어떤 반짝하는 천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혁신은, 특히 그것이 성공적인 경우에는 목적의식을 갖고, 의도적으로 혁신의 기회를 찾고자 애쓴 노력의 결과다. 혁신의 기회는 몇 가지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발견할 수 있다.
특정기업이나 산업 안에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기회가 존재한다.
․ 예기치 못한 사건의 발생
․ 부조화의 인식
․ 운영상의 필요
․ 업계 및 시장의 변화
기업 외부의 사회적 환경 및 지식관련 환경에서는 추가적으로 다음과 같은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원천이 있다.
․ 인구 통계학적 변화
․ 지각의 변화
․ 새로운 지식
실제로 이러한 원천은 서로 중복되는 부분도 있으나, 그 위험성이나 난이도, 복잡성에 있어서는 서로 다르다. 더구나 혁신의 잠재성이란 어떤 곳에만 국한해서 한 번에 하나씩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발생할 때 혁신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된다.
예기치 못한 사건의 발생 : 먼저 혁신의 기회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용이하고도 단순한 원천으로서, 예기치 못한 사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1930년대 초, IBM은 최초로 현대적인 금전출납기를 개발했으며, 이는 은행업무를 위해 설계된 것이었다. 하지만 1933년의 은행은 이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지 않았다. IBM의 설립자이며 이후 오랫동안 최고경영자로 활약했던 토머스 왓슨(Tomas Watson, Sr.)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IBM을 구원해 준 것은 예기치 못했던 곳에서 그 기계를 활용하게 됨으로써 일궈낸 성공의 덕택이었다. 뉴욕공립 도서관에서 그 기계 한 대를 구입하기 원했던 것이다. 당시의 은행과는 달리 초기 뉴딜시대의 도서관은 돈이 있었다. 왓슨은 하마터면 팔리지 못할 뻔한 기계를 100대 이상이나 도서관에 판매했다.
그 후 15년이 지난 뒤, 사람들이 컴퓨터를 고도의 과학연구를 위해 고안된 기계라고 믿기 시작했을 즈음에, 예상 밖으로 기업체에서 이 기계라고 믿기 시작했을 즈음에, 예상 밖으로 기업체에서 이 기계에 관심을 보였다. 즉 직원들의 급여 지급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가장 진보된 것으로는 유니박(Univac)이 있었는데,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IBM은 이것이 예기치 못한 성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즉각 깨달았다. 유니박을 급여 지급과 같은 실무에 적용함으로써, 5년이 채 못되어 IBM은 컴퓨터 업계의 리더가 되었으며, 그러한 위치를 오늘날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실패 또한 혁신을 위한 중요한 기회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포드사의 엣젤(Edsel) 모델이 자동차 역사상 가장 큰 실패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엣젤의 실패가 나중에 이 회사가 크게 성공하게 된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포드는 당시 미국 자동차 역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정성을 쏟아서 엣젤을 설계했다. 제너럴모터스와 경쟁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엣젤을 생산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되었다. 그러한 계획 아래 이루어진 시장조사와 제품설계에도 불구하고, 엣젤은 엄청난 실패로 끝난다.
포드는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한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지금까지 제품설계와 마케팅을 위해 갖고 있던 기본 가정에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동차 시장은 더 이상 가계수입에 의해 분류되지 않으며, 시장세분화를 위한 새로운 원칙은 다름 아닌 오늘날 우리가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이 자동차는 포드사의 독특한 성격을 잘 드러내 주었으며, 업계리더로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었다.
예기치 못한 성공과 실패는 이처럼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산적인 원천이 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그것을 놓쳐버리거나, 무시해 버리며, 심지어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탓하기도 한다. 1905년 경 독일 과학자가 비중독성 마취약인 노보케인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는 이것을 절단 수술과 같은 중요한 외과수술에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외과의사들은 절단과 같은 수술과정을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선호했고, 실제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대신 노보케인은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이 약의 발명자는--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자신의 이 훌륭한 발명품이 치과 치료약으로 사용될 때 ‘오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예방법에 관해 ‘치과대학’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강연하며 여생을 보냈다.
