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씨구또랑광대

영농일지 2007년도 수입 지출 결산서 논 6마지기 - 1,200평 올해 쌀생산량 10kg - 51포 생산 작년대비 쌀 17포가 줄었음. (작년 68포생산) 전체적으로 다른 농민들도 소출이 줄었음. 수입 - 130만원 (쌀 40포 판매 -10kg당 3만3천원에 판매) 지출 - 모판구입비 100개 * 800 - 8만원 모판용 흙 10포 - 5만 6천원 비료,친환경농약,우렁이 - 30만원 비닐하우스 - 2만원 종자값 - 무료(송치호 형님네서 남은 것 얻었음) 논두렁보수공사 - 신도순 아저씨께서 장비로 도움주셨음 답례비 5만원 논로타리값(트랙터) - 20만원 이앙기 값 - 10만원 손모내기 값 (참,점심) - 20만원 콤바인(벼베기) - 20만원 건조기값 - 7만원 (작년미지불값 포함) 도정비 - 8만원 ---------------------------------------------------------- 135만원 올해 긴 장마로 고생들이 많았던 농사, 난 그래도 거의 건달 농법에 가까운 농사를 지었음에도 작년에 비해선 꽤나 헤멨던 한해였다. 초기에 풀을 잡지못해 논이 엉망이 되어버린 지경에 신동주아저씨(우리 우렁이 단지 총무님이시자 일꾼)에게 꾸지람을 제일 많이 얻어먹게 되었음에도 제대로 돌보지 못함 죄값을 논이 소출로서 호되게 보답하고 있었다. 자! 생산비도 못건지는 농사! 이 수치를 가지고 나는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할것인가? 깊은 고민에 다시한번 빠져본다. 작년에는 휴경지 개간하느라 초반 고생이 컷고 올해는 장마로 다들 고생이었는데 또 내가 전업농도 아닌놈이 괜시리 끼어들어 어르신들 어깨에 짐이나 되는 것이 아닌가하며 곰곰이 내년도의 농사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전 경기도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학생들이 우리마을에 체험학습을하러 왔었다. 무려 60명이나, 2박3일간의 체험학습인데 동네 숙박수용인원이 만만치 않아 여러군데로 학생들을 분산시켜 숙박할수 밖에없었다. 그 중에는 경로당까지 빌려야 하는 바람에 노인회장님댁에 방문하여 부탁을 드렸다. 노인회장님은 30마지기농사를 하신단다. 그러니까 건달농법인 나보다 5배정도 큰규모이다. 이래도 시골에서는 소농이다. 내가 물었다. “수지타산이 맞습니까?” “맞기는 뭘 맞아!” “.......”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말씀 “그런거 생각하면 농사 어떻게 지어?” 단 하마디 말씀이었다. 농민 한가구당 평균 농가부채 2,500만원대 많은 사람들이 농민들을 포함하여 그런 말씀들을 하신다. 그래서 농사는 대농으로 해야한다고... 이제 수입농산물도 밀려들어오니 소농으로는 될 수가 없다고 말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적어도 백마지기 이백마지기 정도는 돼야 한다고... 그런데 문제는 나처럼 산중턱에있는 고래실은 어떻게 할것인가? 경지정리는 고사하고 천수답인 짜투리 다랭이 논들은 어찌할것인가? 다 내버려두어야 하는가? 그럴수는 없겠지. 하여간 농민들만 생각하면 답이 안나온다. 그래서 생각을 거꾸로 해보기로 했다. 난 농사지으면서 즐겁거나 보람을 느낀적은 없는가 하고.... 그건 소박하지만 의외로 많았다. 첫째는 내가 동네사람중의 일원이 되는 기분이 들때였다. 그간 광대와 주민은 좀체로 가까이 하기가 어려웠었는데 내가 농사를 지음으로써 농사의 생리주기?에 자연스레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럼으로써 예전처럼 단순히 산책하면서 관조하였던 농사일정과는 다르게 피부에 직접닿는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건 바로 농사꾼으로써 동네 주민들의 삶에 뛰어들어 일원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울러 우리마을중 송정리마을이 친환경 우렁이단지로 전격합의함으로인해 관행농법이 아닌 친환경농법이라는 오랜 숙원사업을 같이 하게된 점이다. 또한 나로써는 광대적인 기질을 농사에 적용할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15년이상 손모내기를 하지 못했는데 손모내기를 통해 주변지인들과 함께 농사를 짓게 되는 두레의 맛을 조금은 맛보게 되었다는 것, 즐겁게 풍물을 치며 농사를 짓는 것이 모나 사람이나 다같이 유익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을때이다. 먼 시골구석까지 찾아와 손모내기에 동참해주신 분들이 고맙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갈이 농사를 짓는데 흔쾌히 합류한 후배광대 김주회의 노력이 크다. 