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캠핑도 공정캠핑으로여행에 대한 시선을 바꾸다
매년 휴가철이면 피서지들은 쓰레기로 곤욕을 치른다.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여행의 모습 이면에는 환경오염, 자원낭비와 같은 그림자가 있다. 기존의 관광은 비용을 지불하고 상품을 소비하면 그만이다. ‘공정여행풍덩(이하 풍덩)’은 관광산업의 문제점을 지양하고,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교감해 지역사회를 살리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정여행사다. 풍덩에게 여행이란 여행자와 지역을 잇는 창구다. 여행자는 풍덩을 통해 여행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꾸고 지역 주민과 소통해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얻어 갈 수 있다.
공정여행풍덩 조헌철 대표
지역의 삶이 묻어나는 여행
풍덩은 2010년 지역사회연구회로 시작했다. 모임 구성원은 지역 주민들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진안의 11개 읍면 구석구석을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외지인에게 지역을 소개하는 안내자 역할을 맡게 됐고, 가끔 단체 관광객을 안내하며 수고비를 받기도 했다. 지역사회연구회 구성원들은 지역 주민들의 경험이 녹아 있는 여행코스에 만족하는 외지인들을 보며 진안의 일상과 지역 주민의 삶이 묻어나는 여행 사업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듬해 농촌형 공동체 회사 풍덩이 탄생했다. 풍덩은 창업 직후 전라북도 최초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며 승승장구했다. 설립 초기에는 진안군 중심에서 벗어나 전라도 전역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에 집중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여행,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 미식가들을 위한 로컬푸드 여행 등 여행자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개별화된 공정여행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 결과 매년 풍덩을 찾는 여행객들이 증가했고, 1년 동안 약 5천 명의 이용객이 풍덩을 통해 전라도를 다녀갔다.
버물리와 모기퇴치제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정제수, 식물성 에탄올, 에센셜 오일을 넣은 비커
자연에서 추출한 천연재료
자연과 하나되어 즐기는 ‘진짜’ 캠핑
착실하게 규모를 키워나가던 풍덩의 고비는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왔다. 방역정책이 강화되면서 기존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방문객도 점차 줄어들었다. 풍덩은 활로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여행지라면 외지인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에게도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캠핑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역이 가진 자연경관의 아름다움과 산과 숲이 많은 환경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기획한 풍덩의 1박 2일 캠핑 프로그램에는 생태교육협동조합 ‘고원의 숲’에서 진행하는 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포함되어있다. 천연재료를 이용해 버물리(바르는 벌레약)이나 모기퇴치제를 직접 만들어보고, 숲 해설사와 함께 마을 숲길을 걸으며 주변 식생을 관찰하고 보호수가 갖는 의미와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외지인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 역시 마을 숲 보전율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진안의 자연에 감탄한다.
숲 해설사와 함께 걷는 운장산 마을 숲길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에 풍덩!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만끽한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캠핑을 즐긴다. 코로나19로 인해 단체 관광이나 패키지 여행에 대한 수요가 줄고, 캠핑이 각광받고 있다지만 캠핑은 아직 입문 장벽이 높은 여가 활동이다. 초기에 구입해야 할 장비들도 많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드는 심적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풍덩은 캠핑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고려해 캠핑 사이트와 캠핑 장비를 모두 대여해 준다. 진안의 특산물로 구성된 먹거리 키트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소비하여 지역 사회의 경제를 살리자는 공정여행의 본질을 실천한다. 캠핑용 먹거리 키트에 포함된 삼겹살은 진안에서 생산한 고품질의 흑돼지고기이며, 쌈장과 쌈채소, 구이용 야채 모둠은 ‘행복한 밥상 차리기’ CSA와 함께 하는 진안의 친환경 농산물이다. 다음 날 아침에는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황금권역센터 운동장과 그 주변을 맨발로 걷고, 따뜻한 감잎차를 한 모금 마시면 기분 좋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발 마사지까지 하고 나면 캠핑은 끝이 난다. 모든 프로그램은 날씨와 방문객의 성향, 연령층에 맞게 조절하고 있어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참고하자.
행복한 밥상 차리기 CSA와 함께 하는 먹거리 키트 구성품
먹거리 키트를 나눠주는 풍덩의 이청아 님
캠핑 프로그램은 일요일마다 돌아오는 주말의 캠핑 신청을 마감하고, 30일 뒤에 있는 새로운 일정을 오픈한다. 예약이 완료되면 최대 수요일까지 운영팀에서 개발연락을 하여 연락을 확정한다. 프로그램 예약 및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밴드에서 확인 가능하다.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 역시 밴드를 통하면 된다. 캠핑 프로그램은 10월까지만 운영하니, 풍덩만의 캠핑에 참여해 보고 싶은 이들은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으로 유명한 진안 흑돼지삼겹살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진안
대부분의 관광지는 주객이 전도되어 있다. 일명 ‘한 철 장사’를 하기 위해 현지인들은 피서철 대목만을 기다린다. 이때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다음 기회는 없다. 그렇기에 소비자인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이때만큼은 지역의 모든 기준이 관광객이 된다. 관광산업이 주된 수입원인 지역들의 주인은 지역 주민이 아니라 관광객인 셈이다. 풍덩은 이러한 관광지의 딜레마를 없애고, 진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진안 사람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여행지로써의 진안을 만들고자 했다. 휴가철에만 잠시 들르는 여행지가 아닌, 1년 365일 언제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란 것이다. 도시와 농촌, 사람과 자연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포부로 여행객 한 명 한 명을 대했다. 풍덩 가족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진안에 다녀간 이들이 보내는 응원이다. 이곳에서 얻은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도시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다던 여행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풍덩은 힘을 얻는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공정여행
다가오는 8월 13일(토)~14일(일)에 개최되는 제1회 진안캠핑영화제 역시 이러한 취지로 기획됐다. 진안캠핑영화제는 지역 활동가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만드는 소규모 지역 축제다. 작은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꾸린 지역 문화 관광 콘텐츠인 셈이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영화를 지역 안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선보이는 영화제. 이것이 바로 진안캠핑영화제의 기획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캠핑이 주는 여유로움 속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며 누리는 시간이야말로 최고의 피서가 아닐까?
공정여행풍덩 전경
여행정보
- 장소 :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노래재로 2
- 문의 : 063-433-8333
- 이용시간 : 매일 09:00~18:00
- 이용요금 : 별도 문의
- 홈페이지 : band.us/@pdcamping
숙박정보
- 별빛두레펜션 :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석원로 24 / 063-432-6067 / 별빛두레펜션캠핑장.com
- 진안부귀황토하우스 :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귀상로 708-25 / 010-5314-2969
- 숲스토리펜션 : 전라북도 진안군 정천면 봉학로 419-28 / 010-6538-8799 / forest41928.modoo.at
식당정보
- 동몽원 : 더덕구이정식 · 삼겹살구이정식 /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운장로 54-49 / 010-3684-9618
- 마이담 : 홍삼시래기밥+홍삼떡갈비 /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 전진로 1947 / 063-433-5535
- 월평댁 : 어죽 · 매운탕 / 전라북도 진안군 정천면 석원로 151 / 063-432-3323
(글) 최해담 여행작가
(사진) 정철훈 사진작가
※위 정보는 2022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