풍자적인 측면도 있으나, 확실한 것은 관리자들이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흔히 보여주는 태도로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라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내 보고체계는 그와 같은 관리자들의 반응보다 더욱 뿌리깊은 나쁜 관행을 보여 준다. 현재 기업내 보고 체계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월별, 분기별 보고서의 첫 페이지는 대개 문제점을 나열하고 있다. 예컨대, 결과가 기대치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어떤 곳인가 하는 따위다. 물론 그와 같은 정보는 필요한 것이며, 성과하락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기회의 발견을 억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혁신의 기회를 맨 먼저 포착할 수 있는 곳은 예상보다 나은 결과를 얻게 되는 부분에서다. 따라서 진정으로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는 조직이라면 ‘첫 페이지’가 두장 이어야 한다. 즉, 하나는 문제점과 관련된 페이지고, 기회와 관련된 것이 아울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양쪽에 같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한다.
부조화의 인식: 알콘연구소(Alcon Laboratories)는 60년대의 성공담을 장식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그 이유는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인 빌 코너(Bill Corner)가 의학 기술상의 부조화라는 측면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백내장 수술은 가장 흔히 이루어지는 외과 수술 가운데 하나다. 지난 300년간 의사들은 백내장 수술을 위한 체계를 확립해 왔으며, 이 ‘전래’의 수술방법은 안구를 연결하고 있는 인대를 절단하는 것이었다. 안과의사들은 인대절단을 능숙히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배웠으나, 이 수술은 여타 수술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인지라, 말이 수술이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이 수술을 몹시 두려워하곤 했다. 부조화를 인식한 것이다.
약 50년 전부터 의사들은 인대를 절단하지 않고 효소를 이용해 백내장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단지 빌 코너가 한 일이라곤 이 효소에다 방부제를 섞어서 몇 개월간 저장할 수 있도록 한 것뿐이다. 안과의사들은 즉각적으로 이 새로운 합성물질을 받아들여 사용했고, 알콘사는 세계적인 독점권을 갖게 되었다. 15년 후 네슬레사는 엄청난 값을 지불하고 이 회사를 인수했다.
기존의 논리나 규칙 속에서 나타나는 부조화는 혁신의 기회를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원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다른 예로 경제 현상의 부조화를 들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산업은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1950년부터 1970년 사이의 선진국 철강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그와 같은 현상을 통해 제철소에서는 경제현상의 부조화를 인식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혁신적 대응은 ‘미니 제철소’였다.
기대치와 성과간의 부조화 또한 혁신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50년 동안 조선소와 해운회사는 선박의 속도향상과 연료절감을 이룩하고자 함께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속도가 향상되고 연료소비량이 절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상운송을 통한 경제적 채산성은 점차 악화되었다. 1950년을 전후해 이미 쓰러진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도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이때 모든 문제의 원인은 업계의 가정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 때문이었다. 실제 비용의 증가는 배가 움직일 때, 즉 바다에 떠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배가 움직이지 않을 때, 즉 항구에 정박 중일 때 발생했다. 관리자들이 실제로 비용이 발생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알아내게 됨으로써, 혁신이 이루어져야 할 곳이 분명해졌다. 간이화물 수송선과 컨테이너선이 그 해답이었다. 이와 같은 해결책은 기존의 기술과 연관된 것이다. 즉, 화물선에다 지난 30여년간 철도와 트럭운송에서 사용되던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기술상 변화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해상운송의 채산성이 완전히 변화되어, 최근 20~30년 동안 주요 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운용상의 필요 : 일본에서 한 번쯤 차를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그곳에 현대적인 고속도로 체계가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의 도로망은 여전히 10세기경 우마차가 다니던 길이나 그로 인해 생긴 길을 따라 이루어져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동차와 트럭을 위한 교통체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1930년대 초 미국 고속도로에서 사용해 오던 반사경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반사경은 여섯 갈래 길에서 서로 다가오는 자동차들끼리 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사고를 최소화하면서 교통 흐름을 순조로이 해주는 작은 발명은 운영상의 필요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미디어’라고 부르는 것의 기원은 1890년경, 운영상의 어떤 필요에 부응한 두 가지 혁신에서 비롯되었다. 첫째는 오트마 머전탈러(Ottmar Mergenthaler)의 라이노타이프(Linotype : 자동 주소 식자기, 역자 註)로서, 이는 대량으로 신속하게 신문 발행을 가능하도록 해주었다. 두 번째는 사회적 혁신으로서, 최초의 신문다운 신문의 발행인이었던 뉴욕 타임즈의 아돌프 오크스(Adolph Ochs), 뉴욕 월드의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William Randolph Hearst) 등에 의해 이루어진 현대적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광고 덕택에 실제로 신문을 무료로 공급할 수 있었으며, 이윤은 마케팅을 통해서 얻었다.