적어도 농사는 혼자서는 안되고 집안식구들의 도움이나 친척들,또는 동네 지인들의 도움없이는 지을수가 없는데 집사람은 햇볕알레르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도 못하고 텃밭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데 동네 토박이가 아닌 이주민으로서, 동행자 없이 농사를 짓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 이런때에 농사 동반자인 김주회의 등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게다가 작년갈은때야 장비도 없고 일모리 모르고 덤벼들었으니 오죽했으랴! 주회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를일이다. 무엇보다도 작년과 올해 김주회의 도움으로 가장 늦게 추수하고 가장 빨리 쌀을 판매하는 광대농법의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우리는 삼도생협이라는 조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인들의 구매로 생협에 납품할 필요도 없이 도정하자마자 다 팔았다. 이또한 김주회의 혁혁한 공로다. 그가없인 이젠 영업은 꿈도 꿀수 없을 정도다. 남이 보기엔 그저 놀이삼아 한 농사에 불과하지만 결코 쉬운일이 아니였음을 밝힌다. 문득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농민회 후배님 에게 물어보니 이런 자료를 주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 담소효과 -17조 8,098억 사회안정 일자리제공 농업생산액 - 20조 4000억 대기정화,수질정화 대기온도조절 - 8조 632억 지하수 수자원 확보 농촌 경관보존 전통문화보존등 - 3조 670억 --------------------------------- 49조 3,400억 (2001년 농업기반공사 발표자료)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주는 이글귀는 농업이 그래도 버티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또랑광대이자 모두골 단원이었다가 횡성으로 시집간 김지희 광대는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쌀타령’에서 그렇게 외쳤다. “우리가 뭐 쌀값 몇푼 더받자고 이런짓하는거 아니죠.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나아가서는 지구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농사를 짓는다 이말입니다!!!!!!” 이 외침을 들을때마다 숙연, 대견해진다. 사실 생각해보면 근대화 문명의 발달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실존의 부재,상실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맑은 공기속에서 대자연의 정취를 맛보려고 길을 떠난다. 주말이면 영동고속도로가 꽉꽉 막히는 광경을 보면서는 더욱 그러한 느낌을 확인한다. 대지가 어머니의 품이란 거창한 말은 하지 않아도 무언가 허전한 맘을 채우려고 길을 재촉하는 것이다. 그게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되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는 시골에서 도시인들이 농촌을 체험하는일이 다반사가 되고 귀농하려는 사람들, 준비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그래서 농촌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생산하는 소프트웨어가 되고 있다. 위에서 바라본 경제적, 사회적(공익적) 가치 이외에도 문화적 가치가 서서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셈으로 정해지진 못해도... 돌이켜보면 난 내가 광대훈련의 한 방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김매다가 쉬면서 논두렁에 걸터앉아 또는 개울가 바위턱에 앉아 소리 한자락하며 왔다갔다 해 가면서 불렀던 것이 더 도움이 된 경우가 많았다. 산책하면서 ‘뭉치’가 탄생했고 ‘꿩이야기’와 영상과함께하는 ‘춘향전’같은 경우는 농사과정에 그렇게 탄생했다. 그것이 산골 고래실 논구석에서 짖어대던 또랑광대의 결과물이다. 이만하면 농사도짓고 작품도 나오고 일석 이조는 족히 넘지 않겠는가? 지극히 고된일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속에 어떤, 말은 못해도 감추어진 재미와 느긋함, 풋풋함을 내가 느끼고 만끽하고 있기에 나는 오히려 돈을 내고라도 즐겨야만 하는일을 이정도로 누리고 있다는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직도 귀찮으면 논에 나가는일이 허접해지는 나이지만 좋은 공기와 흙을 밟을수 있을때까지 , 논주인이 논을 도로 거두어가는 일이 없을땐까진 ......... 하지만 농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