업계 및 시장의 변화 : 업계의 판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하느님만이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 관리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제로는 하룻밤 사이에 뒤바뀌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러한 판도 변화는 혁신을 위한 무한한 기회를 제공한다.
최근 미국 비즈니스계의 성공담 가운데 에퀴터블 라이프 어슈어런스 소사이어티 (Equitable Life Assurance Society)에 의해 얼마 전에 인수된 도날슨 루프킨 앤드 젠리트 (Donaldson, Lufkin & Jenrette : DL & J)라고 하는 증권 회사를 들 수 있다. DL & J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 세 명의 젊은이에 의해 1960년 설립되었다. 그들은 금융산업의 구조변화가 기관 투자가들에 의해 주도되는 형태로 전개될 것임을 깨닫고 있었다. 이들은 자본도 없었고 어떤 연줄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몇 년 내 이 회사는 위탁거래 형태로 옮아가는 시장의 추이 속에서 리더의 위치를 차지했고, 월스트리트의 우수기업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주식 위탁거래 업체로는 최초로 상장한 회사가 되었다.
그와 유사한 맥락에서, 업계의 구조변화가 커다란 혁신의 기회를 낳게 된 미국의 의료 서비스 기관을 들 수 있다. 지난 10년간 미국 전역에서, 대학병원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에 속하지 않는 독자적인 외과병원이나 정신병원․응급진료소․요양소들이 다투어 문을 열었다. 통신업계의 지각변동 때에도 유사한 기회가 있었다. 통신설비 측면에서는 롬(Rolm)사와 같은 개인용 교환국 설비업체의 등장과, 통신 서비스업에서는 MCI나 스프린트(Sprint)와 같은 장거리 통신서비스 업체의 등장이 있었다.
산업성장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경우, 예컨대 10년 내 40% 정도의 성장률을 보인다면 업계의 구조변화가 일어난다. 이 때 기존의 업체들은 이미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지키기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따라서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는 업체의 도전에 대해서는 반격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시장이나 산업구조가 변화할 때, 전통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는 현재의 시장 안에서 새로운 시장기회로서 급속하게 부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새로운 기회는 과거 업계에서 시장접근을 하던 방식이라든가, 시장을 규명하던 방식, 또는 시장 수요에 부응해 시장 판도를 형성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이때 혁신적인 업체는 상당기간 혼자서 좋은 기회를 누리게 된다.
인구통계학적 변화 : 혁신의 기회를 위한 외부원천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이 인구통계학적 요인이다. 인구통계학적 현상은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0년에 미국 노동시장에 참여할 사람들은 지금 현재 모두 출생했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은 흔히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요인을 간과하고 있으며, 반면 그것을 예의 주시하며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많은 것을 얻는다.
일본은 인구통계학적 요인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로봇 분야에서 앞서 있다. 70년대 선진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든지 과거에 베이비붐 시대를 겪었으며, 젊은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 이상에 재학하는 등, 급격한 학력인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결과 블루칼라 직종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숫자가 감소하게 되었으며, 1990년에 가서는 불균형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이를 알고 있었으되, 단지 일본 사람들만이 그에 대응했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로봇 분야에서 10년은 앞서 있다.
여행 및 휴양산업에서 클럽 메디트레이니(Club Mediterranee)의 성공 또한 매우 흡사한 경우에 해당한다. 1970년 경 유럽과 미국에서 교육을 잘 받은 부유한 젊은 층의 출현을 주목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노동자 계층에 속하던 그들 부모세대들이 즐기던 휴가형태, 예컨대 브라이튼(Brighton)이나 애틀랜틱 시티(Atlantic City)에서 몇 주간의 여름휴가를 보내던 형태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들 젊은 층은 자신들이 10대 시절에, 모여서 함께 즐기던 형태를 좀더 새롭고 환상적으로 꾸며놓은 여행상품과 휴양상품의 이상적인 고객이었던 것이다.
관리자들은 인구통계학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는 있었으나,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항상 느리게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금세기 들어,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 인구숫자, 연령분포, 교육수준, 직업선택, 인구의 지역적 분포 등의 변화로 인해 혁신의 기회가 가능해졌으며, 또한 이를 통한 혁신의 기회는 기업가적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위험성이 가장 덜하며, 그 보상은 제일 크다.
지각 변화 : ‘그릇이 반쯤 채워졌다’와 ‘그릇이 반은 비었다’는 같은 현상을 달리 표현한 것이지만, 그 의미는 매우 다르다. 그릇에 관한 관리자들의 지각을 ‘반을 채워져 있다’에 서 커다란 혁신의 기회를 위해 ‘반은 비어 있구나’ 즉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바꾸어야 한다.
출생 대비 사망, 고령생존비율, 폐암을 제외한 암 발생률, 암 완치율 등과 같은 실제 증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지난 20년간 미국인들의 건강은 유례없이 급속도로 증진되었다. 그럼에도 건강에 관한 한 나라가 온통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다. 전래 없이 건강에 관해 많은 걱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별안간 모든 것이 암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또는 퇴행성 신장질환, 조기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분명 그릇의 반이 비었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인들은 건강이 크게 증진되었다고 축하하기보다는, 자신들이 아직까지 불로장생에서 얼마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를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시각은 수많은 혁신기회를 제공했다. 건강 관련 새로운 잡지, 갖가지 건강식품․건강교실․조깅장비 등의 시장이 출현했다. 1983년의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사업은 실내운동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각의 변화가 사실을 뒤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사실이 의미하고 있는 바를 바꿀 수는 있다. 그것도 매우 신속하게, 컴퓨터의 출현을 위협으로 느끼며, 또한 컴퓨터란 대규모 기업에서만 이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자신의 소득세 공제작업을 위해 구입하는 것이라고 지각하는데는 채 2년인 걸리지 않았다. 그와 같은 변화는 반드시 경제논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경제논리와는 무관한 일일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그릇을 반은 빈 것으로, 또는 반이 채워진 것으로 인식하게 하는 요인은 ‘사실’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분위기 측면의 변화는 흔히 계량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검증할 수 있으며, 혁신의 기회를 통해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 : 역사적인 혁신 가운데, 과학 측면의 지식이나 기술적, 사회적 측면의 새로운 지식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진 것이 많이 있다. 이러한 것은 기업가 정신의 백미로 일컬어지는 것들로서, 명성과 부를 함께 가져다주었다. 또한 이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혁신에 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이라고 해서 모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은 그것의 소요시간이나, 기각률, 예측능력, 실천단계에서 처하게 되는 난관 등의 측면에서 다른 형태의 혁신과 구별된다. 마치 대부분의 슈퍼스타들이 그러한 것처럼,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은 개성적이며 변덕스럽고 다스리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은 모든 혁신 가운데 가장 준비기간이 길다. 새로운 지식의 출현과 그것을 이용한 기술로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또한 그러한 신기술이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새로운 작업방식의 형태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준비기간은 50년 정도로서, 역사적으로 보건데 그 이하인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종류의 혁신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 가지 종류의 지식만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지식이 필요하다.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 가운데 가장 큰 효과를 얻은 경우로는 현대적 의미의 은행을 생각할 수 있다. 투자은행의 존재에 대한 이론적 근거는, 자본 활용은 경제개발의 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나폴레옹시대의 생시몽(Saint-Simon) 백작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그의 탁월한 견해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투자은행이 설립된 것은 그의 사후 30년이 지난 1825년, 두명의 제자인 제이콥과 아이작 페어러(Issac Pereire) 형제에 의한 크리디트 모빌리어(Credit Mobilier)였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효시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같은 시기에 바다 건너 영국에서 발달한 현대적인 상업금융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 결과 크레디트 모빌리어는 불명예스럽게 퇴장하고 만다. 몇 년 후 제이 피 모건(J.P.Morgan)이라고 하는 미국 젊은이와 게오르그 지멘스(Georg Siemens)라고 하는 독일 젊은이가 프랑스 투자금융이론과 영국의 상업금융이론을 한데 접합해 최초의 현대적 은행인 뉴욕의 제이 피 모건사(J.P.Morgan & Company)와 베를린의 도이치 은행(Deutsch Bank)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10년 뒤 시부사와 에이이치라고 하는 일본 젊은이가 지멘스의 이론을 자기 나라에 적용해 현대 일본 경제의 기틀을 닦았다. 이것은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다른 예로서, 컴퓨터의 경우에는 최소한 6개의 서로 다른 지식기반을 근거로 하고 있다.
․ 2진법
․ 19세기 전반의 찰스 바베이지(Charles Babbage) 계산기의 개념
․ 1890년 미국 인구 센서스를 위해 발명된 허먼 홀러리드(Herman Hollerith)의 천공카드
․ 1906년에 발명된 삼극진공관 스위치
․ 1910년에서 1913년 사이에 버틀란드 러셀(Bertrand Russell)과 알프레드 노드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에 의해 개발된 기호논리학
․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효과적인 대공포 개발을 위해 시도되었으나, 실패로 끝난 프로그래밍과 피트백의 개념
긴 준비기간과 여러 종류의 지식을 한데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이 지식을 기반으로 한 혁신이 갖고 있는 특징과 그것의 매력 및 위험성을 설명해 준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계획기간 동안에는, 논의는 무성하되 실제 이루어지는 활동은 많지 않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요소가 한 곳에 결집되면서, 엄청난 흥분과 움직임이 일어나며,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컨대 1880년부터 1890년 동안 선진국에서는 전기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약 1,000개의 회사가 설립되었다.
그리하여 언제나 그러했듯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재구성된 결과, 1914년에는 25개의 회사가 생존했다. 1920년대 초 미국에는 약 300개에서 500개 정도의 자동차 회사가 있었으나, 1960년에는 4개만이 남았다.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은 관리가 가능하다. 즉, 그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가능하도록 해주는 여러 가지 종류의 지식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건과 지멘스는 당시 그들이 금융벤처를 설립할 때 그와 같은 분석을 잘했던 것이다.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비행기를 발명할 때에도 그와 같은 분석을 잘 수행했다.
사려 깊은 필요성 분석과 아울러, 미래 사용자들의 능력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일면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지식에 기반을 둔 혁신은 다른 종류의 혁신에 비해 시장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디 하빌랜드(De Havilland)라고 하는 영국기업은 제트여객기를 최초로 설계하여 생산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규명하지 못했다. 첫째는 사업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하는 일이다. 즉, 적절한 유료하중(직접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화물의 무게, 역자註)을 갖는 적정규모의 노선을 통해서 한 대의 제트항공기가 최대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두 번째 요소 또한 현실적인 문제로서, 항공사가 값비싼 항공기를 구입하기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다. 하빌랜드사는 이러한 사용자들에 관한 분석을 적절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두 항공사인 보잉과 더글러스가 상업용 제트 여객기 사업을 독차지에 급성장 할 수 있었다.
혁신을 위한 원칙
목적을 가진 체계적인 혁신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는 원천이 무엇인가를 분석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안에 따라서 그 원천의 중요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예컨대 제철과 같은 주요 산업재를 생산하기 위한 프로세스 상의 혁신과 인구통계학적 요인은 무관하다. 하지만 머젠탈러의 라이노타이프 기계가 성공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커다란 시장수요를 충족시킬 숙련된 식자공의 공급이 달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지식은 인구통계상 변화요구 또는 현행 세법상의 변화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사회적 수단차원의 혁신과는 무관할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찌 되었건 혁신을 위해서는 모든 사회를 분석해 보아야 한다.
혁신이란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개념적인 것이기도 하거니와 주관적인 지각과도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혁신자는 조직 밖에서 묻고, 듣고, 관찰하는 작업을 함께 병행해야 한다. 그들은 수치를 주시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주목한다.
혁신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간단명료해야 한다. 혁신은 한 가지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사람들을 혼란시킨다. 실제로 혁신에 대한 가장 훌륭한 찬사는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뻔한 일을 갖고, 왜 내가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지? 이리도 간단한 일인걸”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고객층이나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의 경우라면 그 적용은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
효과적인 혁신은 작은 것부터 출발한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는다.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마치 전동차가 철길을 따라 달릴 수 있도록 전력을 끌어당기는 것과 같다. 즉 혁신이란 전동차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는 같은 숫자의 성냥개비를(대개50개) 성냥곽에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가장 기본적인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간단한 생각이 자동 성냥 포장을 가능하도록 해 주었으며, 스웨덴이 거의 반세기 동안 세계의 성냥 공급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반면 어떤 거창한 아이디어로써 ‘업계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대부분 잘 되지 않았다.
사실 어떤 혁신이 커다란 성과를 낳느냐, 미미한 결과로 끝나느냐 하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결과가 미미할지언정, 성공적인 혁신은 시작에서부터 새로운 기준을 설정한다든가, 신기술이나 새로운 사업의 방향을 설정한다든가, 업계의 선두가 되거나 선두위치를 고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목적을 갖는다. 만일 어떤 혁신이 그 시작에서부터 무엇을 주도하겠다고 목표로 삼지 않는다면 그것을 혁신이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혁신이란 천성보다는 노력을 요구한다.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또한 흔히 독창성이 요구되기도 하며 명확한 목적을 갖는다. 어떤 사람들은 분명 다른 이들에 비해, 혁신자로서 더 많은 능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재능은 잘 정의된 영역에 국한된다. 실제로 혁신자가 한 가지 분야 이상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경우란 드물다. 토머스 에디슨의 체계적이며 혁신적인 모든 업적은 전기분야에 혁신자는 의료서비스 분야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모든 시도 노력에서와 마찬가지로, 혁신을 위해서는 재능이 있어야 하며, 창의성과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혁신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집중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근면․인내․몰입 등과 같은 측면이 결여되어 있다면, 재능이나 창의성, 노력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물론, 우리의 주위에서 ‘체계적인 혁신’보다는 ‘기업가정신’이란 말을 훨씬 더 많이 듣는다. 예컨대, 독특한 기업가적 전략, 기업가적 관리원칙 등은 기업체뿐 아니라 공공기관, 새로운 벤처사업 등에도 한결같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론적 측면이나 실무차원에서 기업가 정신을 이루고 있는 토대는 체계적으로 혁신을 실천하는 일이다.
첫댓글 교수님.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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